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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부는 클라우드 열풍] 개발비-시간 줄이는 비책 … 클라우드는 필수 

‘배달의민족’ 비용 50% 이상 절감 … 인력 적은 기업에 ‘보약’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최근 클라우드 활용으로 개발비를 50% 이상 절감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올 7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2400만 건, 월간 순 방문자수 300만 명으로 국내 1위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다. 톡톡 튀는 광고 등 창의적 마케팅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지난 한 해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잘나가는 배달의민족도 최근 좀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깜짝 변신을 시도했다. 클라우드를 통해서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올 1월 클라우드 도입을 준비해 4월부터 회사 시스템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환경을 적용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가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는 건 시스템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기존 인프라를 보다 유연하게 쓰기 위해서다. 기존 시스템을 테스트하려면 서버를 물리적으로 옮기거나, 테스트 환경을 따로 조성해야 한다. 클라우드는 이런 작업을 생략하게 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클라우드 도입 후 개발비를 기존 대비 50% 이상 절감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제 제품화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lead time)도 30%가량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테스트 환경은 불과 10분이면 만들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가 가져온 놀라운 결과였다.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클라우드 열풍’이 불고 있다. 클라우드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라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정된 인력에 ‘새는 돈’과 ‘시간 낭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스타트업들로선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만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최대 ‘뷰티 이커머스(미용 분야 전자상거래)’ 기업인 미미박스 역시 AWS의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스타트업 특성상 적은 인원만으로도 빠른 개발과 배포를 이뤄내야 하는데,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신개발 서비스, 10분이면 테스트 환경 구축 가능

미미박스는 AWS의 스트리밍 데이터 처리 서비스인 ‘아마존 키네시스(Kinesis)’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별도의 데이터 사이언스나 데이터 엔지니어가 없이도 로그(서버 등의 기록)를 수집하고, 비용 대비 효율적인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서비스에 재반영하는 개발이 가능해졌다. 또한 독일의 정보기술(IT) 기업 SAP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S4 하나(HANA)’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확한 재고 정보 파악, 투명한 물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높아졌고 배송 시간은 단축됐다. 지난해 거래액 400억원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이 회사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에서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국내 최초 광고 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로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스타트업 비트패킹컴퍼니도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비트처럼 사용자 예측이 어려운 서비스의 IT 인프라로는 트래픽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적격이었습니다. 우리가 도입한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품군이 풍부하고, 대부분 확장성과 관리의 편의성이 우수합니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체 구축해 사용할만한 기능들이 항상 추가되는 점이 AWS의 강점입니다.” 우아한형제들·미미박스와 마찬가지로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 AWS의 고객사 중 하나인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모바일 앱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비트는 4월 기준 사용자 점유율이 12%로 음악 앱 중 ‘멜론(카카오·47%)’ ‘지니뮤직(KT뮤직·17%)’에 이은 3위였다.

명함 인식·관리 앱 ‘리멤버’를 만든 드라마앤컴퍼니, 커플 전용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트윈’을 만든 VCNC 관계자들도 클라우드 예찬론을 펼친다. “기존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를 쓰면서는 장애 극복(failover) 전략을 잘 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술 적용 후 ‘자동 장애 극복’ 같은 강력한 기능 덕분에 데이터베이스 관리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죠(드라마앤컴퍼니).” “클라우드 도입 후 아키텍처(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 방식)를 변환하는 작업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저비용도 저비용이지만 시스템 전체에 높은 유연성을 제공해주는 게 클라우드라고 생각합니다(VCNC).”

이 밖에 맛집 검색·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망고플레이트,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인 IGA웍스, 부동산 정보 전문 앱 제작사인 직방, 집단지성 활용 번역 플랫폼을 제공하는 플리토 등의 스타트업들이 각각 클라우드를 활발히 활용하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IGA웍스 관계자는 “클라우드 도입으로 데이터 처리와 분석에 드는 비용을 종전 대비 연간 6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이 산업 지형 바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가 스타트업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란 점을 강조한다. 염동훈 AWS코리아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아이디어만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비즈니스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실제로 지난 수년 간 클라우드 기반의 스타트업들로 인해 산업 지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예컨대 2008년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통해 호텔 산업 전반을 바꿨듯,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산업 지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이라도 클라우드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로 빠르고 정확하게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가능해져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같은 클라우드 업계 후발주자들도 스타트업을 겨냥한 판촉 전략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AWS가 스타트업에 특화된 플랫폼 제공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처럼, 세계 스타트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MS는 ‘비즈스파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165개국 10만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MS의 SW를 3년 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IBM도 ‘카탈리스트’라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1년 간 IBM의 ‘소프트레이어(SoftLayer)’ 클라우드 인프라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IBM의 클라우드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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