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포켓몬 고’ 열풍을 보고…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이사

구글에서 분사한 조그만 벤처기업 ‘나이앤틱(Niantic)’에서 개발한 아이디어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위치정보(GPS)를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한 ‘포켓몬 고’ 이야기다.

스마트폰에서 포켓몬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하고, 그 위에 포켓몬스터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실제 공간에 등장한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설계한 나이앤틱은 구글맵을 활용해서 포켓몬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구글맵이 제공하는 지도와 맞아야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한국 상세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구글 서버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세 지도가 없는 구글은 9년 전 한국 서비스를 고려해 국가정보원에 상세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안보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현재로서는 구글이 서버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그러나 구글이 서버를 국내로 들여올 경우 연간 1조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게임은 한국을 제외한 35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맛보기식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포켓몬 고를 즐기려는 젊은층의 욕구를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는 구글 측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몇 해 전 팀 쿡 애플 CEO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성장하는 데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도움이 컸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한국에서 버려진 기술을 리모델링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게 만든 아이팟(iPod)은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MP3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 이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대기업과의 오랜 특허 분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권리를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게 애플로 들어가 스티브 잡스가 재발견한 것이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은 1999년 경기도 성남의 한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이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공짜로 빼앗으려 하자 필자와 같이 중국으로 건너가 차이나텔레콤 등 몇몇 업체와 협의 끝에 기술을 헐값에 넘겼고, 그게 애플로 흘러갔다. 그 결과 시가총액 700조원의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 수백 조원의 복덩어리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우리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퀄컴과 구글은 어떠했는가. 당시 이름도 없이 초라한 벤처기업이었던 두 회사는 한국 대기업을 찾아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해주겠다”며 200억원씩을 요구했다 퇴짜를 맞고 돌아갔다.

당시 그걸 먼 안목을 보고 받아들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IT국가로 명성과 부를 창출했을 것이다. 대기업들의 오판은 이것뿐만 아니다. 기술 개발에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많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의 횡포 탓에 기술 개발을 포기했거나, 아예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중국으로 넘겨줬다.

이런 점을 교훈 삼아 다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역시 더욱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1346호 (2016.08.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