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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업무용 차량 과세안] 수입차 싸고도는 이상한 정부 

통상마찰 이유로 조세형평성 무시 ... 2억원 넘는 수입차 87.4% 법인 등록 


▎2014년 한국에서 판매된 억대 수입 차량 10대 중 8대가 법인 구매로 나타났다.
summary | 억대 수입차를 구입하면 오히려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업무용으로 법인에 등록하면 구입비와 유지비가 모두 경비 처리된다. 편법을 이용한 세금 탈루가 늘자 정부가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많다. 법인 차량 가격의 한도가 없고, 이를 경비로 처리하는 기한도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액을 경비로 처리하는 현행 제도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정부가 통상 마찰을 핑계로 수입차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월 2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법인차량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세금 탈루를 막겠다며 준비한 법안이 오히려 법인차량의 탈세를 인정해 주는 꼴이라는 이유였다. 기재부는 임직원 자동차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비용 처리 한도를 매년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낮춘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12월 2일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지적이 많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여름부터 준비했다. 당시 업무용 법인차량의 탈세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현행법상 국내 법인은 차량의 구입비와 유지비를 모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고가의 차량도 5년이면 모두 경비로 돌려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차량을 구입해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속속 보도됐다. 2014년 2억원 이상의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87.4%에 달했다. 1억원대 이상 차량의 법인 구매 비율도 83.2%에 이른다. 지난해 다섯 대 팔린 6억원짜리 롤스로이스 팬텀은 모두 구매자가 법인이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문제는 개정안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업무용 차량의 입증 강화와 경비 인정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처음 준비한 개정안에선 연간 1000만원을 상한으로 업무용 차의 구입 및 유지비 중 50%를 경비 처리하도록 했다. 남은 비용은 운행 기록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한 거리에 따라 경비로 인정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연 1000만원 경비 인정’에 대한 반대가 거셌다. 법인 차량 편법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 요구도 있었다. 결국 기재부는 경비를 연 800만원으로 낮추고, 업무 기록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경비처리 기한에 제한 두지 않아 무용지물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경비처리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차량 구입금 전액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1억원 상당의 업무용 차량을 구입한 경우를 보자. 현행법상에선 매년 2000만원씩 5년이면 차량 구입 비용을 경비로 돌릴 수 있다. 개정안에선 매년 800만원씩 13년간 경비로 인정받는다. 기한의 차이는 있지만 경비로 인정받는 비용에는 변함이 없다. 업무용차에 대한 입증 의무 부담도 애초 논의되던 것보다 약화됐다. 연간 감가상각비와 운영비 등을 합해 총 800만원 이하면 운행일지 등 업무용 증빙이 없어도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에서 기재부는 법인차량의 개인적 사용을 막기 위해 ‘운행일지 작성’을 들고 나왔다. 법인차량을 사용하는 임직원 명의로 보험을 들어야 한다. 등록된 임직원의 사용 기록을 의무화해서 개인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차량 기록 가운데 업무용으로 사용한 만큼만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차량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보험에 가입한다. 비록 특정 임직원 명의로 보험에 가입할지라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운행일지 작성제도도 허점이 있다. 일지를 허위로 적어도 이를 적발할 방법이 없다. 과세당국이 수백만 대에 달하는 업무용차의 운행일지를 일일이 뒤져 허위기재를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행정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용차의 업무용 운행과 개인적인 사용을 구분하기 어렵다. 한국은 출퇴근까지 업무로 간주한다. 길이 막혀 돌아왔거나, 거래처 관계자와의 급한 미팅을 잡을 경우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에 정부는 운행일지 기록 기준 완화를 예고했다. 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사정이 있으면, 주 1회 또는 월 1회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간편차량이용명세’와 ‘표준차계부’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유일한 규제 수단마저 완화해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준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조세형평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왔다. 업무용차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해 일정 금액을 비용 인정 한도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금액을 한도로 비용처리를 제한하면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소득·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업무용 차량을 파악하는 동시에 세금을 탈루해 개인적으로 고가 차량을 구입하는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수억원대 업무용차에 과도한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조세형평성 문제 해결이 핵심”이라며 “정부의 이번 개선안은 세금 탈루를 해결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 7~11월 사이 발의된 5개의 업무용차 관련 법안들은 별도 예외 규정 없이 업무용차 구입비의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김동철·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구입비에 대해 3000만원까지,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4000만원,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구입비에 유지비를 합산한 비용 5000만원까지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업무용 차량의 기준점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에 대해선 의원 간 이견이 있다. 업무용 차량의 유지비인 유류비와 수리비·보험료 등의 연간 유지비용에 대한 기준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업무용 차량이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 범위로 3000만~4000만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일한 규제인 운행일지 작성 기준마저 완화

기재부는 통상 마찰 가능성이 있어 구입비 한도를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인차량 구입비 한도를 명시하면 한국에 차를 수출하는 다른 나라와 통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는 ‘차종 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한·미 FTA 협상에 나섰던 김종훈 의원은 “배기량에 기초한 조세만 피하면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며 “법인 차량 면세 상한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통상마찰이 벌어질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와 호주는 차량 구입시 세금 감면을 받는 경비상한액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어떠한 국가와도 통상마찰이 일어나지 않았다. 수입차 업계의 반발이 적을 것이란 설명도 있다. 현재 국내 법인차 가운데 판매가 3000만원이 넘는 차량의 대수를 살펴보면, 국산차 11만8000대, 수입차 7만8000대로 국산차가 더 많다. 정부의 통상 마찰 변명이 궁색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용 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서민들이 타는 차의 평균을 크게 상회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회와 시민단체가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기재부가 나서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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