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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두 자녀 정책’ 성공할까] 도대체 애는 누가 낳나? 

육아 부담으로 출산 기피 현상 … 실버산업이 더 유망?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지난해 10월 말 끝난 중국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의 핵심 화두는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동안의 안정적 성장’이었다. 그 고민의 산물 중 하나가 ‘한 자녀 정책’의 전면 폐지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노동가능 인구의 퇴장에 대응하지 않고서는 중국 경제의 중장기 활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도부의 결단이다. 중국에 신생아가 더 태어난다 하니 분유와 유아용품·학습도구의 판매는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영화관과 놀이동산의 매출은 또 얼마나 증가할지, 관련 업계가 들떠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신생아 수는 구조적으로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며, 최소 20년 간 고령화의 물결을 되돌리지도 못할 것이다.

인구로 본 민스키 모멘트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성장률 둔화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노동가능인구는 1995년을 정점으로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이후 2년 정도 더 성장하다 가라앉아 버린다. 당시만 해도 일본 당국은 1991년부터 본격화한 불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 거시정책 조절로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들의 판단은 틀렸고, 거품경제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일본 정부는 경기사이클의 이면에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예상치 못했다. 또한 빚으로 쌓아 올린 각 부문의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부채 팽창기 때 칭송했던 잠재성장 능력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게 될지 알지 못했다. 부채 팽창기 시절의 잠재성장 능력 과대평가는 하이먼 민스키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황기 경제 주체들의 투기적 낙관론과 다를 바 없다. 정책 입안자와 경제 주체들은 실체 이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부풀려 생각한다.

중국의 노동가능인구 변화와 명목 GDP의 변화를 보자[그래프 참조]. 노동가능인구는 2012년부터 꺾이기 시작해, 2014년 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 완연해졌다. 노동계수의 저하와 함께 나타났던 손쉬운 성장기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리커창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에 닿는 높이의 열매는 거의 다 따먹었다’. 일본의 경험에 비춰보면 중국 명목 GDP는 앞으로 몇 년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심각한 성장 둔화 혹은 정체기를 겪을 위험에 놓인다. 가령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지속한다고 해보자. 중국은 아이 한 명이 부모(2명)와 친조부모(2명)·외조부모(2명)를 부양하는 ‘1대 6’의 인구구조, 좀 더 길게는 부부(2명)가 양가 부모(4명)를 부양하는 ‘1대 4’의 인구구조로 굳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내수는 당국의 경기대책에도 중장기 둔화의 길을 걷게 된다. 불어나는 사회보장비용으로 정부재정 또한 빠르게 악화한다. 아이 한 명이 부담하게 되는 잠재 조세부담률 역시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불어난다.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은 이런 변화에 초기에는 둔감하지만 역치에 도달하는 순간 격렬히 반응한다. 일본이 그랬다. 이론상 한 가구(부부)가 양가 부모와 양가 조부모로부터 주택을 물려받게 되는 ‘1가구 4주택’의 부동산 수급구조가 도래한다고 가정하면 최근의 부동산시장 침체는 명함도 못 내민다. 물론 세월이 흘러 조부모와 부모 세대의 인구가 순차적으로 한계연령에 도달해 급감하는 순간이 오면 이 악순환도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최소 20년 간 중국은 고령화의 덫에서 허우적대야 한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 물론 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답은 다를 것이다. 이미 늦었다 한들 지금이라도 대책을 내놓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두 자녀 전면 허용이 가져올 실제 효과는 당장 추정이 어렵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가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리고, 2050년까지 노동가능인구를 3000만 명 더해줄 것이라 자신한다.

분명 신생아 관련 소비는 지금보다 더 늘 수 있다. 그러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2년 전, 한시적으로 두 자녀를 허용했을 당시 전문가들은 연간 300만~400만 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145만 명에 그쳤다. 당시 당국은 1100만 명의 부부가 둘째 자녀를 낳을 자격을 부여받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둘째 자녀를 등록한 부부는 13%에 그쳤다.

이유가 뭘까. 대도시의 젊은 부부에게는 한 자녀 양육도 벅찬 게 현실이다. 현지 언론들조차 늘어나는 주거비용과 부모 부양 비용, 각종 사교육비 부담, 달라진 삶의 가치관 등으로 두 자녀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시골을 떠나와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농민공 부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 중국의 평균 가계소득이 중장기적으로 둔화하는 명목성장률에 수렴해 간다고 보면 양육비 부담으로 둘째 아이를 꺼리는 현상을 바꾸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오랜 한 자녀 정책 탓에 향후 15년 간 결혼적령인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고착화된 성비 불균형 문제는 가임여성 인구의 감소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출생률을 높이고 신생아를 늘리고 싶어도 신혼부부 수가 줄고, 임신 가능한 여성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향후 15년 간 중국에서 새로 산모가 되는 여성의 수는 35%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2014년 기준 1.25명인 출산율을 2030년까지 1.89명로 끌어올려야 현 수준의 신생아 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시진핑의 두 자녀 정책이 100% 효과를 발휘해야 15년 후 신생아 수가 지금과 같아진다.

가임여성 인구의 구조적 감소

앞서 상기했듯이 100%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선진국 사례와 경험을 들자면 교육수준이 높아진 여성들, 사회활동 참여가 높아진 여성들의 출산 빈도는 지속적으로 둔화됐다. 중국은 이미 이 두 가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의 두 자녀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신생아의 감소를 막기 어렵고, 향후 20년간 중국의 고령화 물결을 가로막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자, 이번 정책의 목표이기도 하다. 굳이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에서 산업 기회를 찾고자 한다면 신생아 관련 산업보다는 실버산업(보험·헬스케어·바이오 등)이 더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노동가능인구는 상단기간 추세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잠재성장률은 상당한 생산성 혁신 없이는 계속 하강압력에 직면한다.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두 자녀를 전면 허용한 것은 바람직하고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만시지탄의 우려는 일정 기간 상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관건은 이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술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이뤄내느냐 하는 것이다. 입으로 하는 구조개혁이 아닌 실체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1318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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