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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무료 공유형 사무실] 무릎 칠 만한 아이디어 있다면 도전 

임대료·관리비 공짜인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전국 59곳 

세종= 조현숙, 황의영 기자 newear@joongang.co.kr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3차원(3D) 프린터 특화형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내부. 다양한 사무실, 회의실, 휴게실에 3D 프린터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입주 창업가들이 모여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 구절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벤처 창업시장이다. 20대에 아버지가 빌려준 2만8000달러(약 3200만원)로 첫 회사를 만들었던 일론 머스크. 지금은 전기자동차 돌풍의 중심에 선 테슬라의 창업주로서 14조원 상당의 자산을 가졌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허름한 차고에서 빈 손으로 시작해 공룡 기업을 일궈낸 사례는 넘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선 미약한 시작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은 창업가가 많다. 오르는 임대료에 각종 사무기기와 비품까지…. 돈 들어갈 곳은 차고 넘친다. 한 푼이 아쉽지만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면 정부와 공공기관, 단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공유형 사무실로 눈을 돌려보자.

“정말 막막했습니다.” 창업을 준비했던 1년 전을 떠올리며 최현철(33) 이놈들연구소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놈들연구소의 대표 상품은 ‘팁톡’이다. 손목에 차는 시계줄 모양의 기기다. 스마트폰과 연결한 다음 손가락을 귀에 대면 통화 소리가 밖에 새지 않고 자신에게만 들린다. 공기가 아닌 신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원리를 이용한 신개념 스마트워치다. 회사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기 전인 올해 4월 미국 소비자 가전박람회(CES)에 소개됐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창업 교육에 각종 사무 기기도 제공


그런 최 대표지만 회사를 새로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씨랩(C-Lab)’을 거쳐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일반 회사를 5~6년 다닌 사람이 창업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곳이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였습니다. 창업 교육도 받았고 센터를 본점 주소로 사업자 등록도 할 수 있었죠.”

이놈들연구소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3차원(3D) 프린터 특화형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처음 둥지를 틀었다.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에서 관리하는 공유형 사무실이다. 독창적 기술을 가지고 회사 문을 새로 연 사람에게 사무실과 회의실, 창업 교육, 각종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다. 최 대표가 말하는 장점은 여러 가지다. “임대료나 관리비도 들지 않았습니다. 사업 아이템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창업을 해서 상가 건물이나 일반 사무실에 들어간 회사와 차이가 분명하더군요. 통신 네트워크 관리는 물론 정수기까지 일일이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비슷한 업종을 하는 창업 기업이 몰려있어서 여러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었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피규어(인체 모형 장난감)를 제작하는 모아이. 유서연(31) 모아이 대표는 지난해 4월 길을 걷다가 우연히 현수막을 보고 기회를 잡았다. “출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초였죠.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입주 기업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우연히 봤습니다. 사실 이런 게 있는지 몰랐습니다. 바로 지원을 했고 운이 좋게도 선발이 됐습니다. 지난 1년 간 사무실에 들어간 돈은 ‘0원’입니다. 처음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얻었는데 여러 가지 비용에 청소까지 직접 제가 해야 했던 때와 너무 달랐죠. 강남 사무실을 정리하고 지난해 5월 센터에 입주했습니다. 추울 때도 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하게 쾌적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때마다 행정 지원까지 받으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초기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출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적극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입주 경쟁률 3대 1 넘어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와 유서연 모아이 대표가 이용한 곳은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가 전액 무료다. 사무실부터 휴게 공간, 공용 컴퓨터실, 각종 사무기기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에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사업 공간을 내주는 일반 창업보육센터와는 차이가 있다. 창업진흥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를 이용하려면 신청·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료다 보니 경쟁도 뚫어야 한다.




