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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족의 인기 ‘마이 카’는] 작고 예쁜 차가 선호도 1위 

경차 판매량 20년 만에 준준형 앞질러... 스파크·모닝·티볼리·QM3 등 인기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차값과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차와 초소형 SUV가 비혼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GM 스파크,
독신인 김모(여성·30)씨에게는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새 자동차 선택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마티즈’를 몰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이런 저런 고장이 잦은데다 단종된 차량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 차를 바꾸려고 마음먹었다. 전제 조건은 단 하나, ‘작은 차’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고, 독신이라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큰 차는 필요가 없으니 작고 예쁜 차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고민이 길어지는 건 최근 들어 ‘작고 예쁜 차’의 종류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르노삼성의 초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 기아차의 경차 ‘레이’, 수입 소형 해치백인 ‘미니쿠퍼’, 수입 소형 해치백인 폴크스바겐 ‘폴로’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비혼족 취향이 자동차시장 판도 바꿔


▎기아차 니로
비혼족이 늘면서 자동차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이 없어서 큰 차가 필요 없는 비혼족들의 ‘작은 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차와 초소형 SUV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한국 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이변은 경차의 급부상이다. 1~5월까지 경차 판매량은 7만2145대로 준중형차(6만9978대)를 뛰어넘었다. 연간 누적 판매량에서 경차가 준중형차를 앞지른 것은 1998년이 마지막이다. GM대우(현 한국GM)의 스테디셀러 마티즈가 마지막으로 위력을 발휘하던 무렵이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특유의 성향이 더해지면서 이때를 마지막으로 경차의 전성시대는 끝이 났다. 한 물 간 것으로 치부됐던 경차의 전성시대가 거의 20년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박재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구매 비용과 유지비 등 경제성 요인을 우선시하면서 큰 차가 필요가 필요 없는 1인 가구와 고령층, 여성 운전자가 증가해 작은 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고 운전하기가 편한데다 가격도 저렴한 경차는 미혼 1인 가구주가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인 차량이다. 한국 경차시장은 ‘스파크’와 ‘모닝’이 양분하고 있다. 한국GM의 ‘스파크’는 올 들어 5월까지 총 3만5128대를 팔아 차종별 순위 5위에 올랐다. 스파크보다 많이 판매된 차량은 상용트럭인 현대차 ‘포터’와 현대기아차의 대표 베스트셀러 ‘아반떼’·‘쏘렌토’·‘쏘나타’뿐이다.

경차 시장의 강자였던 스파크는 8년 전부터 기아차 ‘모닝’에 밀리면서 왕좌를 내줬다. 이후 경차 시장의 1위는 늘 모닝의 차지였다. 하지만 한국GM이 절치부심한 끝에 지난해 7월 신차인 ‘더 넥스트 스파크’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출시 다음달에 경차 시장 1위를 탈환한 스파크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모닝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올 들어 5월까지 2만 8959대를 팔아 누적 판매 순위 7위를 기록 중이다. 기아차는 ‘모닝 스포츠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 전용 범퍼와 이중 배기구, 알루미늄 페달 등을 추가해 좀 더 날렵한 모양새를 갖고 있다. 주로 여성 미혼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존 경차와 달리 남성 미혼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다. 10만원 정도만 추가하면 이 스포츠 패키지를 장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도 적다. 다목적 용도로 활용하려면 기아차의 ‘레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레이는 높이가 1700㎜로, 1500㎜가 안 되는 경쟁 차량들보다 높아 화물적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경차와 함께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영역이 있다.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초소형 SUV다. 초소형 SUV는 큰 차는 필요 없지만 경차에는 끌리지 않는 미혼자들에게 딱 맞는 맞춤형 모델이다. 대표 모델은 지난해 나온 쌍용차 ‘티볼리’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6만3693대를 판매하면서 쌍용차 회생을 이끈 효자 모델이 됐다. 이 차량의 지난해 국내 초소형 SUV 시장점유율은 54.7%에 달한다. 올 들어서는 차체를 키운 파생모델 ‘티볼리 에어’가 새로 나오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2만2258대가 팔렸다.

기아차의 첫 친환경 전용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출시 첫 달인 4월에만 2440대가 팔려 초소형 SUV 판매량 2위에 올랐고, 5월에는 2676대로 판매량이 더 늘어났다. 니로의 가격은 2327만~2721만원으로, 티볼리(1606만~2273만원)는 물론이고, 티볼리 에어(1949만~2449만원)보다 높다. 그럼에도 니로는 L당 19.5㎞에 달하는 연비,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정숙성 등의 장점이 부각돼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차량인 현대차의 첫 친환경 전용 하이브리드차 ‘아이오닉’은 올 들어 5월까지 4574대를 파는 데 그쳤다.

티볼리와 니로에 앞서 초소형 SUV를 명실상부한 하나의 독립 영역으로 끌어올린 모델이 르노삼성의 ‘QM3’다. QM3는 2013년 말 한국GM의 ‘트랙스’가 고군분투하던 이 시장에 뛰어들어 단숨에 판세를 뒤집었다. 2014년에만 1만8191대를 판매해 르노삼성의 2년 연속 흑자 달성을 이끌었다. 트랙스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판매량 측면에서 돋보이진 않지만 GM 특유의 탄탄함과 주행성능을 좋아하는 고객이 적지 않아 매니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연비가 L당 14.7㎞에 달하는 디젤 모델이 출시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됐던 연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혼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혼다는 첫 초소형 SUV인 ‘HR-V’를 내놓고 6월 24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1인 가구의 선호를 기반으로 한 경차와 초소형 SUV 강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경차 비중이 지난해 13.2%에서 2020년에는 15.6%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SUV 비중도 지난해 26.7%에서 2020년에는 3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초소형 전기차도 속속 등장 전망


▎쌍용차 티볼리
앞으로는 초소형 전기차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최근 초소형 전기차 등 새로운 유형의 첨단자동차가 외국 자동차 안전성능 기준을 충족할 경우 국내 도로 운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규제 완화는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덕택에 이뤄진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트위지를 음식배달용 등으로 국내에 들여오려 했지만 자동차관리법상 차종 분류 기준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입할 수 없었다. 이게 범 정부적인 규제 완화 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트위지는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 크기로 만들어진 1~2인용 전기차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화학의 6.1㎾h짜리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가정용 220V 전원을 이용해 쉽게 충전할 수 있다. 트위지가 본격적으로 국내 도로에 선보이면 유사 제품들이 속속 출시될 가능성이 있어 1인 미혼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1342호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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