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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장비·인테리어 ‘특급 모텔’ 가보니] 천장 열리고 클럽으로 변신하고 

노래방기기·라텍스·발마사지기 갖춰 ... 가성비 갖춘 고급화 눈길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모텔인 듯 모텔 아닌 모텔 같은 너-. 정기고와 소유가 함께 부른 노래 ‘썸’의 가사를 살짝 변형해 본 말이지만, 지금 모텔시장의 현황이 그렇다. 모텔이 고급화를 내세우며 ‘탈(脫) 모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파티를 즐길 수 있다는 파티룸은 모텔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된 지 오래다. 클럽의 스테이지를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의 ‘클럽룸’,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테라스룸’, 펜션을 방불케 하는 ‘복층룸’ 등 다양한 형태의 방도 생겨났다.

모텔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놓은 여관’이라는 뜻이지만, 숙박·관광 업계에서 모텔은 흔히 여관 중에서 호텔급 서비스나 인테리어가 있는 곳을 뜻하는 말로 통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은 ‘대실’이라는 이름의 시간제 예약(대개 3시간부터)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티크 호텔 자처하는 호텔급 모텔 즐비

요즘 모텔은 다르다. 말 그대로 ‘호텔급 모텔’인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15일 기자가 찾은 서울 낙원동 낙원상가 앞 이른바 ‘모텔촌’ 역시 그랬다. 모텔이 즐비한 젊음의 거리지만 모텔이라는 글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마다 부티크 호텔을 자처하며 인테리어를 고급화한 호텔급 모텔이 대다수였다.

‘컬리넌 호텔 종로’라는 문패를 보고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여기어때 집계 기준 서울 시내 예약률 1위를 자랑하는 ‘핫 플레이스’다. 휘황찬란한 입구에서부터 차별화를 부르짖는 모양새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깔끔한 프런트 데스크에 양복을 갖춰 입은 직원이 응대한다. 1층 라운지에서는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콜라·사이다 등을 마시면서 기다리는 커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끝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소식을 스마트폰을 통해 지켜보며 차를 마시는 커플도 있었다. 여느 모텔 같았다면 구석 자리에 서서 ‘카운터 아저씨’의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어야 했을 터다. 하지만 모텔 앱으로 예약해서 오는 손님이 많아 라운지에 사람이 많이 차지는 않는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전자카드를 문고리에 대자 문이 열린다. 숙박(오후 6시~다음날 2시) 9만원, 대실(여기어때 기준 5시간) 4만원인 ‘스위트룸’에 들어갔다. 어림잡아 66㎡(20평)이 넘어 보이는 객실은 거실과 침실, 대형 욕조가 있다. 물론 거실·침실·욕조를 나누는 문이나 턱은 없다. 대형 욕조는 성인 4명이 물장구를 치더라도 좁지 않은 크기다. 거실에는 앤티크풍의 큰 의자와 거울이 있다. 여성 고객이 나만의 화장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비치한 설비다. 침대 옆에 있는 세면대도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평평한 세면대 바닥이 직사각형으로 펼쳐진 것으로,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볼 법한 디자인이었다.

룸서비스는 부실해 음식은 배달시켜야


아쉬운 점이 눈에 띄기도 했다. ‘맥주+기본 안주’가 전부인 룸서비스가 그렇다. 고급스러운 방이지만, 음식을 시켜먹으려면 아직은 배달앱에 의존해야 한다. 샴푸·칫솔 등 1회용품이 담긴 ‘어메니티’가 모텔 특유의 비닐 팩에 담겨 1000원에 판매되는 것 역시 그렇다.

모텔시장의 프리미엄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어때 ‘바로 예약’을 통해 집계된 수도권의 톱10 모텔을 집계한 결과,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썸(SOME)’ 모텔이 1위로 꼽혔다. 예약률로는 서울을 포함해도 수도권 전체 1등이다. 비결은 역시 고급화였다. 썸 모텔은 숙박 1박당 3만5000~4만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무려 10시간(오후 4시~다음날 오후 2시)을 이용할 수 있다. 맥주를 벗삼아 밤새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날 늦잠을 자더라도 여유 있는 정도다. 1박에 4만5000원 하는 특실은 복층룸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캠핑 콘셉트다. 나무 벤치를 작게 만든 것 같은 의자와 간이 식탁,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등산용 의자 등이 있어 캠핑 분위기를 살렸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침실이 있다. 나무와 풀 느낌을 살렸다.

무조건적인 고급화가 아닌 ‘가성비’가 특히 중시되는 지역도 있다. 바로 강남이다. 강남 지역에서는 가격이 중요한 이슈다. 다른 곳과 달리 물가와 임대료가 비싸, 모텔비 역시 타 지역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역삼동 ‘벤’(대실 2만원), 서초동 ‘스타프리미어’(대실 2만5000원) 등은 타 지역 고급 모텔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고급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모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바·스테이지에 핑크색 조명까지


방 안에 노래방 기기가 있는 모텔도 있다. 신촌에 있는 ‘라뉘’는 방 내부에 노래방 기기와 바가 설치돼 있다. 커플은 물론 여성 친구들끼리 쉬다 가려는 수요까지 겨냥한 것이다. 수원 인계동 ‘1박 2일’은 유명 팝아트 작품을 오마주한 듯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모텔이라고 다 같은 모텔이 아니다. 요즘 모텔 업계에서는 이른바 ‘첨단 모텔’이 화두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최첨단 기술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텔 업계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다.

모텔 좀 다녀봤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산 암남동에 있는 ‘99.9’가 인기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이 모텔은 천장이 열리는 ‘하늘뷰 객실’이 유명하다. 버튼을 누르면 천장에 설치된 창문이 열리면서 별을 볼 수 있다. 천장 위로 보이는 별을 벗삼아 맥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방 안에는 발마사지기도 있어 여성 고객끼리 파티를 하러 오는 경우도 많다. 낮에는 창문을 통해 송도해수욕장을 감상하고, 천장의 햇살로 일광욕을 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에 수영장과 바비큐장, 당구대 등이 있는 건대입구 ‘쁠랑’도 관심을 모은다. 이 모텔 지하 1층 B01호 ‘클럽파티 룸’은 아예 핑크색 조명을 살렸다. 여성 서너 명이 댄스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스테이지는 물론, 클럽에서 볼 법한 곡선 느낌의 바, 사이키 조명이 있는 욕조, 더블 침대 2개 등이 있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하루 숙박(오후 6시~다음날 낮 1시)에 무려 23만원이나 한다. 할인가격이지만 호텔신라의 1박(호텔스닷컴 3월 22일 오후 11시 접속, 3월 29일 1박 예약시)과 같은 가격이다. 화곡동에 있는 ‘메이트’ 모텔은 영화·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MBC의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찍기도 했다.

모텔 인테리어의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전국화’ 트렌드다. 여기어때 집계 결과 지난 2014년 11월~2015년 1월 3개월 동안 예약률 상위 지역이 1위 서울 신촌(10.5%), 2위가 종로(9.8%), 3위가 잠실(6.3%), 4위 수원(6.2%)이었다면, 1년 뒤인 2015년 11월~2016년 1월의 예약률 상위 지역은 전주(11%), 신촌(9.9%), 부산(6.4%), 여수(6.2%) 순이었다. 여기어때 김다빈 홍보 담당은 “이전에는 기차·지하철역 주변이나 모텔촌 등 번화가 주변이 모텔 예약의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전국 주요 여행지로 예약 수요가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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