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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전쟁’ 

 

사진 주기중 기자, 글 박상주 기자 clickj@joongang.co.kr

설은 음력으로 새해 첫 날을 기리는 명절입니다. 예전엔 원일(元日)·원단(元旦)·세수(歲首)·연수(年首)·단월(端月)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첫날이니만큼 매사에 조심하고 근신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신일(愼日)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설은 시끌벅적한 연말이나 신정과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가족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하게 즐기는 연휴로 정착했습니다.

화투(花鬪) 공장은 설 용품 관련 업체가 그렇듯 설 무렵 더욱 바쁩니다. 평소보다 20% 정도 매출이 늘어납니다. 재고도 털지만 ‘신상’ 화투도 이 때 많이 만듭니다. 이제 4곳만 남은 공장에서 만드는 화투가 전국으로 나갑니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설이면 화투를 치는 손도 바쁩니다. ‘꽃들의 전쟁’이라는 화투 한 목엔 열두 달과 인간군상이 들어있습니다. ‘광’은 에도시대 영주를 상징합니다. 일본 명절이 있는 달에 들어 있습니다. ‘열끗’은 사무라이인데, 영주(광)가 없는 달에만 있지요. ‘띠’는 관리, ‘피’는 평민을 의미한답니다. ‘고스톱’은 단순한 게임이지만 48장 화툿장은 빠르게 회전하며 대하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왜색이나 도박성 때문에 화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중에 화투만한 것도 없습니다.

- 사진 주기중 기자, 글 박상주 기자 clickj@joongang.co.kr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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