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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지키려면 | 금리] 2016년 상반기까진 금리 올리기 어려워 

금융사·경제연구소 18곳 중 12곳 동결 전망... 하반기에는 인상 압박 받을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바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2016년 상반기는 동결 우세’. 본지가 국내 주요 금융사와 경제연구소 18곳의 최근 보고서와 입장 자료, 인터뷰를 종합한 결과다. 18개 금융사·경제연구소 중 12곳은 사상 최저치인 우리나라 기준금리(1.5%)가 2016년 상반기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내수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이벤트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효과가 맞물려 2016년 상반기에는 경기 개선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16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중요한데, 올 하반기보다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에 2016년 상반기는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소비자물가가 1%대를 회복하면 금통위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6개사(33%)는 2016년 상반기에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면, 경기 방어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상반기에는 수출이 부진하고 경기 개선 속도가 더뎌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1분기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2016년 상반기에만 두 차례 인하돼 연 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 경제만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는 거의 없다. 경기 회복 조짐은 미약하고,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시중에 풀린 돈을 조여야 할 만큼 증시나 부동산에 버블 조짐도 없다.

무엇보다 정부·기업·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언감생심이다. 금리 인하는 어떤가. 한국은행은 최근 새 물가안정 목표를 2%로 정했다. 한은이 사실상 ‘디플레 파이터’로 변신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돈을 더 풀고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터지기 직전인 가계부채 때문에도 그렇지만, 미국과의 금리차를 감안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외국인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과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미국과 반드시 동행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올릴 때 내리거나, 올려도 뒤늦게 올린 적이 적지 않다. 가령, 2004년 7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을 때, 한국은 오히려 기준금리를 내렸고, 15개월 뒤에야 따라 올렸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내렸던 2007년 중순 이후에도 한국은행은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금리를 내렸다. 대외 상황보다는 국내 경기와 물가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06년 6월 이후 114개월 만에 맞은 이번 미국 금리 인상기에 한국은행은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수 차례 말했다. 금리 동반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원론적 발언일 수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 의견도 대체로 비슷하다. 미 연준이 ‘점진적인 인상’을 공언한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 회복이 더디고, 특히 소비자물가가 연준이 기대하는 수준(2%)까지 오르지 않으면,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제로금리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했지만, 중국·유럽연합·일본 등이 돈을 풀고 있는 와중에 한국만 반대의 길을 갈 이유와 명분도 없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상반기까지 우리 통화 당국은 금리를 동결하며 자본 유출 등 파급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금리 인상 논의는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즈음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이 2016년 상반기 중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관망만 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차는 1.25~1.5%포인트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동결하면 양국 금리차는 0.75~1%로 좁혀진다. 그러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와 관련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은 2016년 상반기에는 금리를 계속 동결하다가 2016년 연말쯤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 못 해

반면,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한국의 경제 여건을 들어 오히려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내년 하반기에 한국 경제가 ‘돈 조이기’를 견딜 만한 체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중국 및 신흥국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한국 내수 회복세가 약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중 한 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먼삭스는 “낮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내년 예산, 가계부채 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할 것”이라며 내년 2분기쯤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변수는 내수 경기다. 2016년 한국 경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소득·일자리 정체와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만약, 내수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대외 변수로 인해 실물·자본 시장이 위축되면 2016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 경우, 가계부채 확대와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논란도 함께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이 ‘2(동결)대 1(인하)’로 갈린 전문가들의 금리 전망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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