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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촌 | 한남동·성수동] 강북판 압구정동 노린다 

한남더힐 평당 분양가 8000만원 넘어 … 대림산업, 7년 만에 뚝섬 사업 재개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지난 6월부터 일반분양에 나선 한남더힐의 분양가는 3.3㎡당 8000만원을 넘는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남더힐이다. 지난 6월부터 일반분양에 나선 한남더힐의 분양가는 3.3㎡당 8000만원을 넘는다. 한남더힐 전용 59㎡ 주택형은 13억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올 들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에서 상반기 매매가격이 높은 상위 10위 안에 이 아파트가 4가구나 포함됐다. 7월 전까지 한남 3구역은 평당 2500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3000만원으로 올랐다. 한남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7월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10건 정도 나왔는데 최근에는 매물이 1~2건 정도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남동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년여 만에 한남뉴타운 사업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한남뉴타운은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에 걸친 대규모(111만205㎡) 재개발 사업지다. 지난 2003년 11월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전체 5개 구역인 한남뉴타운은 면적이 가장 크고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던 3구역이 지난해 5월 서울시 건축심의에서 보류되면서 한동안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주민들과 논의를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3구역은 7개 블록으로 나눠 시 공공건축가가 블록별로 맡아 설계한다.

뉴타운 재개 소식으로 들썩


전해지는 개발안에 따르면 한남동의 구릉지 지형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도시 경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건축가가 마을 단위의 설계를 진행해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같은 특색 있는 경관을 지닌 주거지로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아파트 촌에서 벗어나 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이 들어서게 된다.

한남뉴타운은 한강과 남산을 낀 배산임수 지형인데다 용산공원이 가깝고 초고층 복합개발되는 유엔사·캠프킴·수송대 등 미군 부대 땅 동쪽에 자리잡은 핵심 주거지다. 재개발 후 1만 가구가 넘는 새 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보여 ‘강북판 압구정’으로 꼽힌다. 한남뉴타운 개발이 한남더힐과 유엔빌리지, 외인아파트 부지 등 고급 주택이 즐비한 부촌 한남동에 화룡점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 새 가이드라인 완성 소식이 전해진 지난 7월 이후 집값은 뛰고 있다. 특히 소형 빌라와 적은 지분의 인기가 상한가다. 3구역과 한강변이면서 용산공원에 가장 가까운 5구역이 매매가 상승세를 주도 중이다. 5구역 빌라 11㎡ 대지지분은 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빌라 23㎡ 대지지분은 4억5000만~5억원대다. 지난해 말 3구역 3.3㎡당 평균 지분가는 4503만원, 5구역이 4943만원이었는데, 7~8개월 만에 20~30%가량 뛴 셈이다.

“강남권 부동산 뛰어 넘기엔 한계”

한남뉴타운만큼이나 신(新) 부촌(富村) 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성수동 뚝섬이다. 대림산업은 7년 만에 성동구 뚝섬 상업용지 3구역 공사를 재개한다. 지난 2009년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를 뛰어 넘는 강북의 최고급 주상복합단지를 만들겠다고 개발에 나섰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7년 동안 방치됐던 이곳은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사업을 재개키로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9월 중 설계변경안을 확정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곳을 중대형 고급 아파트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경 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올 연말, 늦으면 내년 초엔 분양할 예정이다.

이 지역엔 지난 2011년 한화건설이 완공한 갤러리아포레(45층 2개동, 230가구)가 들어섰고, 내년 5월엔 서울숲 트리마제가 입주를 시작한다. 두 곳은 강북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다. 갤러리아포레는 강북권 최고가 아파트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따르면 갤러리아포레 331㎡형은 지난 5월 48억원에 거래됐다. 2011년 완공 당시 거래가는 41억6000만원이었다. 서울숲 트리마제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800만원이었다. 성수동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편리한 교통에 편의시설·녹지 공간이 어우러져 있어 갤러리아포레 중심으로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숲 e편한세상도 일반 분양가가 3.3㎡당 평균 4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뚝섬이 고급 주택촌으로 부상한 이유로는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다. 다른 매력은 빼어난 조망권이다. 강남 한강변 아파트는 북향으로 배치돼 거실에서 한강을 조망하기 힘들다. 그러나 뚝섬은 거실에서 바로 한강을 볼 수 있다. 또 48만994㎡(약 15만평) 면적의 서울숲 공원이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다. 낡은 공장이 즐비하던 성수동 일대의 정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성동구를 사회적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오는 2018년까지 서울숲 인근에 1만㎡ 크기 성수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지어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창업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에는 현재 SK와 코오롱 등이 지은 지식산업 센터가 40여 곳에 달한다. 젊은 근로자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카페·음식점·갤러리 등도 생겼다. 수요가 늘면서 권리금과 임대료도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수동1가 상가 평균 임대료는 지난 2014년 3.3㎡당 6만864원에서 올 2분기 9만967원으로 상승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연구소, 벤처기업이 늘면서 상권 활성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반포나 압구정동, 한남동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은 조망권·학군·교통·편의시설 등에 따라 좌우되는데 이 지역은 한강 조망권과 교통만 지녔다”며 “강남처럼 학군이나 주거 편의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부동산 가격이 강남권을 뛰어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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