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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벤처 생태계 조성하는 임팩트 투자가들] 빈곤·온난화 문제 풀고 수익도 얻어 

국내 시장은 아직 태동기 … 지난해 투자 규모는 530억원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김정태 MYSC 대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한상엽 소풍 대표, 김재현 크레비스 대표, 이덕준 D3쥬빌리 대표(맨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시는 7월부터 ‘공동생활가정 아동교육’을 시작한다. 대상은 IQ 71~84 사이의 경계선 지능 아동이다. 이들은 대개 정서 불안과 따돌림, 학습 부진을 겪는다. 주목할 점은 운영 방식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기관의 운영자금을 시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가 제공한다. 3년이란 기간 안에 일정 성과를 거두면 서울시가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민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이를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이라고 한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아시아에선 이번이 첫 시도다. 채권에는 USB증권과 임팩트 투자 기업 MYSC가 참여했다. 서울시 입장에선 행정비용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민간에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다. 투자자는 사업 성공 때 원금에 성과금까지 받을 수 있다. USB증권은 상품을 소개받은 지 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SIB 성공 때 수익률은 33%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사회 문제가 다양해지면서 공공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늘고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힘만으론 사회 문제 해결 어려워

김 대표가 몸 담고 있는 MYSC는 임팩트 투자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다. 다양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며 소셜 벤처와의 접점을 만들어왔다. 한국에 소셜 벤처가 자리하는데 김 대표 같은 임팩트 투자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소셜 벤처가 공동 사업을 하면서 궤를 맞춰보고, 이후 조인트 벤처나 인수합병(M&A)으로 나아가 비즈니스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며 “소셜 벤처의 혁신성을 감안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는 빈곤과 온난화 같이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말한다. 과거 사회 문제 해결은 정부나 지자체, 민간단체의 몫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는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며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도 정부에겐 큰 짐이다. 기존 제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해마다 새롭게 등장한다. 소셜 벤처는 정부가 손대기 어려워하는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이다. 임팩트 투자는 그런 소셜 벤처에 투자해 전체 생태계가 돌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가난과 질병 퇴치, 사회 안전망 구축,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 환경 보호가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대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가깝다”면서 “앞으로 시장의 투자자를 모아주는 중간 기관이 다양해지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임팩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3년 G8 정상회의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임팩트 투자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와 뉴욕주 정부는 지난 2014년 소셜임팩트채권을 만들었다. JP모건과 임팩트 투자 진흥 비영리기구인 글로벌임팩트 투자네트워크(GIIN)가 최근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는 70조원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 53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0% 넘게 급증한 것이다. 오는 2020년이면 임팩트 투자 규모가 400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임팩트 투자 규모는 약 530억원 수준이다. 해외에 비해 적은 규모지만 최근 투자가 늘며 국내에도 주목할 임팩트 투자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요 임팩트 투자자로는 이덕준 D3쥬빌리 대표, 정경선 HGI 대표, 김정태 MYSC 대표, 이병태 카이스트 창업투자지주 대표, 한상엽 소풍대표,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 등이 있다. D3쥬빌리의 이덕준 대표는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2000년대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최고 재무책임자(CFO)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1년 G마켓 창업자들과 함께 D3쥬빌리를 설립했다. 2000만~1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엔젤투자 기관이다. 지난 5년 간 집행한 투자 금액은 약 30억원, 투자 기업은 34곳, 후속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으로 투자금 회수를 한 기업은 4곳이다.

성수동에 소셜 밸리 타운 조성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2008년 설립한 소풍도 한국의 대표적 임팩트 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14개 국내외 소셜 벤처에 투자했다. 그중 6개가 후속 투자를 받았다. 평균 투자금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선이다. 소풍의 가장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는 쏘카다. 한국 카셰어링산업의 대표 주자다. 자본금 3억원으로 2011년 설립된 쏘카는 지금 기업가치 3000억원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상엽 소풍 대표는 “임팩트를 많이 내는 곳이라면 법인의 성격이 중요하지 않다”며 비영리 스타트업에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학 교수 투자자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다. 2014년 SK 최태원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털어 카이스트 창투를 설립했고, 이 교수가 임팩트 투자 업무를 맡았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9곳. 투자 규모는 기업당 1억~2억 원 정도다. 이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 비즈니스 회사 HGI의 정경선 대표는 사회적기업가를 돕는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의 대표다. 현대가 3세인 그는 2012년 루트임팩트를 창업했고, 2014년에는 HGI라는 임팩트 투자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사회혁신가들이 저렴한 임차료로 생활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해 성수동 소셜 밸리 타운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임팩트투자 10년 업력을 자랑하는 크레비스도 성수동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모두 12개 소셜 벤처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나무 심는 게임으로 알려진 트리플래닛이다. 이곳은 세계 12개국 116개 숲에 5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김재현 크레비스 대표는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가진 선한 의지가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력과 결과로 입증하겠다”며 “세상 많은 사람이 더 아름답고 건강한 혁신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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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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