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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연기금투자풀 수익률 보니] 국민연금 수익률(2015년 잠정 4.24%)보다 약 1.5%P 낮아 

채권형 2.98%, 혼합형 2.59% … 공동주간사 중 한국투신운용이 삼성자산운용 앞서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summary | 정부 산하 각종 연금이나 기금에서 일정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공적 연기금투자풀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의 90%를 차지하는 채권형·혼합형 펀드 투자 수익률도 일반 공모펀드 시장 평균 수준에 그쳤다. 관련 업계에서는 연기금투자풀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산하 각종 연금이나 기금에서 일정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공적 연기금투자풀(이하 연기금풀)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풀 투자의 90%를 차지하는 채권형·혼합형 펀드 투자 수익률도 일반 공모펀드 시장 평균 수준에 그쳤다. 연기금 투자풀은 국민주택기금·신용보증기금·군인연금기금 등 각종 연기금의 일정 자금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2001년 도입됐다. 연기금풀은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공동 주간사를 맡아 예치자금을 통합관리하고 이를 개별 자산운용사에 배정해 투자한다.

국공채는 알리안츠운용, 주식형은 한화운용이 1위


연기금풀 펀드평가사인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기금풀 수탁고 잔고는 17조8239억원이다. 전년 대비 2조 3300여 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투자 유형별 순자산 비중을 보면 채권형이 48.1%, 혼합형이 41.7%다. 머니마켓펀드(MMF)는 9.5%, 주식형 펀드 비중은 0.7%다.

보건복지부가 잠정 집계한 지난해 국민연금 연간 투자 수익률은 4.24%다. 그러나 공적 연기금풀 수익률은 채권형이 2.98%, 혼합형이 2.59%에 그쳤다. MMF 수익률은 1.7%,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3.8%였다. 공적 연기금풀의 투자 유형별 수익률은 BM(벤츠마크)수익률보다는 높았다. BM수익률은 펀드를 운용할 때 운용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지수나 코스피200지수를, MMF는 콜금리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BM으로 삼는다. 채권형 펀드는 3년 만기 국채나 1년 만기 통화안정채권을 기준으로 한다. 펀드 수익률이 BM수익률보다 높으면 운용을 잘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연기금풀 수익률은 215조원 규모인 일반 공모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평균 수준이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3.51%, 채권형은 2.67%, 혼합형은 2.72%였다. MMF 평균은 1.66%다.

연기금풀 수익률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나빠졌다. 채권형은 2014년 4.74%에서 2.98%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혼합형은 2.73%에서 2.59%로 떨어졌다. 시중금리 인하 영향으로 MMF 수익률 역시 2.47%에서 1.7%로 악화됐다. 연기금풀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작은 주식형 수익률만 같은 기간 마이너스 4.49%에서 3.8%로 좋아졌다. 공동 주간 운용사별로 비교하면, 채권형 투자는 한국투신운용(3.18%)이 삼성자산운용(2.94%)을 앞섰다. 혼합형은 삼성운용(2.61%)이 한국투신운용(2.53%)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풀 출범 때부터 주간운용사로 참여했고, 한국투신운용은 2012년 말 공동주간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탁고는 삼성운용이 14조4949억원, 한국투신운용은 3조3290억원이다.

연기금풀에 참여하는 개별 운용사별 실력 차이도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액티브주식형의 경우 한화운용이 연간 수익률 14.8%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에셋플러스운용(11.18%)·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9.21%) 순이었다. 이와 달리 동부운용은 마이너스 1.19%를 기록했고 한국투자밸류자산도 2.46%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한 달 운용 실적만 보면 현대인베스트먼트가 4.89%로 가장 높았다. 시황 부진으로 인덱스주식형에 투자한 운용사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KDB자산운용이 마이너스 1.79%로 가장 나빴다. 다음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0.73%)·교보악사운용(-0.02%) 순이다. 국공채형 수익률은 자산운용사별로 크게는 1.2%포인트가 차이가 났다. 국공채 연간 수익률은 알리안츠운용이 3.56%로 1위였다. 다음은 KB운용(3.49%)·KDB운용(3.38%)·NA-CA운용(3.36) 순이었다. 베어링운용은 국공채 수익률이 2.16%에 불과해 최하위였다. 동부운용(2.23%)과 마이다스운용(2.4%)·현대인베스트먼트(2.42%)도 부진했다.

주식형펀드 투자 비중 1%도 안돼


일반채형 수익률에서는 신한BNPP가 4.09%로 18개 운용사 중 유일하게 4%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3%대 수익률을 거둔 곳은 미래에셋자산(3.57%)·KB운용(3.13%) 두 곳이었다. 일반 채형 수익률이 가장 낮은 운용사는 베어링운용으로 2.09%에 그쳤다. 동부운용(2.11%)·NH-CA운용(2.31%)·키움투자운용(2.34%)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 1월 들어서는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 연기금풀 수탁고는 18조8334억원(말잔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채권형 수익률이 5.62%로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투자 유형에서 수익률이 나빠졌다. 혼합형 수익률은 지난해 말 2.59%에서 올 1월 말엔 0.0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MMF는 1.7%에서 1.53%로, 주식형은 3.9%에서 마이너스 2.55%로 떨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연기금투자풀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금 특성상 수탁자들의 안전 투자 성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주식형 투자 비중이 1%도 안되는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1월 말 기준 유형별 순자산 비중을 보면 MMF는 지난해 말보다 3.9%포인트 증가했고, 혼합형과 채권형은 각각 2.4%포인트, 1.6%포인트 줄었다. 주식형 비중은 그대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연기금투자풀 해외·대체투자 신상품 도입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상업용 건물과 리츠 투자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관련 투자는 한 건도 없다. 연기금풀에 참여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풀에 참여하는 개별 운용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운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3개 정부 관련 기금 중 55곳이 연기금투자풀에 여유자금을 위탁하고 있다(2014년 말 기준). 국민주택기금이 4125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신용보증기금(1157억원)·고용보험기금(1020억원) 순이다.


-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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