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제 2016 大예측] ‘메이데이 메이데이’ 탈출구가 없다 

장기 불황에 ‘각국도생’의 시대... 한국엔 G2 리스크가 최대 변수 

‘2015년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위기를 딛고 도약하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2014년 말 본지가 내놨던 전망이다. 불행히도, 한국 경제는 전자의 길을 걸었다. 정부는 무능했고, 국회는 무력했다. 가계·기업 모두 활기를 잃었다. 3%대 성장을 장담했던 경제 수장은 “수출만 잘 됐다면”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남긴 채 ‘제대’를 ‘명’ 받았다. 2016년 한국 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2%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데 손을 든다. 외환·금융위기의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위기다.

2015년 한국 경제는 성장률 3% 벽을 넘지 못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도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산업계에는 구조조정 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였지만 불어난 가계부채와 소득 정체로 한계를 드러냈다.

2016년 한국 경제는 더 험난한 여정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제시한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 안팎이다. 전망의 전제는 대체로 이렇다. 저유가 기조 유지, 미국의 점진적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하향 안정화, 신흥국 위기 미발생, 유로존·일본의 완만한 경기 회복…. 이런 전제가 깨지면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교역량 감소 추세는 201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건을 파는 나라, 사는 나라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자본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선진·신흥국간 통화정책 엇박자로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미국은 고용·소비지표가 개선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저유가·강달러 기조 속에 투자와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은 양적완화 정책과 유로화 약세로 경기가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회원국 탈퇴 논란과 신흥국 성장 둔화 여파, 일상적인 테러 공포가 변수다. 중국 경제는 급격한 추락은 없겠지만,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2016년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일본은 엔저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좋아질 수 있지만, 큰 폭의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취약국은 외환·금융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최근 새로 발표한 잠재 성장률 추정치(3~3.2%)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내놓은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꽤 폭이 넓다. 2.2~3.2% 사이다. 정부는 3.1%를 제시했다. 민간 기관과 해외 투자은행(IB)은 대개 2% 중후반을 전망한다. 최근 수년 간 우리나라 수출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이유는 세계 교역량 감소, 중국 경기 둔화, 엔저 대비 원화 강세, 신흥국 침체, 수출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2016년이라고 해소될 리 없다. 기저 효과로 수출은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설 수 있지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G2(미국·중국) 리스크’가 변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파장, 중국의 성장 둔화 폭에 따라 한국 경제도 울고 웃을 것이다. 힘 빠진 수출보다는 내수 회복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 않다. 고용·투자 확대가 녹록하지 않고,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작다. 부동산 시장은 소폭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치고 올라가기는 버거워 보인다. 4월 총선과 기업 구조조정 파장 등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본지가 12월 24일 발간한 『2016 경제 大예측』 참조
한국 주요 산업의 기상 예보도 ‘흐림’이다. 2015년 한국 수출의 약 85%를 차지하는 10대 주력 산업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모두 부진했다. 2016년에는 반도체 시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시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2016년 무역액은 1조50억 달러(약 1184조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6년 세계 및 국내 경제의 미약한 성장세에 따라 대부분 산업 경기가 불황 국면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와 개인투자자는 돈 굴릴 곳을 찾기가 더욱 어려울 듯하다. 증시는 큰 폭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경색 조짐이 보인다. 자본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크게 출렁이며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공격적 투자보다는 보수적 전략을 권한다. 직접 투자보다는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간접투자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책이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317호 (2016.01.0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