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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스마트 창업법] ‘시작이 반’ 초기 고정비 다이어트 

발품 많이 팔수록 창업비용 줄어... 조건 맞춰 정부·기관 지원 십분 활용을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새내기 사업가라면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특히 사업을 준비하면서 불필요한 고정비 부담을 지는 사례가 흔하다. 직원은 둘째 치고 비싼 사무실, 과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불필요한 비품 탓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발품을 팔면 좀 달라진다. 임대료·관리비가 공짜인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가 전국에 59곳이나 있다. 월세 등이 저렴한 공유형 유료 사무실도 많다. 사업 초기엔 ICT 인프라도 구매보다 렌트가 유리하다. ‘공간·네트워크·투자’ 고민을 덜 수 있는 일석삼조의 스마트 창업 법을 살펴봤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예비 CEO가 가장 먼저 서명을 남기는 서류가 뭘까? 근사한 투자양해각서나 채용을 위한 근로계약서가 아니다. 실제 대부분 창업자는 사무실 임대계약서에 CEO로서 첫 번째 서명을 남긴다. 사업자를 내려면 고유 유선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사무실 주소가 정해져야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것도 많다. 각종 비품을 구하고 통신망을 설치하고 IT 도구를 갖춰야 한다. 사무실 빈 공간을 발견할 때마다 ‘정수기가 있어야겠군’ ‘소파가 필요하겠어’ ‘서류를 놓아둘 책장을 구해야겠네’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영업이 시작되면 ‘각종 디지털 서류를 저장할 서버가 있어야겠어’ ‘클라이언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해’ ‘사무실 밖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용 클라우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보 창업자가 뭔가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알토란 같은 자본금이 창업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비용 부담만 키우는 셈이다.

창업지원기관·전문가에게 문의 필수


창업 전문가들은 “시작인 반”이라고 강조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사업을 개시하는 데 급급하다. 자신의 좋은 아이디어가 빨리 세상에 나와 영업이익으로 실현되길 바란다. 천천히 움직이면 다른 경쟁자가 등장할 것만 같다. 이런 생각에 쫓기면 서두르게 마련이다. 급한 마음에 사무실부터 구하고 이런저런 비품과 재료를 한가득 사들인다. 각종 IT시스템을 구성하고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을 하다 보면 어느새 향후 소요될 고정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첫 단추를 잘 꿰지 않으면 각종 운영비용에 짓눌려 정작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해법은 간단하다. 합리적인 사업 설계다. 그러나 초보 창업자가 노련한 사업 설계를 하긴 역부족이다. 창업지원기관이나 창업 전문가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면서 고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자린고비’ 방식이다. 무조건 비용을 최소화하는 거다. 영상제작사 오디자인의 최용민 대표는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한으로 잡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영업이익이 늘어 사업이 커질 때마다 사무실을 조금씩 큰 곳으로 이사하는 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처음엔 소호 사무실로 시작했다. 1인 사무실로 먹고 자는 일을 동시에 해결했다. 규모가 조금 더 커지자 친구가 있던 회사 사무실을 나눠 썼다. 영업이익이 조금 더 늘어났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고정적인 일거리를 확보하면서 조금 더 큰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실을 자주 옮겨 다녔기 때문에 비품은 최소한만 구매했다. 최 대표는 “비품이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최저 금액 제품을 검색해서 딱 필요한 것만 샀다”고 말했다.

구매보다 렌트로 해결

같은 효과를 얻으면서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달력을 기반으로 한 일정 공유형 SNS 플랫폼 ‘플랜스톡(Planstalk)’을 서비스하는 놀이터코리아는 미국에 법인이 있다. 미국에서도 투자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법인 주소는 지인의 주택이다. 모든 우편물은 스캔으로 받아 한국에서 열어본다. 사무실 운영비용을 우편물을 스캔해주는 인건비로 돌려 활용하는 셈이다. 놀이터코리아 신태건 대표는 “IT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인 만큼 오프라인 미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사무환경을 만들어 운영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사무실을 열기 위해 필요한 비품 등은 비교견적을 받아 구입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발품을 팔면 공공기관이나 정부, 벤처 지원기관 등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임대료·통신·장비·서버·비품 등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쓰고 있다. 심지어 지식재산권을 위한 특허, 각종 인증, 해외 법인 설립, 해외 사무실을 오가는 비행기표, 약관 제작을 위한 변호사 컨설팅 비용까지 지원기관의 마케팅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

‘구매’보다 ‘렌트’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도 많다. 요즘엔 전자상거래 시스템도 빌려서 쓸 수 있다. 과거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드는 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스러웠다. 최근엔 거의 모든 IT시스템을 빌리거나 지원받을 수 있다. ‘출장전문 최&배 포토그라피’의 배수한 실장은 공동 택배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지원받고 있다. 고용량 사진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용량 서버도 개인용 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써 비용을 줄이고 있다. 사진을 찍을 스튜디오도 빌려 쓴다. 배 실장은 “출장촬영이 많아 한 달에 25일 정도는 밖에서 촬영해야 하지만 5일 정도는 스튜디오가 꼭 필요하다”며 “예전엔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스튜디오를 임대해서 썼는데, 이젠 필요할 때만 스튜디오를 빌려 써서 비용을 확 줄였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아낀다


실제 창업비용을 크게 줄인 회사가 있다. 2000년대부터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만들어온 소기업 A사는 올해 한 지방대학 창업보육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에 있는 사무실을 모두 정리하고 재창업했다. A사 대표는 “10년 전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많아 창업이 힘들었고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10년 내내 부담이 됐다”면서 “창업에 도움을 주는 기관과 전문가가 많아 창업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4명이 일하는 사무실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주고 구했다. 최소한의 책상과 비품을 구하는 데만 100만원이 들었다. 각종 IT기기를 사는 데 500만원이 들었다. 전화나 통신 비용, 서버 구축 등을 위해 들어간 비용은 300만원이 넘게 들었다. A사는 사무실을 내는 데만 2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이와 달리 비슷한 규모로 창업보육센터에서 사무실을 열었더니 창업비용은 도합 413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 사무실 임대료가 저렴하고 대학의 각종 IT솔루션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책상 등은 아예 무료로 받았다. 향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센터에 내기로 계약하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 경영컨설팅 비용, 회계·세무 등의 전문가 지원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실제 생산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A사가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단순 사출금형 제품을 생산하면, 창업지원기관은 디자인 설계비와 시험품 제작비용을 지원한다. 금액으론 1300만원 정도된다. 목업 등은 실패하거나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잦아 몇 차례 설계를 변경하면 비용이 500만원이 넘게 들기도 한다. 휴대전화 케이스보다 좀 더 복잡한 전기제품을 만들면 지원 금액이 더욱 늘어난다.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회로개발비나 회로 제조비용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초기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원기관마다 다르고, 창업자마다 달리 적용된다. 기관마다 창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나서면서 창업지원 내역을 한 눈에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창업비용이 줄어든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1335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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