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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정치·사회 인식] “한국 사회는 불공정” 66% 

5명 중 2명은 이민 떠올려 ... 절반은 중도 성향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사진:청와대 제공
본지 설문조사에 응한 임원 100명의 절반가량은 자신의 정치 성향이 ‘중도(51%)’라고 답했다. ‘보수(33%)’라고 응답한 임원은 ‘진보(14%)’의 두 배 수준을 넘었다. 본지는 지난해 2월 부장급 189명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본지 1273호 보도). 당시 결과도 ‘중도(51%)-보수(25.4%)-진보(18.5%)’ 순이었지만 보수와 진보 간 차이가 적었다. 대체로 임원들이 부장급보다 조금 더 보수 쪽에 치우쳤음을 알 수 있다. 지지하는 정당도 새누리당(24%)-더불어민주당(14%)-진보정당(2%) 순으로 여당 지지자가 더 많았다. 다만 ‘없다’고 응답한 임원이 60%로 가장 많았다. 최근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의당(가칭)의 경우 설문조사 시점이 이보다 전이었던 관계로 설문에서 빠졌다.

정치 성향을 보수 쪽으로 밝힌 임원이 많았지만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대체로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임원들은 현 정부의 국정수행 평균 점수를 보통 수준인 ‘C(32%)’로 매겼다. ‘D(24%)’와 ‘B(23%)’로 매긴 임원은 팽팽히 나뉘었지만 ‘F(18%)’가 ‘A(2%)’를 압도했다. 정부의 국정수행이 낙제점에 가깝다고 본 임원만 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임원들에게 현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보통(52%)’과 ‘불만족(31%)’을 택한 임원이 83%로 압도적이었다. 기업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임원들이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선 그저 그렇거나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매우 불만족’도 7%나 됐다. ‘매우 만족’과 ‘만족’은 각각 1%, 7%에 그쳤다.

박근혜정부 국정수행 점수 C

그렇다 보니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61%)’가 ‘있다(39%)’보다 많았지만 차이는 예상보다 적었다. 통상 일반 근로자들보다 고액 연봉과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리는 임원조차 5명 중 2명가량은 한국 사회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일반 표본집단보다는 이민을 덜 꿈꿨다. 지난 1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남녀 1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8.6%가 ‘가능하다면 이민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복수응답으로 ‘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56.4%)’ ‘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52.7%)’ ‘소득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서(47.4%)’ ‘직업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47.4%)’ ‘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46.3%)’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아서(44.4%)’라고 답했다.

임원들은 한국 사회가 ‘별로 공정하지 않다(56%)’고 생각했다.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도 10%나 돼 전체의 66%가 공정하지 않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3명 중 2명 꼴이다. ‘대체로 공정하다’고 한 임원은 33%, ‘매우 공정하다’고 한 임원은 1%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 담론’이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집단 중 하나라는 임원들 사이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만 30세 미만 성인 남녀 9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의 이슈’ 설문조사에서 44%의 응답자들은 지난 한 해 가장 공감한 신조어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꼽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할까. 역시 ‘출발과 과정에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사회’란 응답이 58%로 가장 많았다. ‘자율과 창의가 제약받지 않고 최대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사회(23%)’ ‘사회적 약자를 보다 많이 배려하고, 실패해도 일어설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18%)’란 응답이 각각 뒤를 이었다.

계층 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현재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분야 두 가지도 물었다. 복수응답으로 ‘정치(84%)’를 택한 임원이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교육(26%)-노동(21%)-경제(20%)-중앙행정(12%)-언론(10%)-법조계(7%)-사회복지(5%) 등이 차례로 꼽혔다. 교육계와 노동계, 경제계에 대한 불만도 많았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갈등은 ‘계층 간 갈등(46%)’이었다. ‘이념 간 갈등(28%)’ ‘세대 간 갈등(14%)’ ‘지역 간 갈등(12%)’이 뒤를 이었다. 일반 근로자들 대부분이 ‘부자’ 혹은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임원들 또한 빈부 격차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거론되는 양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임원들은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반가량이 ‘고용(49%)’이라고 답했다. ‘국가 경제 발전에의 기여(30%)’를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으로 본 사람보다 많았다. ‘사업을 열심히 해서 나라를 살린다’는 의미의 기업보국론이 각광받던 과거와 달리,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구조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취업난 해소야말로 기업이 가장 먼저 기여해야 할 책무라고 보는 것이다. 이밖에 ‘이익의 사회 환원(14%)’ ‘소비자 만족(5%)’ ‘직원 복지(2%)’ 순의 응답이 나왔다. 현재 국내 기업이 이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다하지 못하고 있다(58%)’는 응답이 과반수였다. ‘형편없다’는 임원도 11%나 됐다. ‘충분하다’는 28%에 그쳤고 ‘훌륭하다’는 3%에 불과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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