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반도 문제 해법은 동북아 다자기구에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한반도 주변 동북아 사태를 동심원(Cocentric circle)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동심원의 맨 바깥쪽 가장 큰 원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상징되는 미·중 관계다. 그 안쪽에 있는 두 번째로 큰 원이 일본의 군사적 재기와 남중국해 사태에서 파생되는 갈등들, 한·일 관계와 한·중 관계다. 특히 한·일 역사갈등이 이 원 안에 들어있다. 그리고 맨 안쪽에 있는 가장 작은 원이 북한 핵.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문제와 남북 관계다. 이원 안에서 일어나는 북한의 호전적·도발적 행동이 가운데 원을 거쳐 맨 바깥쪽 원의 성격을 규정한다. 말할 것도 없이 미·중 관계의 원이 한반도의 원에 보내는 충격파와 영향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보자.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인공섬을 더 만들고 그들 섬 위에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는 활주로를 만들면 만들수록 사드(고고도 요격 미사일, Thaad)의 한국 배치를 받아들이라는 미국의 압력은 강화된다. 서남아의 인도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초승달 모양인 미국의 중국 포위망을 완성하려면 마지막 고리(missing link)가 되는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요격망(Missile defense, MD) 체계가 필수적이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미사일은 중국의 대륙간탄도탄(ICBM)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미·중 관계가 긴장되면 북한에 대한 미·중 공조가 약화되어 북한이 숨 쉴 구멍이 넓어져 대남 도발이 빈번해진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세하여 안보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동심원의 가장 안쪽의 작은 원이 가장 바깥쪽의 큰 원을 움직인 전형적인 사례다.

오늘의 동북아 사태 전체를 조망하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태평양을 미국과 양분하려는 중국의 꿈,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일본을 군사적으로 재기시켜 지역의 빅파워가 되려는 일본의 꿈, 1945년 이래의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은 태평양을 미국과 양분하여 서태평양을 중국의 독점적인 영향권 아래 넣으려고 한다. 중국은 먼저 남중국해의 대부분이 포함되는 해역에 구단선(Nine dot line)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해역 내의 수많은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구단선안의 해역은 동북아 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해상 수송로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한국·미국·일본은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전체의 그림에서 봐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동북아를 비켜갈 수 없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를 비켜갈 수 없다. 북한이 주장하고 한국의 일부 세력이 호응하는 남북한 문제의 ‘우리 민족끼리의 해결’은 이런 이유에서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에 바탕을 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통일과 북한 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동심원의 안쪽 두 원을 대표하는 두 개의 트랙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동북아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꿈과 미국과 중국의 안보이해의 충돌은 동북아 다자기구를 통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동평구)이 되든 전 일본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제안한 동아시아공동체가 되든 이 지역 3강의 이해를 쓸어 담아서 녹이고 통합하는 다자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유럽 통합과 독일 통일이 주는 교훈이다. 한국 정부는 동평구 구상을 던져만 놓고 진전이 없다. 미국과 중국과 일본은 다자기구를 서두를 절박한 동기가 없다. 그러니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더 주도적으로 동북아 다자기구의 출범을 위해서 주변 국가들을 설득하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내년 초 새 정부가 출범한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참사’가 일어난다면 한국은 안보와 대미 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2018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반도 문제는 어느 쪽으로 진행될 것인가가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첫째,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중국의 압력에도 두 번의 핵실험을 더 할 것이다.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완성하는 데는 적어도 두 번의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은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인 뉴욕과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해야 그들이 느끼는 미국의 위협에 대한 거부능력(Denial capability)을 확보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 한 가지를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이다. ICBM은 마하 20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다. 그때 공기의 마찰로 6000~7000도의 열이 발생하여 핵탄두를 감삭(Ablate)한다. 핵탄두 외피가 너무 많이 깎이지 않게 하는 고난도의 감삭기술을 지금 북한은 개발 중이다. 처음에는 미국·중국·러시아에서 기술을 훔쳐올 생각을 했지만 그게 마음 대로 될 리가 없었다.

셋째,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하고, 감삭기술을 확보하면 북한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안 하든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다. 그 단계에서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기존 핵보유 국가들을 상대로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기존 핵보유국은 당연히 반대한다. 결국 북한의 입장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여 일단 북한쪽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과 한국과 미국 쪽의 연합훈련의 중단과 북미 수교를 맞바꾸는 빅딜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가 결정적인 시기(Vitaljuncture)다. 일단 핵 모라토리움과 북미 수교가 성사되면 그때부터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협상이라는 길고 힘든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지난 2월 존 케리 미 국무장 북한 비핵화와 평관과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진행을 제안했다. 미국 측도 반대를 하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협상 가능성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춘 ICBM과 거기 탑재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핵탄두를 10개라도, 아니 5개라도 보유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라도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할 수가 없게 된다. 이른바 상호확정적 파괴력(Mutuallyassured destruction)의 균형이 성립되어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동시에 진행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이런 과정의 축적 위에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그것이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를 하게 된다. 그때 한국이 직면할 도전은 협상의 시작 단계부터 당사국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남·북·미의 2+1이거나 중국을 포함한 2+2가 되어야 한국이 수락 가능한 평화협정이 실현된다는 의미다.

-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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