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자네, 요즘 어떤 일을 하나?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의 출생률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의 나락에 빠져 있다. 조만간 한국 사회가 동력을 상실하고 서서히 몰락해 가리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출산을 늘리기 위해 고령사회 문제(노년층 빈곤)를 좀 더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 노령층 빈곤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그 배경 중의 하나가 자녀양육 부담이다. 자식을 키우다 노년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릴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할 수 있을까.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책이나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적극 논의해야 한다. 또 이런 가운데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과거엔 임원이 되지 못하고 정년에 이른 직원 혹은 저성과자를 어떻게 하면 정년 전에 잡음없이 내보내느냐가 인사담당자의 고민거리였다. 내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최근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체감 정년 연령은 50.9세에 불과하다. 이제는 60세까지 일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인사계획을 짜야 한다. 60세까지 조직에 기여하면서 행복하게 일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혹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65세까지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야 한다.

그렇다면 저성과자나 조직과 맞지 않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년까지 함께 할 수 없는 직원에게 필요한 제도 중 하나가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가능한 미리 이직을 잘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교육이 많기 때문이다. 즉 45세 즈음 퇴직한 후 성공한 사례를 알려 준다든지, 혹은 전혀 준비하지 않다가 40대 후반이나 50대에 나가서 힘들어 하는 사례를 제시해 무언의 퇴사 압력을 가하곤 한다.

어느 대기업의 한 임원 사례를 보자. 대체로 퇴직 압력을 받는 직원은 중요한 업무로부터 배제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림자 인간이 되고 만다. 별로 하는 일이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다가 급기야 퇴직 압력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날 임원은 한 부하 직원과 사무실에서 마주쳤다. 임원이 물었다. ‘자네 요사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직원은 얼버무리면서 제대로 답을 못했다.

저성과자로 낙인이 찍혀 별다른 일도 하지 못하면서 주위의 눈총을 받고 있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임원은 며칠 후 직원을 사무실로 불렀다. 사직을 독려하기 위해? 아니었다.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과업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물어 보고 그가 원하는 일을 맡겨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개별 기업의 노력이 저출산과 고령사회라는 너무도 엄청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자신의 지속가능성과 긍정적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함께 이뤄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 힘을 모으는 획기적 모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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