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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소형 빌라 P2P 대출·투자의 강자 

평균 수익률 연 12.85%... 원금 손실 가능성 있지만 안전장치 탄탄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경매 투자자로 일하다 보니 부도가 나서 경매로 넘어오는 소형빌라가 많더라고요. 거꾸로 경매로 넘어오기 전에 건축주에게 돈을 빌려주면 부도가 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죠.” 역발상이었다. 양태영(33) 테라펀딩 대표가 소형 빌라에 투자하게 된 계기다. 테라펀딩(www.terafunding.com)은 부동산 분야의 P2P(개인간) 대출업체 중 대표 주자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소형 빌라에 투자한 후 투자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2014년 12월 설립한 이 회사는 설립 1년 6개월 만에 60개가 넘는 사업에 투자했다. 누적 투자 금액이 220억원, 누적 상환액은 65억원이다. 평균 수익률은 연 12.85%다. 다만 P2P 투자수익에서 내야 하는 소득세는 27.5%로 은행 예금 이자소득세(15.4%)보다 높다.

30대 초반의 양태영 대표가 단기간에 P2P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건 탄탄한 경험과 꼼꼼한 준비가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부산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2007년 HSBC은행에 들어갔다. 이 은행의 부산지점 여신센터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부동산에 눈을 뜨게 되면서 재테크 삼아 부동산 경매 물건에 투자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경매시장에 큰 기회가 있을 거라고 판단한 그는 입사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전업 경매투자자로 나섰다. 그때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연쇄 부실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고, 이는 결국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금융위기 충격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매 물건이 쏟아졌다. 그가 소형 빌라에 관심을 가진 건 이때부터다. “공급면적 100㎡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는 낙찰가가 분양가의 절반도 안 되는데 공급면적 60~80㎡인 소형 빌라는 낙찰가가 분양가 대비 80% 이상이더라고요. 그만큼 소형 빌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실전 경매 경험으로 창업


그러던 중 2013년 외신을 통해 미국에서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P2P로 자금을 모아 주택이나 빌딩에 투자하는 형태였다. 그는 “사업구조를 살펴본 뒤 ‘이거다’ 싶었다”며 “한국 상황에 맞게 10~20가구의 소형 빌라 중심으로 투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소형 빌라 시장을 분석했다. 우선 소형 빌라가 부도가 많이 나는 이유가 궁금했다. 빌라 건축주를 여럿 만나 물어보니 하나같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연 5% 안팎의 금리을 받는 시중은행은 소형 빌라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떼일 수 있다고 판단해 건축자금 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 연 10~20%대 금리를 받는 저축은행은 사업성 검토서, 부동산신탁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건축주는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대신 연리 30% 안팎의 고금리를 받는 대부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고금리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빌라를 압류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공 업체에 “완공되면 공사대금을 주겠다”고 한 후 후불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다. 시공사는 돈을 미리 못 받으니 공사대금을 원래보다 올려 받았다. 결국 건축주가 공사대금을 제 때 갚지 못해 시공 업체가 건물을 압류해 경매에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형 빌라 건축에 체계적인 대출시스템을 도입하면 건축주와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 2014년 12월 테라펀딩을 설립했다. 사명은 영어로 1조를 뜻하는 접두사 ‘tera’에서 따 왔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1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담은 사명이다. 양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건 투자자 보호장치다. 건축주 토지의 등기부등본에 테라펀딩 투자금을 담보소유권설정(근저당) 1순위로 설정하는 게 우선이었다. 통상 건축주들은 소형 빌라 부지를 매입할 때 매입비용의 50%가량을 토지담보대출로 받는다. 이 상태에서 투자하면 근저당 2순위가 되기 때문에 부도가 날 경우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 대표는 건축주에게 건축자금뿐만 아니라 기존 토지 담보대출 상환 비용까지 빌려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건축주가 토지담보대출 5억원(토지가격 10억원)을 끼고 있는데 건축비용이 10억원 예상된다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총 15억원을 모아 건축주에게 빌려주는 형태다. 건축주가 토지담보대출을 상환하면 테라펀딩 투자자들이 근저당 1순위로 들어간다. 부도가 나더라도 토지를 경매로 넘기면 투자금 중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는 경매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공사 기간에는 건축주에게 양해를 구해 토지 명의를 부동산신탁회사 앞으로 해놓기로 했다. 건축주의 다른 사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테라펀딩 투자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투자금도 부동산신탁회사의 에스크로 계좌(결제대금 예치)에 맡겼다. 고비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만든 후 시범사업(베타서비스)으로 한 소형 빌라에 투자했는데 토지담보대출 상환이 잘 안돼 경매로 넘어갔다. 다행히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대출원금은 물론 연 14%의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었다. 양 대표는 “아차 싶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부도가 나더라도 낙찰가가 높으면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 빌라 신축, 부산 해운대구 중동 빌라재건축(8가구), 서울 하계역 인근 원룸 재건축 등을 거쳐 이제는 제주도 타운하우스 신축, 경기도 동두천시 공동주택(51가구)처럼 제법 규모있는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테라펀딩은 대출자에게는 대출금의 2.5%,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액 대비 월 0.1%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소형 빌라는 공사 기간이 보통 4~6개월이다. 투자하고 나서 6개월 후 분양에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부도율은 0%다. 투자자를 분석해보면 30~40대, 1000만원 이하 소액 투자자 비중이 크다.

물론 테라펀딩의 투자방식에도 리스크(위험)는 있다. 건축주의 부도로 빌라가 경매에 넘어갔는데 낙찰가가 투자금보다 낮으면 그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빌라가 무사히 완공됐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분양이 잘 안 돼 투자금을 제 때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양 대표는 “엄연한 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금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안전장치가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소형 빌라의 낙찰가율은 80% 이상이었다”며 “서민들의 전월세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대형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경기 영향이 작다”고 설명했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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