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여행의 진정한 맛은 소통 

 

이준규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장

최근 일본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다. 출장으로 자주 찾았던 도쿄는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항에 도착해서 찾아간 일본 가정집에서는 일본인 부부가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날 밤 식탁에는 이 집 식구들이 매일 먹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일본식 식사가 차려졌다. 식탁에 둘러앉아 사케 한잔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치 오랜만에 찾은 친척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다음 날 오후에는 집주인과 함께 동네를 산보했다. 관광객들이 찾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도쿄 거리가 아니라, 평범한 일본 시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였다.

집주인은 길거리를 걸으면서 만나는 지인들에게 필자를 소개해주었다. 매일 밤 퇴근길에 들러서 맥주 한잔 한다는 일본식 펍, 주말이면 장을 보러 가는 동네 상점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연방 우리 동네에 온 걸 환영한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 주민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민박을 통해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특별한 여행이 됐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은 여행을 잘 못한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 설명을 조금 듣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내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했노라는 기록을 남기는 데에 급급하다. 중요한 관광지를 훑어보는 방식이다. 장소와 사물만 찾는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나는 여행의 진정한 맛은 소통에 있다고 본다. 장소의 역사적 배경을 알면 교감할 수 있다. 프랑스 아를에서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몇 푼 없는 생활비를 들고 딱딱하게 굳은 빵과 시큼한 와인을 마셨다. 아를의 한 뒷골목 카페다. 이 역시 그림으로 남겼다. 카페는 지금 명소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카페를 찾아 사진 찍기에 바쁘다.

아를은 배고픈 고흐가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다니다 홀로 마을 뒤 언덕에 올라 밤을 그린 장소다. 나는 아를에 가면 프랑스 사람과 어울려보길 권한다. 그곳엔 지금도 꿈으로 가득한 배고픈 화가가 있다.

여행은 현지인과 어울리며 다른 생각을 배우고 그가 살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공유할 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방문한 것에 의의를 두지 말고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할지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특별한 여행 경험을 만드는 건 바로 사람이다. 여행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집주인인 호스트는 낯선 사람을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라고 여기며 나의 집을 찾는 게스트를 맞이한다. 호스트가 숙박공유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수적인 소득으로 생활비에 도움이 되거나,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그런데 호스팅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집에 머물고 간 게스트와의 만남이 삶의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을 자신의 빈 방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살고 있는 동네를 소개하면서 민간외교관이 된 듯 한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호스트의 환대에 게스트도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특별한 여행 경험을 하게 된다. 숙박공유는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데에 머물지 않다. 숙박공유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누는 환대, 특별한 여행 경험에 있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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