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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강한 자에겐 운명도 고개 숙인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운명의 여신을 파괴적인 강에 비유해 보자. 누구나 격류를 보고 도망치고 저항할 길이 없어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강이 이런 성질을 지니고 있다 해도 평온할 때 미리 제방이나 둑을 쌓아 방비를 단단히 해둘 수는 있다. 운명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운명은 저항이 없는 곳에서 힘을 한껏 발휘하며, 또 제방이나 둑이 저지할 힘이 없다고 보이는 곳에서 맹위를 떨친다.’ -군주론 25장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행운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라고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하늘이 내린 운명과 인간의 노력이 각각 절반씩 인간사를 규정하며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사전 준비와 대담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운명 자체를 피해갈 수는 없으되, 불운에 대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운도 변하는 것이기에 시대변화를 따라가면서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점이다.

종교의 시대인 서양 중세에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존재하는 하찮은 피조물에 불과했다. 14세기 이탈리아 사상가 페트라르카는 서양 고대 문헌의 복원을 통해 르네상스를 열었다. 신에게서 인간을 분리하는 과정이었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간이 이성과 책임을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믿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이 재조명되었다. 1374년 페트라르카 사망 100년 후인 1469년 출생한 마키아벨리가 인간의 의지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은 동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마키아벨리는 신이 인간을 지배했던 중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의지가 주도하는 근대로 이행하는 선구자였고 이는 운명을 종교적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본 대목에 잘 나타나 있다. 인간의 운명을 인정하되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자유의지는 시대변화를 읽어 미래를 내다보고 사전에 대비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운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로 철저한 사전준비와 함께 대담성을 중요시한다. ‘나는 용의주도하기보다 과단성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운명은 여신이므로 언제나 젊은이에게 이끌린다. 젊은이는 조심성이 적고 활기가 넘쳐 대담하게 운명을 지배하기 때문에 운명의 여신은 노인보다 젊은이를 더 좋아한다.’ 군주론 25장

일본 교세라 창업자로 불교사상에 기반한 인간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 JAL의 구조조정을 1년 만에 성공시키면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정립한 운명관도 같은 맥락에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각각 저마다 운명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그 운명은 절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에 따라 늘 변화한다. 좋은 생각을 하고 행동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 처하게 되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한탄하지 말고, 낙심하지 말고, 부패하지 말고, 밝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받아들이고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어떤 운명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살아나가면 길은 반드시 열리게 되어 있다. 고희를 맞은 지금에서야 그것을 실감하고 있다.’

1342호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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