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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커지는 가정간편식 시장] 한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솔로 입맛 맞추기 무한경쟁 

올해 시장 규모 2조원 넘어... 편의점까지 가세하며 종류 다양해지고 고급화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지난 추석 연휴, 집에서 쉬는 ‘스테이케이션(집이나 집 인근에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것)’을 선택했던 김세정(34·여) 씨. 하지만 김씨의 상차림은 대가족 식탁이 부럽지 않았다. 잡곡밥에다가 갈비탕·불고기·동태전까지 식탁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추석 전, 김씨는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아 부지런히 장을 봤다. 그렇다고 모든 요리를 김씨가 만든 건 아니었다. 간단하게 데우기만 하면 요리가 되는 가정간편식이 대부분이었다. 김씨는 “좁은 오피스텔에서 요리를 하면 환풍이 잘 안 되고 1인분만 만들면 음식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간편하게 밥상을 차렸지만 혼자라도 남부럽지 않게 먹는다”고 말했다.


유명 맛집 음식도 간편식으로 제품화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겠다는 ‘나홀로족’이 늘면서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간편식은 조리된 재료를 끓이거나 밀봉 상태로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2011년 8000억원에 불과했던 간편식 시장은 2013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조 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간편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부대찌개·된장찌개·육개장 등 각종 찌개류부터 볶음밥·파스타·냉면·삼계탕까지 시장에 나왔다. 간편식은 1981년 오뚜기에서 ‘3분 카레’를 출시한 이후 서른 살이 넘으면서 다양한 먹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관련 업체들은 각종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 등 유통 업체의 자체브랜드(PB)가 주도하는 간편식 시장에 CJ제일제당·동원·아워홈 등 식품·유통 업체들도 뛰어들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까지 나서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혼자 먹더라도 제대로 된 요리를 먹으려는 1인 가구. 이 때문에 업체들은 유명 맛집 음식을 간편식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가 멀리 찾아가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원조 가게보다 저렴하다. 이마트는 지난 7월 간장게장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 ‘큰기와집’과 협력해 간편식을 출시했다. 큰기와집은 이마트가 전국 맛집에서 공수한 간장게장을 놓고 16번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최종 낙점한 곳이다. 1년 동안 한영용 큰기와집 대표가 맛 테스트하면서 제품을 완성했다. 한 대표는 “사서 먹는 시대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간편식을 출시하기로 결심했다”며 “간장게장은 유통이 쉽지 않은데 대형마트와 손을 잡으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는 서울 3대 짬뽕 중 하나로 알려진 ‘초마짬뽕’을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비밀 연구소에서 #피코크 # 즉석밥 시식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11곡밥·현미 등 피코크 즉석밥을 공개했다. 이마트 본사 9층에 있는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정 부회장이 피코크의 맛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꾸린 상품 개발 조직이다. 특급 호텔 셰프 출신도 이곳에서 일하는데, 비밀연구소는 개발 인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덕분에 이마트 피코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78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80억원)와 비교해 34.5% 증가했다. 올 상반기 이마트 전체 매출 신장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간편식은 명절 상차림도 접수했다. 추석을 앞두고 대형마트에서는 동태전·떡갈비·동그랑땡·너비아니 등 한식 간편식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주부 이주연(36·여)씨는 “어른들과 함께 모여 앉는 식탁에 올려놓는 것은 아직 민망하다”면서도 “세 식구가 간단히 차려먹는 상에 올리고 추석 기분 내는 데에는 간편식이 괜찮다”고 말했다. 허준열 CJ제일제당 비비고 한식반찬 마케팅 담당은 “가사 노동을 줄이고 명절 상차림을 간소화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간편식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장시간 육수를 몇 번씩 우려내야 하는 사골 곰탕과 전문 외식 업체에서만 즐길 수 있던 감자탕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끈다. 또 아워홈 ‘손수 추억의 맛 국물떡볶이’처럼 ‘엄마 손맛’ ‘집밥’을 연상하게 하는 제품도 1인 가구의 지갑을 열게 한다. 간편식을 담는 용기도 진화하고 있다. GS편의점에서는 냄비로 옮겨 담을 필요 없이 포장 용기 그대로 가스레인지에서 조리가 가능한 찌개류를 내놓았다.

최근 바쁜 ‘파워 솔로’를 유혹하는 건 냉동밥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으로 대표되는 즉석밥과 비슷한 듯 다르다. 가열하면 밥이 된다는 점은 같지만 다른 반찬이 특별히 필요없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빔밥·볶음밥·국밥 형태로 제조돼 있어 가열만 하면 한 끼 식사가 된다. 냉동밥 시장은 2000억원에 달하는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는 냉동밥 시장이 올해 4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간편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훈풍을 맞았다.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상반기에 간편식 식자재 유통으로 약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넘게 성장했다. 유태우 CJ프레시웨이 영업기획팀 과장은 “올해 연말까지 매출 1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저성장에 외식 경기는 다소 침체되더라도 1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식 시장은 확대되면서 식자재 유통 시장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30분의 1 수준 … 더 확대될 것”

간편식 시장이 확대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1인가구 확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7.2%로,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 5인 이상 가구(6.4%)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1인가구가 대한민국 표준이 된 셈이다. 여기에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편리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또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서 먹는 식생활의 외부화, 공급자의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간편식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일본에서 나타났다. 단카이 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이혼, 자식 분가 등으로 1~2인 가구가 늘었다. 젊은 세대는 결혼을 미루고, 출산율은 떨어졌다. 이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일본에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간편식 시장이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간편식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조리와 보관이 용이한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간편식 소비량은 일본인의 30분의 1 수준”이라며 “간편식 시장의 고성장세는 앞으로 수 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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