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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거짓말을 찾아라 

모든 거짓말은 언어적, 비언어적 힌트 남겨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ted.com
학교에서 두 아이가 다투고 있었다. 이걸 본 선생님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한 아이가 대답했다. “저희가 만원짜리 한 장을 주웠는데요, 둘 중에서 거짓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갖기로 했거든요.” 선생님 왈 “한심한 놈들. 창피한 줄 알아라. 내가 너희들 만할 때는 거짓말이 뭔지도 몰랐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체념한 듯 말했다. “만원, 선생님께서 가지세요.”

정녕 그러하다. 세상은 거짓말로 넘친다. 어머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여자들), 방금 출발했어요(중국집), 정말 밑지고 파는 거예요(장사꾼), 목만 축였어요(음주운전자)…. 누구나 언제든 거짓말을 한다. 정직을 생명으로 하는 의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눈 하나 꿈쩍 않고 태연히 위약(placebo)을 처방한다. 허나 대개의 거짓말들은 무해할뿐더러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 만하다. 거짓말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윤활유 역할도 한다.

하루에 10~200번 거짓말


▎‘거짓말을 찾아라’ 강연 동영상.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1971년생 고릴라 코코는 ‘말하는 고릴라’라고 불린다. 인간의 단어 약 2000개를 이해하고, 이 중 1000개 정도는 수화로 표현까지 한다. 코코는 애완용 고양이와 같이 지내고 있는데 종종 자신의 잘못을 고양이에게 뒤집어 씌운다. 한 번은 고양이가 벽에서 싱크대를 뜯어냈다고 거짓말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코코는 예외 중의 예외일 뿐 지구상 거짓말 챔피언은 단연 인간이다(거짓말 능력은 지능과 전두엽 크기에 비례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10~200번 거짓말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 간에는 첫 10분 동안 평균 3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일상 대부분의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고, 여차하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악의의 거짓말(black lie)도 있다. 이건 거의 범죄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거짓말은 개인, 회사, 공동체, 나아가 국가에 치명적이다. 적자인데도 이익이 났다고 뻥치고, 돈을 받았으면서도 안 받았다 오리발 내밀고, 청탁을 했는데도 안 했다고 잡아떼는 통에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몸살을 앓아야 했는가. 소셜미디어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속임수의 심리학(Liespotting)]의 저자 파렐라 마이어(Pamela Meyer)는 말하는 사람의 자세, 눈동자, 심박동, 꼼지락거림 등을 보고 거짓말을 밝히는 과학적이고도 재미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거짓말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 일반인들이 거짓말을 가려낼 확률은 54% 정도인데, 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9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요체는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작은 실수를 세심하게 포착하는 데 있다.

우선 언어적 실수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의 얘기를 들어보자. “여러분, 제 말을 들어 보세요. 다시 한 번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여자(that woman), 르윈스키 양과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누구에게 절대로, 단 한번도(not a single time) 위증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did not).”

모두 알다시피 1998년 특별검사의 조사 결과 클린턴의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클린턴은 위증과 사법방해를 이유로 탄핵 직전까지 가게 된다. 그런데 굳이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클린턴의 말을 잘 뜯어보면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은 부인 의사를 표현할 때 구어체(didn’t) 보다 문어체(did not)를 주로 사용한다. 다음으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이슈가 되는 주제와 거리를 두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that woman). 아울러 자신의 말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는 것(not a single time)도 진실을 가리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만약 클린턴이 질문 전체를 반복해서 말했다거나 지나치게 세부사항까지 언급했다면 그건 더더욱 거짓말의 증표이다.

다음은 비언어적 실수다. 프로이트의 말이다. “누구도 비밀을 유지할 순 없다. 입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는 손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존 에드워드는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꺼이 친부확인 검사를 받겠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이 영상을 다시 보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네”라고 말하면서 머리는 “아니오”라고 흔든다든지,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도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놓는 것이 보인다. 이 역시 거짓말의 증표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


▎사진:중앙포토
또 한가지 거짓말의 결정적 증거는 가짜 미소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뺨 근육을 움직여 가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로 미소를 지을 때는 눈가의 주름(일명 까마귀발 주름)이 움직이는데, 이 주름은 의식적으로 수축이 안 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까마귀발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의 미소가 진심인지 거짓인지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다(보톡스를 조심할 것. 보톡스는 당신의 까마귀발을 없앤다).

파멜라 마이어의 주장은 CIA 수사기법과도 맥이 닿는다. 1994년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OJ 심슨 사건에서 전직 프로풋볼 선수였던 심슨은 전 부인과 그 애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된다. CIA에서 베테랑 심문관으로 활약했던 필립 휴스턴은 심슨에 대해 ‘초반 5초’만 취조를 잘 했어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CIA 역시 두 가지 반응을 본다. 우선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언어적 반응이다. 이를 테면, 질문에 즉시 답하지 않거나 분명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 공격적으로 태도가 돌변하거나 기억을 선택적으로 말하는 것 등이다.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하라고 했는데 “난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아요”와 같이 포괄적인 대답을 하는 것도 수상쩍다. 비언어적 반응으로는 눈 깜빡임, 헛기침이나 침 삼키기, 눈의 초점 이동, 차림새 정돈하기 등이 있다. 또한 심문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뭐라도 장벽이 될 만한 물체를 놓는다거나, 말하면서 손으로 코를 만지거나 입을 가리는 행동도 거짓말의 단서일 수 있다.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실된 세상! 듣기에는 참으로 좋다. 허나 그런 (숨막히는) 세상에서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이고, 선의의 거짓말은 세상을 기름지게 한다. 허나 독이 되는 거짓 말은 피해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거짓말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무한정 빨라지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인한 폐해와 더불어 거짓말이 들통날 확률도 높아졌다는 말이다. 더구나 파멜라 마이어와 같은 거짓말 분석가들이 등장하고, 거기에 생리적 신호는 물론 뇌파까지 측정하는 거짓말 탐지기까지 보편화되고 있지 않은가.

아, 그나저나 2016년은 총선의 해, 벌써부터 아찔해진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이건 정치인들 잘못이 아니다. 순전히 잘못 뽑은 국민들 탓이다. 후보자들의 말과 표정은 하나같이 그럴싸하다. 이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잘 따져보자. 경제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만큼은 진짜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관련 유머 하나. 정치인이 거짓말 할 때는 언제일까? 정답은 입술이 움직이고 있을 때란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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