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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P2P 대출·투자 후폭풍] 대출자는 추심,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 

겉만 P2P, 속은 사실상 대부업체 많아... P2P금융시장 진입 업체 갈수록 늘어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서울 강남 도로변에 뿌려진 대부업체 홍보전단.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개인 간 대출(P2P, Peer to Peer) 중개 업체를 통해 돈을 빌리는 서민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24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은 200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대출액이 15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휴가철과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2개월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업체 수도 최근 크게 늘었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P2P금융시장에 진입한 업체는 73개다. 전달과 비교해도 10개 업체가 더 늘었다.

P2P대출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에게 환영받고 있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물이 없어 은행·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이나 기업은 대부 업체를 찾아 최고 27.9%(법정 최고 이율)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왔다. 이런 고금리 대출을 9.29~18.1%(2016년 5월 말 기준)의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이 P2P대출이다. P2P대출은 여윳돈을 가진 개인에겐 새로운 투자처이기도 하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8~10%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핀테크(FinTech) 열풍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투자와 대출을 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다.

P2P대출은 기존 대부업과 개념이 다르다. 대부업은 대부업자 개인·법인이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 여러 채권을 한 대부업자가 독점하기 때문에 대출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상환이 되지 않은 채권은 추심 업체에 넘기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 추심 업체가 대출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와 달리 P2P대출은 투자자가 여러 사람이다. 하나의 채권을 독점하는 사람이 없어 차입자는 대부업에 비해 공정한 대출심사를 받을 여지가 있다. 추심 업체에 차입자를 넘기기도 어렵다. 돈을 빌려주는 건 유사하지만 개념상 ‘차용’이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이다. 돈을 갚지 못한 것에 대해 차용은 부도가 되고, 투자는 손실이 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장점에도 P2P대출 활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돈을 빌리려면 어떤 중개업체인지 따져봐야 하고, 투자를 하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얼마인지 알아봐야 한다.

돈을 빌리려면: P2P대출 중개 업체가 대부 업체인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대부 업체이면서 P2P대출 중개를 하는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 업체는 돈을 갚지 못한 고객의 채권을 할인해 추심 업체에 팔아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 업체는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강력한 추심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불법 추심 업체에까지 채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실제 P2P대출 시장에 대부업자가 대거 뛰어들어 있다. 대부업은 최소 자본금이나 소비자 피해 발생에 대한 보상금, 상한금리, 특정 시간대의 TV광고 제한 등 강한 규제를 받는다. 이에 반해 P2P대출은 규제가 전혀 없어 상대적으로 차입자를 모으기에 수월하다. 이 때문에 기존 대부업자가 규제를 우회해 P2P대출 중개서비스를 내걸고 성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부 업체인지 아닌지 구분하긴 쉽지 않다. 법률상 대부분 P2P대출 중개 업체가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 투자자를 모집해 P2P대출을 중개하는 ‘8퍼센트’는 전자상거래플랫폼업을 모회사로, 대부업을 자회사로 이원화하고 있다. 핀테크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벤처캐피털이나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업으로 등록되면 투자가 제한되고, 전자상거래플랫폼으로 등록하면 유사수신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8퍼센트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이트를 폐쇄당한 바 있다. 유사수신행위를 위반했단 이유다. 8퍼센트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부업에 등록한 후 사이트를 다시 열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의 형태로 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수의 투자자를 모아 다수의 차입자를 모으면 P2P대출 중개 업체, 소수의 개인·법인이 다수의 차입자를 모으면 대부 업체란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8월 24일 ‘2차 P2P 대출 TF 회의’를 가지고 “(대부 업체가 P2P대출 중개를 하는 것이)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지만, 다수의 투자자와 다수의 차입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제공이라는 P2P대출의 기본 개념을 벗어난 경우, 가이드라인을 통한 일정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인 등 소수 투자자만 참여하는 P2P대출에 제동을 걸겠단 의미다. 한 사람(법인)이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기존 대부업과 다를 바 없단 판단이다. 금융위는 P2P투자에 ‘단일 투자자 허용 여부’와 ‘법인 투자자의 대부업 등록 여부’ 등의 규제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하주식 서민금융과장은 “투자자든 차입자든 자신이 활용하는 업체가 대부업인지 P2P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대출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연의 P2P대출 중개를 해온 업체는 규제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기존 대부업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영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지난 7월부터 금융위 가이드라인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업 규제에서 벗어난 P2P대출 중개서비스 중 투자자보호가 되지 않는 업체가 나오면서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P2P업체까지 피해를 입고 있단 판단에서다. 8퍼센트 이경진 홍보담당자는 “현재 대부업법으로는 P2P대출 중개를 제대로 규제할 수 없는데 향후 만들어질 규제는 건전한 P2P대출을 부양하고 명확히 업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 시대에 맞춰 미비한 규제를 정비하면 투자자 보호에 미흡한 업체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비즈니스 형태를 구분할 방법이 아직 나오지 않아 대출 소비자가 P2P대출 중개 업체를 직접 가려내긴 어렵다. 한국 P2P금융협회 사이트에서 등록된 업체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대출심사가 수월하다거나 금리가 저렴하다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돈을 투자하려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에 P2P대출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다. 그러나 이 땐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P2P는 ‘투자’이기 때문에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란 얘기다. 소비자원이 8월 23일 발표한 P2P대출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높은 원금 손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2년 동안 P2P대출 투자자 150명에게 물어본 결과, 연평균 순투자수익율은 10% 내외지만 이 중 20.8%는 ‘채무 불이행에 따른 원금 손실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기존 대부 업체 채무불이행비율(부도율)이 1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소비자원은 “P2P대출은 별도의 법률 없이 대부업법 등에 적용을 받아 대출자는 어느 정도 보호를 받지만, 투자자는 구체적 보호방안이 없는 실정”이라며 “P2P대출을 악용한 불법적 자금 모집 행위나 P2P대출 업체의 투자자금 횡령·부도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P2P대출 초창기엔 20% 수익률을 내세운 투자상품이 있었는데, 부도율도 20%대에 달하기도 했다. P2P대출 중개 업계는 원금 손실이 늘어나면서 악순환이 지속되자 이후로 신용도를 높이고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 수익률이 높다고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지 말고 어떤 기업·사업에 투자를 하는지, 신용도나 위험도는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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