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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發 경유값 인상 논란] 증세 꼼수냐, 환경부 과잉 대책이냐 

유가 상승기 육상물류비 상승, ‘서민 증세’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박상주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sangjoo@joongang.co.kr

경유값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유가가 올라서만은 아니다. 청와대가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디젤엔진을 지목하면서부터다. 아직 경유 가격 인상으로 결론 나지 않았지만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자동차를 지목했다. 그러자 환경부는 16일 닛산이 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조작해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닛산이 이미 지난해 11월 특정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작동이 중단된다는 내용을 환경부에 보고했고, 환경부가 이를 알고도 캐시카이 인증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캐시카이 파문은 잦아들었다.

환경부는 다시 나섰다. 5월 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4개 부처 차관회의에서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논의키로 하자 환경부는 이번엔 경유값 인상안을 제시했다. 현재 휘발유값 대비 85%로 맞춰진 경유값을 올려 디젤차량 운행을 억제하자는 방안이다. 정부 내에서도 경유값 인상에 찬반이 엇갈린다. 환경부는 경유값을 올려 경유 사용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소비자물가·물류비용 상승, 자영업 타격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이다. 세제로 경유값을 인상하면 ‘서민 증세’라는 반발에 직면하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 된다.

정부 부처끼리도 이해관계 엇갈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월 24일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404.3원, 경유는 1180.7원으로 223.6원 차이가 난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 대부분은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비롯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유가에 관계없는 종량세로 휘발유는 L당 529원, 경유는 375원 붙는다. 나머지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원유 가격에 연동을 받는 관세와 부가세다.

휘발유와 경유에 매겨지는 세제 골격은 2004년 2차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 때 정해졌다. 차량용 연료가격 비율을 휘발유 100 대 경유 70에서 2007년부터 휘발유 100 대 경유 85로 올리자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경유차를 주로 쓰는 화물연대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결국 경유 가격을 올리는 대신 한 해 2조원에 달하는 유가 보조금을 화물 업계에 주기로 했다. 세제 정책을 관할하는 기획 재정부가 경유 가격 인상으로 경유차 감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세금 인상을 통해 경유 가격을 올려봐야 어차피 보조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디젤엔진 배기가스 배출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차량 대상으론 경유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없단 얘기다.

유럽에서는 1t 화물차부터 전기차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아직 경유차의 동력을 따라가지 못해 확산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비해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낮은 수준이 아니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으로 한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은 OECD 주요 23개국 중 16위 수준으로 83%를 기록했다.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101%)이고, 가장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61%)로 나타났다. 일본(85%)도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금을 통한 경유값 인상 외에도 경유 사용을 줄이도록 만드는 방안은 있다. 경유 차량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늘리거나, 경유차 운행제한지역(LEZ)을 설정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유에 대한 세제를 건드리면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금이 아닌 환경개선 부담금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환경개선부담금 제도로는 경유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고 본다. 기존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담금을 소급 부과할 수 없고, 경유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량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부담금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경유 사용을 줄이려면 차량이 아니라 경유 자체에 부담금을 매겨야 한다. 그러려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환경부로선 큰 난관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휘발유와 경유는 온도를 약간 조절해 따로 추출하는 방식이라 생산 단가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세금 조정이 어렵다면 환경개선부담금을 통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004년 에너지 세제 개편 당시에는 서민용 화물차가 많은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고가로 팔리는 개인용 경유차 판매 속도가 빠르다”며 “자동차 판매 상황도 바뀐 만큼 에너지 세제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상을 한다 해도 시점이 문제다. 올해 초까지 이어지던 저유가 기조가 2월 중순을 기점으로 반전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20~30달러 선에 머물던 서부텍사스원유 가격은 최근 들어 올라 지난 5월 20일 기준 배럴당 48.4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 분은 1~2개월 뒤 유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 경유값 인상까지 더해지면 경유 소비자 가격 상승폭이 커져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환경부가 레임덕을 겪는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단순한 지시까지 과도하게 관철하려 나선 것”이라며 “(경유 가격 인상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정책도 아니고 기재부 등의 영향력이 더 큰 만큼 환경부가 끝까지 밀어 부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 세제 다시 손 봐야” 주장도

실제 경유 가격이 오르면 경유 사용량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디젤차량 소비자는 벌써부터 유류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차량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휘발유보다 유류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디젤차량을 구매해왔다. 경유 가격만 오르면 디젤차량을 구입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디젤차량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도 안절부절이다. 육상 물류의 주축을 이루는 화물 차량 업주는 비용 증가를, 주유소 사장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 관계자마저도 생산비용 상승에 불안한 기색이다. 대통령이 주범을 잘못 지목했단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의 원흉은 국내 디젤엔진 배기가스가 아니라 중국 산업이란 얘기다.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지 않으면 한국에서 경유 사용을 자제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줄지 않는데 세금만 거둬가게 될 수 있단 얘기다.

- 박상주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sangjoo@joongang.co.kr

1337호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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