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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신임 농촌경제연구원장]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 연구에 집중 

고령화·과소화 문제 해결에 적극 대응 … ICT 활용한 스마트농업 확산 뒷받침 

세종=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현장 중심의 연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 봄마다 먹을 것이 바닥나는 ‘보릿고개’가 닥쳤다. 식량 자급은 정부의 최대 목표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축 가운데 하나가 양곡수급계획이었다. 식량을 자급하려면 얼마만큼의 농지가 필요하고 어디에,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지 연구가 필요했다. 1978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이 출범한 배경이다.

김창길(55) 제14대 농촌경제연구원장이 6월 7일 취임했다. 김 신임 원장은 농촌경제연구원이 창립 10주년을 맞는 젊은 조직이었을 때인 1988년 연구원에 들어왔다. 젊은 연구원이 원장 자리에 오르는 28년 동안 농촌경제연구원의 역할도 바뀌었다. 성장 산업으로서의 농업 육성 방안,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농촌의 재도약 전략 등등. 과거 식량 자급만큼이나 어려운 숙제다. 김 원장을 7월 7일 만났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28년 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원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연구원은 산업 측면의 생산·유통·소비 등 각 분야별 연구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각 단계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총체적 연구는 미흡하다는 평이 있다. 지역 측면에서 농촌과 지역개발 분야 연구를 많이 수행하고 있지만 농촌의 사회적·산업적·지역적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연구, 미래 한국 사회의 안전판으로 농촌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연구는 취약해 보인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구하는 데 더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대외 환경 속에 꼭 해야 할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꾸준히 살펴나가겠다.”

연구원의 역할은 지난 38년 간 한국 농촌과 농업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앞으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개원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농어촌 분야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1990년대 들어 시장개방에 대응한 농업구조 개선 연구에 역량을 집중했다. 90년대 후반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농정개혁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고, 2000년대 들어선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속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농업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젠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등 현장 중심 연구에 주력하겠다.”

농촌 현장의 고령화 위기가 심각하다.

“농촌·농업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방화 진전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와 농촌 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방화와 지방화, 식량 안보와 식품 안전, 기후변화, 고령화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 제시가 긴요한 때다. 또 도시 실업문제 해소와 베이비부머의 귀농·귀촌 수요 대응,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업·농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고령화된 농촌 주민의 복지 문제 해결은 더욱 시급하다.”

해법은 뭔가.

“농촌의 고령화, 과소화 문제는 심각하다. 대부분 읍·면이 만 65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 전국 면단위 지역 중 약 30%는 인구가 2000명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농촌의 고령화는 산업화 이래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일이라 단기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의 귀농·귀촌 증가와 함께 일부 젊은 연령층이 농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 추세를 지속해나가려면 농촌 정주 여건의 획기적 개선과 소득 기반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원은 과소 농어촌의 주민 복지·생활서비스 요구를 발굴하고 창의적인 서비스 전달 방법을 모색하려 ‘삶의 질 정책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장기 과제로 농어촌 마을 변화 연구, 귀농·귀촌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염려되는데 IT 기술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정책 과제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을 두고 농축 수산 업계의 반발이 크다.

“유통 업체와 1000가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청탁 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농업 생산 감소액을 추정했다. 7500억~9600억원이다. 이는 주요 농산물 생산액의 8.4~1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청탁 금지법의 기본 취지는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가는 데 있다. 법 시행에 반대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법 시행으로 농축수산 업계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선물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화 전략을 취했던 농어민의 실망과 급격한 생산 조정의 어려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축산경영 분야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온 걸로 안다. 한우 가격 상승과 반복되는 수급 문제, 수입산 쇠고기의 공습 등 문제가 산적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출하할 소가 부족해 한우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쇠고기 수입량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고기가 생산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수정 후 임신 기간 10개월을 감안하고 송아지가 태어나서 출하까지(30개월) 총 40개월이 소요되는 등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한우 생육 주기를 고려하면 한우 수급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한우 수급 전망과 급증하는 쇠고기 수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축산 현장에선 수입 쇠고기의 공습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비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우고기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홍콩으로의 수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불씨를 살려나가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낙농산업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원유의 공급 과잉과 우유 소비 감소로 낙농 분야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 가격이 생산비에 연동돼 우유 가격은 하락하지 않은 채 재고는 쌓여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연구원에서는 낙농산업의 기본구조인 원유쿼터제(생산 할당제), 원유가격 연동제, 집유 체계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안이 각 주체들에 미치는 영향과 수용 가능성을 분석해 원유의 장기 수급 안정과 낙농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실행 가능한 원유의 수급·가격·유통의 구조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창길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1961년 충남 보령군에서 출생했다. 성균관대에서 농학 학사·석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석사,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 자원환경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기후변화 대책단 평가위원, 행정안전부 지자체규제개혁 자문위원 등도 지냈다.

1345호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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