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건강한 백세인생의 지름길 

 

송상호 웰튼병원 대표원장

지난해 말부터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노래 가사로 화제를 모은 어느 트로트 가요 제목처럼 바야흐로 ‘백세인생’시대다. 실제 1000명당 16명은 백세인생을 사는 시대인데도 막상 주변 어르신들은 ‘적당히 살다가 가야지, 안 그럼 오히려 고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3대 거짓말 중 하나만은 아니다. 단순히 수명만 연장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2013년 기준 81.9세지만 질병을 앓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지내는 건강 수명은 73세로 8년 이상 차이가 난다. 8년가량은 온전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살다 가는 게 오히려 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기대수명보다 건강 수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노년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외래 진료를 받는 5대 질병으로 본태성 고혈압, 치은염 및 치주질환, 급성기관지염, 등통증, 무릎관절증이 꼽혔다. 과거 부모 세대를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 잇몸과 치아가 부실해져도 ‘얼마나 더 산다고’ 하는 핑계로 치과치료를 미루는 게 다반사였다. 무릎이 아파 걷기조차 힘들어도 병원을 찾기보다는 안방 아랫목에 누워 있는 모습이 흔했다.

백세시대가 열린 지금은 확 달라졌다. 60대가 아직 한창인 나이가 된 지금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병원을 찾는 60대 이상의 환자 가운데 무릎이 아파 꽃놀이나 등산 등 외부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과거 관절염은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생각에 약을 먹거나 활동을 자제하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5대 질병 중 진료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질병이 바로 무릎관절증이 됐다. 이렇게 생명의 위협이 아닌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하는 정도의 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행복’이 노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태도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의료기술도 이에 맞춰 더욱 발전하고 있다. 최근 딸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90세 환자가 있었다. 딸의 부축을 받고 들어오는 환자의 다리가 외관상으로도 O자로 휘어있었기 때문에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환자의 상태는 퇴행성 관절염 말기 단계로 인공관절수술이 시급했다. 과거에는 90세 환자의 경우 젊은 환자에 비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절개술’을 통해 수술 후 재활이나 일상 복귀가 빨라 고령층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는 필자의 설명에 90세 환자는 흔쾌히 수술을 결정했고,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친 바 있다.

피부 노화를 걱정하며 젊어서부터 피부를 관리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이렇듯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꾸준한 운동, 그리고 정기검진을 통해 사소한 병까지도 적극 치료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 그리고 건강한 백세시대를 위한 지름길이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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