만 40세 이상 시니어 기술창업센터도 무료


우선 지원 자격이 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조건은 ‘1인 창조 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로 정해져 있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로서 상시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다. 법 조문을 쉽게 풀어보자면 혼자 창업을 했거나 2~4명이 공동으로 회사를 세운 경우에 해당한다. 센터 이름이 ‘1인 창조기업’으로 시작하지만 꼭 혼자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의미다. 아직 회사 문을 열지 않고 준비 중인이도 포함된다. 대신 대표이사 밑에 여러 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자리잡은 기업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소규모라도 창업한지 너무 오래 지난 기업 역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률로 정한 지원 조건은 또 있다. ‘사업 성공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 원칙이 적용된다.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거나 제품으로 발전시켜 판매할 가능성이 작다면 역시 무료 사무실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이 되면 먼저 중소기업청에서 운용하는 창업포털 ‘K-스타트업’ 사이트(www.k-startup.go.kr)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한다. 정회원 신청을 한 다음 승인을 받는다. 이후 근처 비즈니스센터를 찾아 패밀리카드를 신청해 발급 받는다. 그 다음 자기가 원하는 지역에 있는 비즈니스센터에 입주 신청을 하면 된다. 서면이나 면접 심사를 거쳐야 한다. 갓 창업을 했고 남다른 기술력도 갖춘 회사라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원 회사로 선정이 됐다면 이후 안내에 따라 입주 절차를 밟으면 된다.

창업진흥원에서 지정한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사무 시설을 갖춘 민간단체·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겠다고 신청하면 창업진흥원에서 지정하는 구조다. 각 비즈니스센터에서 무료로 창업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면 그 비용은 정부가 예산으로 메워준다.

전국에 59곳의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가 있다. 서울 노원구의 서울테크노파크, 경기 의정부시의 신한대 산학협력단, 전남 테크노파크 등이다. 서울에 가장 많은 15곳이 몰려있고 경기·인천 지역에 13곳이 있다. 부산·울산 6곳, 대구·경북 7곳, 광주·전남 6곳, 대전·충남 4곳, 경남 3곳, 충북 2곳 등이 있다.

예산 지원을 받아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로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 단체도 정부와 창업진흥원은 모집하고 있다. 사무실과 회의실은 물론 휴게실 같은 편의 공간도 있고 법률·세무·창업 교육 같은 경영 지원도 가능한 기관이어야 한다. 자격을 갖췄다면 사업 계획을 중소기업청 산하 각 지방청과 창업진흥원에 내면 심의·평가와 사업 조정 과정을 거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대신 협약 체결 후에 사업비를 제대로 지출했는지 지방청과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중간 점검을 받아야 한다.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한 이후에도 노력을 좀 더 들이면 여러 가지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품 디자인(1개 회사당 한도 1000만원), 국내외 시장 조사(300만원), 시각·포장 디자인(300만원), 국내외 전시 참가(400만원), 외국어 번역(200만원), 지식재산권 출원(200만원) 등이다. 각종 지원을 합쳐 1개 기업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다만 비용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 계획을 중소기업청 지방청과 창업진흥원에 내고 심의·평가를 받은 다음 선정이 돼야 한다.

이른바 ‘반퇴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무료 사무 공간도 있다. 인생 2막으로 창업을 선택한 만 40세 이상이 대상이다. 올 4월 기준 전국 18곳에 있는 시니어 기술창업센터다. 역시 사무 공간, 기술·창업 교육, 자문·교류 지원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고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와 비슷한 절차를 밟으면 입주할 수 있다.

입주 기한 대부분 1년


이렇게 무료라는 혜택이 있지만 한계는 있다. 현재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만 해도 전국 59곳에 한정돼 있고 일부 권역(전북·강원·제주)은 각 1개소에 그치고 있다. 시니어 기술창업센터도 아직은 20곳이 채 안 된다.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입주 기간도 짧다. 시한도 기본 1년으로 정해져 있다. 매출이나 성과에 따라 더 머물 수는 있지만 입주 기업 모두에게 연장 기회가 돌아가는 건 아니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수도권 같은 일부 인기 지역은 보통 3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강시우 창업진흥원장은 “1인 창조기업의 규모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이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개인 또는 소규모 기업이 창조적 혁신을 주도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데 역점을 두고 지원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2009년 21곳으로 시작해 2011년 34곳, 2013년 46곳, 지난해 6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운영되던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중 1곳이 지정 해제되면서 올 5월 현재 59곳으로 줄었지만 연말까지 6곳이 추가로 지정돼 총 65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센터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을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 88억원으로 늘렸다. 시니어 기술창업센터도 현행 19곳에서 올해 말까지 23곳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여기에 28억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 세종= 조현숙, 황의영 기자 newear@joongang.co.kr

1335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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