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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권 개인대출 1위 렌딧의 김성준 대표] ‘엄친아 사장님’의 유쾌한 도전 

미국에서 두 번의 도전 실패 후 귀국... 포트폴리오 투자로 손실 위험 최소화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카이스트(KAIST)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원 출신, 180cm 넘는 훤칠한 키에 호남형의 얼굴. 김성준(31) 렌딧 대표는 이런 이력과 외모 때문에 P2P(개인간) 금융권에서 ‘엄친아 사장님’으로 불린다. 실적도 화려하다. 지난해 3월 렌딧(Lendit)을 창업한 이래 1년 5개월 간 총 186억원을 대출해 P2P 금융권에서 개인대출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연 평균 10% 금리(연 4.5~18%)의 중금리 대출이다. 그런데 이런 김 대표의 꿈은 원래 P2P 금융업체 대표가 아닌 산업디자이너였다. 금융권에서 그가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산업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감인데, 렌딧에서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내놓는데 초점을 맞춘 게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스펙’만 보면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에도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었을 텐데.

“원래부터 창업을 꿈꿨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 진학해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창업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친구와 함께 2009년 사회적기업인 ‘½ 프로젝트’를 창업한 게 처음이다. 일종의 기부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정상가의 절반만큼만 물건으로 받고 나머지는 기부하는 형태였다. 사회공헌, 제품 디자인, 소비자의 새로운 구매·기부 문화라는 요소를 연결한 좋은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F, Red dot,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도 했지만 수익성이 부족해 그만둬야 했다. 이후 2010년 스탠포드 대학원 제품디자인 과정에 입학했다가 2011년 중퇴했다.”

스탠포드 대학원을 그만둔 이유는.

“역시 창업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릴 때 입은 옷이나 장신구를 일반인이 쉽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이트였다. 사업 초기엔 미국 패션계 유력 인사들이 멘토로 나서주고, 한국 유명 엔젤투자자도 투자했다. 그러나 물류와 배송 서비스를 갖추는 데 한계를 느껴 사업을 접었다.”

두 번이나 창업에 실패한 셈인데, 또다시 렌딧을 창업한 계기는.

“2014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급전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해외 거주 4년 간 국내 신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창구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차선책으로 저축은행을 찾았더니 시중은행의 4~5배인 연 22%의 금리를 제시했다. 워낙 고금리라 빌릴 수가 없었다. 나처럼 은행에선 안 받아주고 저축은행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2014년 12월 미국에서 P2P 금융기업인 ‘렌딩클럽’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는 뉴스를 봤다. 온라인으로 직접 시도해보니 2분 만에 연리 7.8%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때 세 번째 창업을 결심했다. 한국에서도 렌딩클럽 같은 P2P 기업을 만들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삼성화재 출신 금융전문가 박성용 이사와 함께 사전 준비를 한 뒤 지난해 3월 렌딧을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서 P2P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가 생겼다.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뭐였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도입했다. 여러 개의 대출 채권에 분산 투자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렌딧은 대출 고객에게 보유 자금으로 대출을 선집행하고, 이렇게 집행된 대출채권을 포트폴리오로 묶어 투자 고객에게 판매한다. 렌딧이 고안한 포트폴리오 방식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100건가량의 채권에 분산투자한다. 일부 대출자의 부실이 생기더라도 투자자의 수익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7월 25일 공개된 13호 포트폴리오의 경우 103개의 대출채권을 묶었다. 1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채권의 금액 비율에 따라 103개의 대출에 분산투자한다. 2~3개의 대출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다. 1인 최대 투자금은 4000만원이다. 이제까지 렌딧 포트폴리오 1호~12호까지의 누적 분산투자 58만 건을 넘었다. 다른 P2P 금융 업체의 분산투자 건수를 모두 합한 것 보다도 많은 숫자다.”

대출 심사는 어떻게 하나.

“렌딧CSS(Credit Scoring System)라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사용한다. 우선 신용정보회사(NICE신용평가)로부터 제공받는 300여 개의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대출신청자의 신용등급과 대출자 금융기록 등을 분석한다. 이후 대출신청자의 사용자 행동양식과 소셜데이터 정보를 추가적으로 적용해 최종 결정한다. 사용자 행동양식은 대출신청자의 신중함과 상환 의지 등을 판단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 렌딧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얼마나 사이트에 머무르는지, 주요 정보를 면밀히 읽어 보는지 등이 평가 대상이다. 소셜데이터는 대출 신청자들의 페이스북 정보다. 대출 신청 시 페이스북 정보 수집에 동의한 신청자에게는 대출 금리를 0.1% 깎아준다. 지금까지 대출자의 연체율은 0.43%에 불과하고, 부도율은 제로(0%)다.”

대출자가 부도냈을 때의 안전장치는.

“고위험·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투자의 본질이다.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원금은 보장한다는 주장은 투자자 보호라기보다는 오히려 투자 본질의 왜곡에 가깝다.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게 렌딧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른 P2P 업체와의 경쟁에서 앞설 자신이 있나.

“여러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만큼 경쟁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보다는 P2P산업을 함께 키워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혁신이 만들어갈 영역이 지금보다 훨씬 넓기 때문이다. 물론 P2P 업체가 모두 같은 서비스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렌딧처럼 개인신용대출에만 집중하는 회사, 부동산대출을 주로 하는 회사, 법인 대출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 등 각자의 차별화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면 좋겠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렌딧 경영에 도움이 되는지.

“많은 도움이 된다. 스탠포드 대학원의 제품디자인 과정을 만든 데이비드 켈리 교수가 주창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P2P 대출에도 통용된다. 이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하고 탐색한 후, 그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다. 미국에서의 사업 실패 이후 한국에서 ‘금리 절벽’을 경험하면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절실하게 공감했다. 이를 토대로 렌딧 투자자·대출자와 공감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익 구조는.

“중개 수수료다.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가 핵심 수익원이다. 7월 초부터 대출 고객에게는 대출금의 2~3%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 수수료는 올해 안에 받을 계획이지만, 시기와 요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개인 신용대출 외에 다른 쪽으로 사업 영역을 더 확장할 생각은.

“당분간은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보험시장에 진출해 소비자에게 효율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보험은 대출 시장만큼 금융의 비효율이 심각한 분야이기 때문에 핀테크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본다. 앞으로 5년 안에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1349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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