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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침체기(2001~2008년)] 부도덕한 경영에 IT업계 불황 겹쳐 

빈번한 횡령·주가조작으로 신뢰 추락... 생명공학주 떠오르다 거품 꺼져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국내 가스보일러 부품 업체에서 출발한 리타워텍은 2000년대 코스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미국계 한국인이 파워텍(리타워텍 전신)을 인수하고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돈을 내지 않고 다른 기업을 계속 인수·합병(M&A)하면서 인터넷 지주회사로 키웠다. 2000년 1월부터 3월까지 주가는 2만5050원에서 100만5000원으로 4012% 뛰었다. 하지만 인터넷주 거품론과 정부의 내사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0년 5월 300만원이 넘던 주가는 2003년 20원으로 폭락했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2001~2008년은 코스닥의 침체기로 불린다. 2000년까지 벤처붐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코스닥은 경영진 횡령과 주가조작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08년 10월 27일 코스닥 지수는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 이후 사상 최저치인 261.2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진데다, 세계 IT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코스닥 지수는 500~600포인트 박스권에서 장기간 머물렀다. 이와 달리 미국 나스닥은 2000년 닷컴 버블 이후에도 애플과 같은 회사를 키워내면서 활력을 찾았다.

IT 기업들이 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로 부상한 생명공학(BT)주가 대신 주목을 받았다. 정부의 지원과 신기술 개발로 IT주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BT주 열기는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를 거치면서 금세 식었다. 기업 가치보다는 심리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테마주는 엔터테인먼트주·나노주·로봇주·와이브로주 등으로 옮겨 붙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대혈 기술로 상장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이 상장한 후 주식이 수십 배 올랐다가 폭락해 망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당시에는 사업의 영속성이나 수익모델의 안전성이 없는 상태에서 과대 평가돼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까지 망쳐 놨다”고 말했다.

2008년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에서 횡령과 배임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이력을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코스닥 경영진 공시 시스템(Kosdaq MRS)’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박경서 교수는 “외국에서는 경영진이 주가 조작으로 100억원의 이익을 보면 300억~500억원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주식시장을 흔들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외국 기업을 최초 상장하면서 재기를 노리기도 했다. 중국의 음향기기 업체인 3노드(NOD)디지털그룹은 당시 미국 애플에 스피커를 공급했다. 첫 해외 기업이라는 프리미엄에다 한 달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6%에 불과한 조건 때문에 상장 초반에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주가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락했다. 결국 3노드 디지털그룹 등 코스닥에 진출한 중국 벤처기업이 잇따라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되거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강제 퇴출되는 기업도 생겨나면서 중국 업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투자자 사이에서 ‘차이나 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홍정훈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기업은 회계가 투명하지 않아서 개인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상장 시 기관 투자자를 개입시키는 쪽으로 유도하면 기업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44호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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