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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도시’ 수원 영통구] 일자리 많고 살기 편하니 젊은이 북적 

삼성 직원만 3만5000명 모인 지역 경제 중심 … 광교신도시 건설도 마무리 단계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영통육아종합지원센터 아이러브맘카페를 찾은 엄마와 아이들이 과일 꼬지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1. 신도시 중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광교신도시는 녹지율이 높다. 기존에 있던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등 두 개의 호수를 그대로 살렸다. 두 호수는 한때 수원 최고의 유원지와 낚시터로 유명했던 곳이다. 옛 정취는 없지만 신도시를 개발하며 두 호수 사이 공간을 대규모 공원으로 만들었다. 어지간한 수변공원 못지 않은 인프라를 자랑한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동환(32)씨는 “아내와 세 살 배기 아들과 일주일에 2~3번씩 공원을 산책한다”며 “유난히 우리 같은 젊은 부부가 많은 게 이 곳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말을 이용해 찾았더니 공원 안 인공분수엔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공원 내에는 유모차 대여 같은 세밀한 준비도 잘 돼 있다.

유권자 평균 연령 32.8세, 전국에서 가장 젊어

#2. 수원 영통구의 중심가에 자리한 미관광장은 5~6층짜리 상가에 둘러 쌓인 작은 광장이다. 인근 주민들이 흔히 약속 장소로 잡는 곳이다. 비교적 한산했던 낮과 달리 저녁 6시가 되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곳곳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12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종환(53) 씨는 “삼성전자와 주변 공공기관 등 직장인이 없으면 장사가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가끔 경기가 안 좋을 땐 직격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분식 노점을 운영하는 김점례(64)씨는 “낮에는 학생들이 주 고객이고, 밤에는 술 한 잔 걸친 대학생과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며 “젊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네라 활력이 있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으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인구는 33만 4266명이다. 이 중 20~39세 여성이 5만5630명으로 전체의 16.6%를 차지한다. 전국 252개 기초자치단체 중 6번째로 비중이 크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5.39%로 창원시 성산구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낮다. 전국 평균이 17.5%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고령인구 대비 젊은 여성 인구 상대비중이 3을 넘는 건 전국에서 영통구(3.09)가 유일하다. 2위인 성산구(2.61)와도 격차가 크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경북 의성군(0.17)과 비교하면 무려 18배나 높다.

그 중심에 1130만㎡ 규모의 광교신도시가 있다. 2005년 개발을 시작한 광교신도시는 영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용인 서울고속도로의 교차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만 3곳의 IC가 있는 교통 요지다. 대중교통도 편리해 서울 강남과 경기도 주요 산업단지로 이동이 쉽다. 약 3만 세대의 아파트가 지어졌고, 2012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최근 도시 형성이 거의 완료됐다. 최근 신도시 거주 인구가 8만 명을 넘어섰다. 영통구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광교신도시에 산다는 의미다. 김주원 성원부동산 대표는 “광교신도시는 주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고, 특히 신혼부부 비중이 큰 게 특징”이라며 “신도시 조성 단계부터 이런 젊은 직장인 수요를 반영해 여러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고 말했다.

영통구가 가장 젊은 도시가 된 건 단순히 신도시 때문만은 아니다. 사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게 바로 일자리다. 알려진 대로 수원은 삼성전자의 도시다. 삼성은 수원 전체를 젊은 도시로 만든 가장 핵심적 요소 중 하나다. 영통·권선·장안·팔달구 등 수원의 4개 구는 20~39세 여성 비중이 15.5%로 전국 평균(11.8%)을 크게 상회한다. 이와 달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8.4%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고령인구 대비 젊은 여성 인구 비중 역시 1.9로 전국 시군 중 가장 높다. 영통구는 특히 그렇다. 영통구청 맞은 편엔 약 157만8274㎡ 규모의 삼성 디지털시티가 있다. 단지 내에 축구장 3개, 야구장 2개, 농구 코트 10개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 소재연구단지와 삼성전기 등이 이곳에 있고, 1만 5000명가량의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인력을 비롯해 약 3만5000명의 삼성 직원이 일한다. 주민 이정복(45)씨는 “삼성을 축으로 하는 협력업체도 많다”며 “일할 곳과 살 곳, 편리한 교통까지 갖췄으니 젊은 사람이 몰려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이 많은 만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도 갖춰져 있다. 수원시의 유아(0~4세) 1000명당 보육시설 숫자는 21.2개로 전국 시군구 중 상위 10%에 속한다. 어린이집만 991개(가정어린이집 포함)가 있다. 15곳의 산부인과가 있어 임산부의 접근성도 좋다. 지난해 11월엔 영통육아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정부가 시군구 당 하나씩 설치하도록 권고하지만 여력이 없는 시군구엔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원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두 번째 육아 종합지원센터를 열었다. 출산과 육아 관련 지원을 요청하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통구청 관계자는 “영통 지역은 20대 총선 유권자 평균 연령이 32.8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며 “선거 때 여론을 움직이는 것도 젊은 신혼부부”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국 최초로 육아종합지원센터 두 곳 열어

직접 가본 영통육아종합지원센터엔 실제로 활기가 넘쳤다. 4층짜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바로 옆에 2개의 산부인과 병원이 있고, 교통도 편리했다. 이곳에서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건 시간제보육 프로그램이다. 6개월~36개월 영아를 키우는 부모가 월 40시간 이내에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이정민(31)씨는 “병원에 다녀오거나 장을 볼 때 아이를 잠깐 맡길 수 있어서 좋다”며 “비용도 싸고, 무엇보다 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육아 종합지원센터의 보육료는 시간당 2000원(맞벌이는 1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부모와 영유아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이러브맘카페와 장난감 도서관도 만족도가 높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수원정)은 선거 과정에서 젊은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영통구의 특색에 맞게 ‘덴마크형 자유학기제 특구’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의원은 “2개의 대학교, 삼성전자와 광교테크노벨리 등 이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해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기간 중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영통의 실험이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의 공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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