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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뉴스가 있습니다. ‘경제 전망기관들이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이 다 틀렸다’는 기사죠. 전망의 사전적 의미는 ‘앞날을 헤아려 내다보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전망은 어렵고, 오차는 불가피합니다. 어느 기관이 전망치를 잘 맞췄다는 사후 평가는 사실 무의미합니다.

경제 전망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일까요? 『경제 전망의 실제』를 쓴 박양수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장은 ‘전망은 직관과 모형의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합니다. 전망 수행 과정은 이렇습니다. 각 전망기관이 보유한 ‘전망 툴(모형)’에 다양한 경제지표를 집어넣습니다. 여기에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선행·동행·후행 지표를 입력합니다. 이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예측치가 나옵니다. 이 예측치에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한 직관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발표되는 것이 전망치입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전망 수행 과정 자체에 한계가 있습니다. 모형에 집어넣은 여러 지표는 그 시점에 이미 과거 데이터입니다. 과거 데이터는 미래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동행·후행지표 역시 미래의 불확실성과 경제 주체의 비합리적 행동으로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직관이라는 것 역시 직관일 뿐이죠. 실제로 지난 수년간 권위 있는 국내외 전망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는 거의 빗나갔습니다. 대부분 실제보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 봤습니다.

최근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내놓은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 안팎입니다. 한국은 2.9% 내외입니다. 전망의 전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저유가 기조 유지, 미국의 점진적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하향 안정세, 신흥국의 자본 유출 미발생, 일본·유로존의 경기 회복, 원자재 시장 안정화…. 어떻습니까? 기자의 직관(?)으로 말씀 드리면, 2016년 국내외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가계든 ‘전망의 불확실성’을 정확히 인식할 때 전망은 비로소 유용한 작업이 됩니다. 전망 보고서는 미래의 큰 흐름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참고 자료로 족합니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고,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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