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청소년이여 꿈을 품어라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말처럼 달려간다. 앞자리가 바뀐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쉰’이라는 숫자가 생경하다. 요즘 들어 젊었을 때 ‘이런 일도 한 번 해볼 걸’이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이제 확실히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전은 어땠을까. 주변 사람에게 실망하고, 환경에 좌절하며 쓴맛을 보았지만 대체적으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경과 분야를 넘나들며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중을 오가며 사업을 할 수 있는 근원은 중학생 시절부터 쌓아온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있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았다. 오전에는 탁월한 비즈니스맨을 꿈꿨고, 오후에는 혁신적인 서비스 운영자를 희망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래 희망이 바꾼 셈이니 ‘꿈돌이’가 따로 없었던 것이다.

간혹 교직에 있는 친구를 만날 때면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라는 말을 듣는다. 그가 다르다고 한 지점은 ‘예의’가 아니라 ‘꿈’이었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것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잠자리를 잡을 때는 곤충학자가 되고 싶었고, TV에서 우주가 나오면 화성에 가는 꿈을 꾸었다. 심지어 친구 중 한 명은 명왕성에서 금을 캐오면 어떨까라는 맹랑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지만 다양한 호기심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며, 학생들을 살 찌우는 최고의 영양제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없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 입사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면 “공무원은 정년이 길잖아요” “대기업은 연봉이 높잖아요” 등의 답변이 나온다고 한다.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할까. 필자는 중학교에서 답을 찾았다. 아직 초등학생은 다채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꿈이 사라지는 시기가 중학교 시절이다. 중학교 시기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중학생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경험’을 선물하기로 했다. 미약하지만 청소년에게 정보통신 세상을 볼 수 있는 작은 창을 만들어 준 것이다. 4년 전부터 학생들을 초대해 사물인터넷에 대해, 메모리반도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성 공장에서 직접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매출과는 무관한 일이라 처음에는 임직원의 볼멘소리도 들었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그걸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지역의 진로직업체험센터에 전달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적극적인 민관 협력이 중심이 된 자유학기제가 청소년들이 참다운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결국, 회사는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을 맞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간의 적극적인 상호협력의 물꼬를 열었다.

누군가는 엄혹한 시대에 꿈과 열정을 논하는 건 촌스럽고 낡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청소년 시절 다양한 분야에서 키운 호기심이 세계 5위권의 메모리반도체 패키징 회사의 수장이 되는 자양분이 됐다고 확신한다.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관한 폭넓은 민관 협력으로 언젠가는 “요즘 애들은 달라”라는 말이 “우리 때보다 하고 싶은 것도, 꿈이 참 많아”라는 말로 바뀌길 희망한다.

-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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