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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끄는 푸드테크] 스마트폰만 있으면 ‘삼시세끼’ 문제 없죠 

음식 재료 주문, 맛집 검색, 식권 서비스 등 ...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 해결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5월 반찬·도시락·샐러드 같은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배민프레시’를 인수해 식품 배송에 직접 뛰어들었다.
맞벌이 부부인 워킹맘 김민주(가명)씨의 월요일 아침은 집으로 배달되는 신선한 농산물과 함께 시작한다. 집으로 배달된 박스에는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채소가 담겨있다. 남편과 초등학생 아이를 위해 아침 준비를 하는 김 씨는 스마트폰을 켜고 레시피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시킨다. 채소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검색창에 넣고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찾았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회사에 출근한 김씨.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스마트폰을 켜고 맛집 추천 서비스 앱을 열었다. 회사 근처 맛집을 찾아 회사 동료와 점심을 해결했다. 예전 같으면 누가 계산하느냐로 눈치를 봤겠지만, 이제는 식권 서비스 앱을 이용해 눈치를 보지 않고 더치페이했다. 샐러리맨이 가장 힘들어하는 월요일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김씨는 녹초가 됐다. 회사 일로 늦는다는 남편의 저녁 걱정은 덜었지만, 초등학생 아이가 문제다. 마음 같아서는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하고 싶지만 심신이 지쳐 있다. 월요일 저녁은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로 해결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켜고 배달 앱을 이용해 평점이 많은 피자집에 주문했다.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하고 결제도 했다. 김씨의 월요일 하루 세끼는 푸드테크로 모두 해결한 셈이다.

ICT와 음식의 만남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푸드테크 전성시대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음식이나 식품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TV에서는 먹방의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선 푸드테크 서비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음식 레시피 서비스 ‘해먹남녀’를 운영하는 바이탈힌트 정웅 대표는 “한국의 푸드테크 시장은 이제 태동기이기 때문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O2O 분야”라고 강조했다.

푸드테크 시장을 연 것은 배달의민족·요기요 같은 배달 앱 서비스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비즈니스 모델)하면 생각나는 서비스로 인정받을 만큼 대중화됐다. 2015년 한국의 음식 배달 산업 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 배달 앱 서비스는 이 중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배송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는 배달 대행 서비스 ‘푸드플라이’와 제휴해 음식점의 음식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도 인수합병을 통해 다양한 푸드테크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동네 맛집과 고급 레스토랑 등 자체 배달이 되지 않는 외식 음식을 직접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는 수도권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반찬·도시락·샐러드 같은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배민프레시’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6배나 올랐다. 재료와 레시피를 함께 배송해주는 ‘배민쿡(가칭)’ 론칭도 하반기에 할 계획이다.

음식을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배달해주는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팅이 대표적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요리를 터치 몇 번으로 주문해서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같은 스타트업은 지역 농가와 제휴해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을 24시간 안에 빠르게 배송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라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직접 농사에 뛰어든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는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매주 소비자에게 배송해주는 만나박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지난 1월 배민프레시와 식권대장은 식권대장 고객사의 포인트로 배민프레시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을 했다. 오프라인의 기업 식권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인 식권대장이 푸드테크와 만나 신규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식권대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B2B 푸드테크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푸드테크는 레시피 정보 제공 서비스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해먹남녀를 꼽을 수 있다. 50만 건의 음식 사전 빅데이터를 통해 음식의 영양 정보, 성분, 효능 등을 검색해 자신과 맞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레시피 서비스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Cookpad와 미국의 Yummly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Cookpad는 2009년 일본 증시에 상장돼 3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고 있다. 북미 레시피 서비스인 Yummly는 개인의 식습관을 입력하면 채식이나 알레르기 등에 맞는 적합한 레시피를 추천하고 있다. 바이탈힌트 정지웅 대표는 “Cookpad의 경우 각 지역의 편의점과 대형마트 상품을 추천해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O2O 모형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레시피를 제공 서비스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진화될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O2O 분야로 확장 중

‘다이닝코드’ ‘포잉’ 같은 지역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닝코드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홍보성 맛집 정보는 배제하고, 정확성과 신뢰도가 높은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형 식사 대용 식품을 지향하는 ‘랩노쉬’를 필두로 차세대 먹거리에 관련된 뉴푸드 스타트업도 성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식물성 재료를 혼합해 인공 고기를 만들거나, 식용 곤충을 활용해 고기 소비를 대체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박스기사] 바이탈힌트 정지웅 대표 - “푸드테크 파급력, 다른 O2O 서비스보다 클 것”


TV에서는 먹방의 시대가 열렸고, ICT 업계에서는 푸드테크의 시대인 것 같다.

“푸드테크 시장이 가장 늦게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전자제품·패션·여행상품과 같은 재화는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 수많은 파생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식품과 외식 시장을 합쳐 160조원 시장에 달하는 한국의 푸드테크 분야는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 IT 기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O2O 시장에서 푸드테크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음식은 먹어야 경험이 완성되는 특성상, O2O 서비스와 연계가 필연적이다. 최근 두드러지는 O2O 시장에서 푸드테크의 파괴력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빈도와 관여도 때문이다. 다른 O2O 서비스보다 푸드테크가 다소 늦었지만, 파급력이나 규모 면에서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먹는 고민은 최소 하루 세 번, 매일매일 계속된다.”

한국에서 푸드테크 분야의 발전이 본격화한 계기는.

“배달의민족을 필두로 한 배달 서비스가 푸드테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2013년부터 많은 플레이어가 진입했다. 트렌드로 본격 대두된 것은 2015년부터라고 본다. 해외 푸드테크 성공 사례가 알려지고 O2O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였다. 201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고도화됐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한다.”

바이탈힌트는 레시피를 제공하는 ‘해먹남녀’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분야는 레드오션인 것 같은데.

“레드오션이 아니라 블루오션이라고 봤다. 전통산업의 강자들이 영상과 개인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잡지 못했기에 기회가 많다고 봤다. 요리를 영상으로 보면서 가질 수 있는 더 높은 주목도와 파생 구매 효과 등에 주목했다. 음식은 전 국민이 제각기 취향과 식견을 가진 주관적인 분야다. 내 입맛에 적합한 콘텐트를 골라주는 개인화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이 꼭 필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348호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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