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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의 4가지 의미 

위안화 약세 유도, 점진적 약세, 위안화 위상 강화, 환율 개혁 의지 담아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순간 외환시장은 물론이고 원자재와 위험자산 진영의 출렁임도 커졌다. 외신들은 앞다퉈 중국의 속내를 캐내려 바빴다. 혹자는 ‘8월 위안화 쇼크’의 재연 가능성을 엿봤고, 혹자는 위안화 중심의 세계관 구축이라 평했다. 지난 12월11일 인민은행 산하 중국화폐망(CFETS)이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를 선보이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중국이 내놓은 위안화 인덱스가 무엇인지, 왜 이 시점에 중국은 새로운 환율지수를 선보인 것인지, 그리고 향후 국제 금융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실효환율지수)=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부터! CFETS가 선보인 위안화 인덱스는 주요 교역 상대 국인 13개 나라의 통화를 하나의 바스켓으로 묶고, 여기에 기반해 위안화의 가치를 산출한 것이다. 좀 더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13개국 통화에 무역규모별 가중치를 부여한 뒤 기준시점인 2014년을 100으로 놓고 산출하는 일종의 무역가중인덱스(TWI : Trade-Weighted Index), 즉 위안화의 실효환율지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달러인덱스(DXY)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환율은 알겠는데, 실효환율은 또 뭔가. 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예로 들어보자. 수학 성적만으로 학업 성취도를 논할 수는 없다. 13개 교과목 점수에다 교육부가 중요하다고 매긴 교과별 가중치를 적용해 평균 낸 점수의 변화를 살펴야 이 학생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는지 뒷걸음쳤는지 알 수 있다. 실효환율의 개념도 마찬가지다. 달러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특정 통화의 가치를 달러와 짝을 이룬 환율(가령 달러-위안 환율)로 판단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해당 통화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들과 두루 비교해야 한다. 이게 실효환율이다. 여기에다 물가변수까지 포함시켜야(실질실효환율: REER) ‘진짜’ 실력을 알 수 있으나 실시간으로 주요 상대국의 소비자물가 변화를 산출해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시의성 측면에서 실효환율(NEER)을 추적하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지금까지 위안화의 실효환율은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랜 기간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해왔다. 다만, CFETS가 선보인 위안화 인덱스와 BIS 인덱스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크다. CFETS의 위안화 인덱스는 13개 통화를 포함하지만 BIS 인덱스는 40개 통화를 포함한다. 통화별 가중치도 완전 다르다. CFETS 위안화 인덱스의 경우 달러와 유로, 홍콩달러, 호주달러의 가중치가 BIS인덱스보다 월등히 높다. 달러 가중치가 26.4%, 유로와 엔이 각각 21.39% 및 14.68%, 홍콩달러와 호주달러가 6.55% 및 6.27%를 차지한다.

중국 당국이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를 선보인 것은 지금까지 시장이 잣대로 삼아 온 달러-위안 환율 못지 않게 실효환율 측면의 위안화 흐름도 중시하겠다는 시그널이다. 동시에 달러-위안 환율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시장과 대중의 관심을 실효 환율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실제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시장은 달러-위안 환율뿐만 아니라 실효환율 기준의 위안화 흐름을 두루 살피는 게 (위안화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있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지금 왜 실효환율인가?= 그럼 당국은 왜 이 시점에 시장과 대중의 시각을 분산 시키려 할까. 크게 네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① 당국은 위안화 약세를 좀 더 유도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위안 인덱스는 다음과 같은 방어 논리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최근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해진 것을 갖고 투덜대지 마라. 위안화의 실효환율(위안 인덱스)을 보라. 지난 2년간 위안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절상돼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안화는 좀 더 약해져야 한다.’

②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더 이상 달러 대비 위안 약세를 유도하지 못한다 해도 실효환율 기준으로 위안화가 계속 약해지면 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 인덱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유로와 엔의 희생(강세 전환)이 필요하다. 유로와 엔이 앞으로 꾸준히 강해지면 실효환율 기준으로 달러와 위안은 사이 좋게 손잡고 약세 흐름을 탈 수 있다. 이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입하면 G2(미국과 중국)의 의지에 의해 유로와 엔의 약세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들 것임을 시사한다. 대국(大國)들 사이의 정치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이익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손해는 성립할 수 없다. 실효환율을 들고 나온 중국은 “이제 우리 차례”라고 말하는 중이다. 물론 급격한 위안 약세는 피하려 들 것이다. 자본 유출과 달러 부채위험이라는 부작용 때문이다.

③ 따라서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당국은 달러-위안 환율 상승(위안화 약세)으로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때면 ‘달러-위안 환율만으로 위안화 가치를 살필 게 아니라 위안화 인덱스를 통해 실제 위안화의 실력을 확인하라’고 주문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당국이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를 선보인 것은 ‘위안 약세를 유도하더라도 통제권을 벗어나는 약세는 원치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내년까지 위안화 약세가 진행되더라도 당국에 의해 그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④ 달러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위안 중심의 사고로 시장을 이끌려는 의중도 담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의 관점에서 향후 13개국 통화와 위안화 사이의 직거래에 의한 환율 결정(단순한 재정환율이 아닌)이 본격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달러-엔과 달러-위안이 ‘위안-엔 환율’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위안-엔 직거래 환율’이 달러-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장을 만들고 싶은 거다. 이런 환경이 성숙되면 중국은 달러로만 표시돼 온 국제 원자재 가격을 위안화 병기 체제로 바꾸려 들 것이다. 물론 페트로달러(petrodollar)에서 페트로위안(petroyuan)시대로 넘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을 요할 것이다.

☞ 개혁의 색채 입히기= 올 들어 위안 환율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 지도부는 환율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위안화 인덱스의 도입은 위안 약세를 좀 더 용인하겠다는 속내뿐 아니라 환율 개혁의 색채도 분명 띠고 있다. 공식적으로 (실제로는 달러 준페그제이지만) 지난 2005년 7월 이래 중국의 환율시스템은 ‘바스켓을 참조한 관리변동환율제’다. 바스켓에 포함된 통화의 종류가 뭔지, 통화별 가중치는 어떻게 되는지, 언제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에 대해선 전혀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 당국이 12월11일 공표한 식으로 13개 통화 바스켓의 가중치를 소상히 공표하고 이에 연동해 위안환율을 산출한다면 이전 보다 환율 결정은 한층 투명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시도는 기존 바스켓 참조 관리변동 환율제에 투명성을 더하는 개혁의 일환이라 평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의 금융개혁은 이제 겨우 출발선을 벗어났다. 앞으로 3~4년 중국의 금융시장은, 중국의 환율시스템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우리의 원화가 그 영향을 온 몸으로 겪게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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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호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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