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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 선진국 독일·핀란드를 가다] 열병합발전으로 화석연료 사용 ‘0’ 목표 

열·전기 생산 효율 높고 CO2 배출 줄여... 공급 불안정한 풍력·태양광 보완 

베를린·드레스덴·헬싱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노세너 브뤼커 열병합발전소(CHP)에서 바라본 드레스덴 시 중심가. 독일의 열병합발전소는 한국의 지역난방공사처럼 시 중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독일 베를린 시내를 달리다 보면 차창 밖으로 현대적 건물과 재래식 공장, 발전소 굴뚝이 교차한다. 하늘은 청명하고 공기는 깨끗하다. 시야를 가리는 전기줄은 찾아보기 어렵다.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13번 고속도로. 약 180km 구간의 도로 양 옆은 조림(造林)이 빼곡히 들어섰다. 군데군데 풍력발전기가 눈에 띌 뿐, 경관을 해치는 송전탑은 찾아볼 수 없다. 18세기 작센 왕국의 수도인 드레스덴으로 들어서자 고풍스런 중세 양식의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 역시 거미줄처럼 엉킨 전기줄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공업 국가다. 국민 1.7명(2014년 기준, 한국 2.46명) 당 자동차를 1대 보유한 자동차 대국이기도 하다. 독일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59만3000GWh(2015년 기준). 한국(52만8091GWh)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전기 발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볼프 빈더 독일 열병합발전(CHP)협회 회장은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왔다”며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문제를 산업보다는 환경 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2030년까지 열병합발전 비중 25%로 확대


독일은 석탄 등 화석연료와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얻는 전력 비중을 2050년까지 8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열병합발전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이란 한 발전소에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에너지 생산 방식을 뜻한다. 먼저 연료를 태워 터빈에 돌려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다. 이 수증기는 증기 터빈을 가동시킨다. 화력과 수증기로 작동하는 2개의 터빈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한편, 여기서 발생한 열을 버리지 않고 지역 난방에 사용한다. 일반 발전소의 효율은 49.9%(전기생산량)에 불과한 데 비해 열병합발전은 70.7%(전기 42.1%, 열 38.6%)에 달한다. 열병합발전은 연료 사용량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친환경 발전으로 분류한다. 특히 독일은 열병합발전 연료로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메탄과 나무, 팜 오일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오염도 거의 없다. 일부 석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열병합발전은 신재생발전의 보완적 발전 방식이다. 풍력·태양열 발전은 기후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변한다. 날씨에 따라 공급 전력량과 전압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꾸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만약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까지 불지 않는 날이면 꼼짝없이 ‘블랙아웃’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 독일은 신재생발전의 불완전한 에너지 공급을 채우기 위해 열병합발전 공급을 확대한다. 독일은 현재 16%(9만4000GWh, 2015년 기준)인 열병합발전 비중을 2020년 21%, 2030년 25%로 늘린다.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에너지 공급의 양대축으로서 난방·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독일에 송전탑과 전기줄이 없는 점도 열병합발전 덕분이다. 열병합발전은 지역발전이라 원거리 송·변전이 불필요하다. 근거리 전기·열 공급은 땅 속 배관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비해 한국은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해안가에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심·주거·공업단지 등과 거리가 멀어 대규모 송변전 설비 설치가 불가피하다. 송전망 설치 비용은 1km당 약 120억원(345kv 기준). 한국전력은 2014년 송·변전 설비에 2조1600억원을 사용했으며, 올해부터 2018년까지 8조12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주민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독일은 열병합발전 보급을 넓히기 위해 연간 15억 유로(약 1조8400억원) 한도로 열병합발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생산 전력의 규모에 따라 ㎾당 지원금을 매겨 설비 보수 비용을 지급하고, 남는 전력을 전력거래소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2KW의 소규모 설비의 경우, 6만 시간을 가동한다고 가정해 KW당 4유로센트, 총 2400유로(약 295만원)를 지원한다. 열 보관탱크는 1㎥ 당 250유로, 열 배관도 1m당 100유로를 보조해준다. 새로 짓는 열 보관탱크는 1㎥ 당 250유로(약 32만5000원), 열 배관도 1m 당 100유로(약 13만원)가 지원된다. 단, 열 보관탱크와 배관 지원금은 프로젝트 당 각각 2000만유로(약 260억원)과 1000만유로(약 130억원)로 제한된다. 재원은 모든 전력소비자로부터 CHP수수료 1kWh당 4.19유로센트(약 55원)를 거둬 조달한다.

보조금은 모두 전기 사용자가 부담한다. ㎾h당 0.0419유로의 추가 비용을 물린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9유로를 부담하는 꼴이다. 독일에서도 비용 증가에 대한 반발이 컸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 원전과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RWE의 홍보담당자인 비앙카 하이들러는 “지원금 없이는 설비 건설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무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에 대한 지원금도 따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독일보다 열병합발전이 더욱 보편화됐다. 165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05곳에 열병합발전소가 있으며, 전체 열 사용량의 82%(71GWh)를 열병합발전으로 공급 중이다. 추운 기후 탓에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의 경쟁력이 높아서다. 유럽에서도 열병합발전 비중이 큰 곳은 덴마크·스위스 등 추운 나라다. 핀란드는 2011년부터 열병합발전이 사용하는 연료에 탄소세를 50% 감면하고 1GWh의 열병합발전을 추가할 계획이다. 야리 코스타마 핀란드에너지협회 열병합발전·냉난방 담당은 “석탄 가격 하락과 유럽 경제 불황 등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도전에 직면했지만 친환경 열병합발전 지원 논의는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1인당 9유로 부담해 설비·전력에 보조금

한국도 1978년 제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열병합발전을 도입했다. 분당과 수지·위례 등 다수 신도시가 열병합발전을 도입했다. 현재 국내엔 기업·공기업 등 35개 열병합발전 사업자가 있으며, 전체 전기 발전량의 5.5%(5.4GW)를 생산 중이다. 다만 열병합업계는 정부가 전기 매입 가격을 생산 원가보다 낮게 책정한 탓에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실제 35개 사업자 중 22개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집단에너지사업법은 발전사업자가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할 경우 정부가 전기 가격을 20~30% 깎아 매입하도록 규정했다. 이익을 2번 거두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조항을 피하기 위해 열병합발전이 전기만 생산한다면 벌칙 조항으로 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 에너지를 산업적 관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의 경우 열병합발전이 이산화탄소 저감 인증을 받으면 지원금을 주며, 남은 전기를 판매할 경우 가격 혜택을 주는 이중 지원을 제공한다. 유재열 집단에너지협회 부회장은 “공익 목적의 에너지 사업엔 투자금 등을 보전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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