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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공실률 줄이는 타임커머스 앱] 이건 누가 뭐래도 특급 할인이야~ 

빈 방 최고 80%까지 싸게 팔아 ... 앱 개발사-소비자-호텔 모두 윈윈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지난 1월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초에는 1조원을 들여 2017년까지 호텔 객실을 5000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해 2012년에 시행한 것이다. 최근 4년 동안 호텔 150개가 새로 지어졌다. 늘어난 객실은 1만80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호텔이 급작스럽게 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80.7%이던 서울 지역 객실 이용률은 2015년 53%로 하락했다. 특히 하루 숙박비가 30만원이 넘는 특급호텔은 공실률 걱정이 더하다.

공급 과잉 우려에 앱 적극 활용


특급호텔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는 가운데, 당일 예약이 안 된 호텔 객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타임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이 공실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 객실은 상품 특성상 하루가 지나면 가치가 사라진다. 할인된 가격이라도 당일 판매할 수 있다면 호텔 측에선 이득이다. 그럼에도 이미지 하락 등을 이유로 제휴를 꺼려온 특급호텔들이 최근 들어 타임커머스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더플라자호텔의 윤문엽 매니저는 “1~2년 전만 해도 제휴 사실을 숨기려는 호텔이 있었지만 모바일 예약 수요가 늘면서 타임커머스 앱이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 역시 “호텔 공급 과잉으로 특급호텔 역시 저마다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오히려 당일 호텔 예약서비스 앱을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전했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들이 공개한 파트너사 목록에는 웨스틴 조선호텔·서울신라호텔·W서울워커힐·JW메리어트호텔서울·그랜드힐튼서울·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 같은 주요 특급호텔이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가장 많은 누적 다운로드 수를 보유한 데일리호텔 앱을 열자 ‘데일리초이스’라는 메뉴 아래 당일 예약 가능한 특급호텔 목록이 떴다. 롯데호텔서울 30만 8500원(1박 기준, 기존 객실료 49만6100원), 임피리얼팰리스 서울 15만9900원(38만7200원), W서울워커힐 35만3500원 등의 상품이 예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만원 이하 특1급 객실도 여럿 눈에 띄었다. 38만7200원에 올라온 디너 룸서비스가 포함된 서울신라호텔의 비즈니스 디럭스룸 상품은 매진이었다. 룸서비스를 제외한 비즈니스 디럭스룸의 원래 객실료는 47만1900원(세금과 봉사료 포함)이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은 정가에서 최고 80%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남는 객실을 대량 구매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호텔과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 손해 보지 않는 적정 구매가를 협의하는데, 할인율 마지노선이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앱 업체가 고객 유치를 위해 이윤을 줄이고 할인율을 높이는 등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 호텔 타임커머스 앱을 이용한 예약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호텔 업계에 따르면 아직은 사전 예약, 패키지 예약과 비교해 그리 높지 않다. 더플라자호텔의 호텔 타임커머스 앱 예약 비중은 10% 미만이다. 호텔타임·핫텔·호텔나우 등과 제휴한 그랜드앰배서더서울의 경우 전체 예약률에서 이들 앱을 이용한 예약률이 차지하는 비율은 1~2% 수준이다. 손성혁 그랜드앰배서더서울 매니저는 “하지만 건 수로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300% 증가했다”고 말했다. 손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하게 생각해 앱을 이용한 예약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실률 낮추기’ 말고도 특급호텔이 타임커머스 앱과 손잡는 이유가 있다. 봄이면 특급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딸기 뷔페’를 선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바로 호텔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 윤 매니저는 “호텔 타임커머스 앱에서 젊은 고객에게 브랜드와 다양한 서비스를 알릴 수 있다”며 “합리적 가격에 호텔을 경험하고 나면 객실에서 레스토랑·스파·웨딩홀로 이용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5~6만원에 뷔페를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두 세 시간 호텔에 머무르게 하는 딸기 뷔페와 맥을 같이 한 마케팅 전략이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 시장 1000억원 규모

여기에 모바일이 활성화하면서 앱이 특급호텔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을 한다. 손 매니저는 “호텔 타임커머스 앱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채널 중 하나”라며 “앱에서 이용 후기를 확인할 수 있어 고객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급호텔까지 가세하면서 호텔 타임커머스 앱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호텔타임을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장영철 부대표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지 2년 만에 거래액 기준 1000억원 대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데일리호텔은 지난 4월 누적 다운로드 수 400만 건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1200여 개 호텔과 제휴를 맺었다. 펜션·풀빌라와 해외 호텔까지 더하면 4000여 개 숙박 업체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고급 레스토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호텔타임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90만 건을 기록해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호텔타임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가 높은 호텔을 엄선해 입점 시키는 전략으로 매월 매출이 30~40% 성장하고 있으며 월간 거래액이 10억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매일 최소 40개 이상의 호텔 프로모션과 패키지 상품을 제공한다. 항공·KTX 등 당일 교통편 예약으로도 유명한 세일투나잇은 호텔 객실뿐 아니라 호텔 뷔페, 레스토랑, 레저, 문화·공연처럼 숙박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여가 상품을 하나로 묶어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객실 예약부터 체크인·체크아웃까지 모바일로 할 수 있는 ‘로켓 체크인’과 ‘일대일 채팅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하는 핫텔은 전국 46개 특1급 호텔과 손잡았다. 호텔나우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중국어 웹서비스도 선보였다.

익스피디아·아고다 등 외국의 호텔 예약서비스는 이미 관광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는 당일 예약 안 된 호텔 객실을 웹에 올리면 고객이 가격을 제시하는 역경매 방식 거래가 10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모바일을 이용한 판매 방식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고객에 한정하지 말고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앱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다만 상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객실료와 앱에서 제시하는 가격 사이의 적정한 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타임커머스 앱: 타임커머스는 시간(Time)과 시장(Commerce)을 더한 말로 판매 시간이 임박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최근 숙박·교통·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이용한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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