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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공간공유 전문 토즈 김윤환 대표] 방향이 옳다면 참고 견뎌라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창업자·1인가구로 대상 확대... 독서실 재해석한 ‘K스터디’로 글로벌 도전

▎서울 반포동 토즈 신반포점에서 김윤환 토즈 대표는 “이제 프리미엄 독서실과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사업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김춘식 기자
“성장은 더딘데 가능성이 보일 때가 가장 괴로웠습니다.” 김윤환 토즈 대표는 2003년 당시를 회상했다. 7년 동안 준비하던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을 접고 2002년 토즈를 창업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2002년 당시 그는 학생들이 대학 도서관 외에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는데 비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만한 공간이 부족해 사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신촌과 대학로 중 어디에 1호점을 열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신촌으로 결정했다. “신촌엔 대학교가 4개나 있잖아요. 일단 확실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 더딘데 가능성 보일 때 괴로워

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면 되지 무슨….” 하지만 그는 시대적 환경이 그를 응원한다고 생각했다. “프리챌과 다음 카페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급속히 늘어났고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날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오픈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그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 토즈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초조하진 않았다. “전 지금도 협력사 대표의 성격을 봅니다. 급하면 성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거든요.” 김 대표는 회원수를 많이 거느린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열심히 그들의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 토즈를 홍보했다. 그러다 ‘파사모(파워포인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7만9000명)’를 접하게 됐다. 대학생·직장인 할 것 없이 파워포인트가 중요하게 부상하던 시절이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거대한 커뮤니티가 되기 전. 파사모에 가입하니 커뮤니티 대표에게 축하쪽지가 왔다. ‘정모(정기모임)는 토즈에서 하시죠.’ 그렇게 파사모 첫 정모를 토즈 신촌 1호점에서 열게 됐다.

김윤환 대표는 관찰을 즐긴다. “어느 날 직원들이 토즈에 와서 회의를 하더라고요. 유심히 관찰하니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토즈와 같은 별도의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죠.” 그는 이때부터 기업을 다니며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직접 뛰었다.

이런 식으로 고객을 늘려가다 보니 2007년 마침내 토즈 연 방문객은 50만 명을 기록했다. “이제 나누자.” 김윤환 대표는 토즈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모임센터에서 스터디센터, 비즈니스센터로 계속 공간을 분화했다. “지금도 고객의 욕구를 중심으로 공간을 분화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만든 게 창업 전 환경을 위한 워크센터와 학생들의 프리미엄 독서실입니다.” 그의 말처럼 2010년에는 2년의 연구 끝에 스터디센터를 시작했다.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독서실은 없습니다. 다들 공부는 학교 도서관 아니면 집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독서실 개념을 설명하고 이미지를 보여주면 다들 환호합니다. K패션·K뷰티 하는데 토즈가 ‘K스터디’란 말을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 서보려고 합니다.” 토즈는 현재 200개의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5000여개의 독서실이 있는데 대부분이 과거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학생들의 성향 또는 기호에 맞춘 3가지 유형의 독서실을 만들었죠.”

시종일관 침착하던 그가 조금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묘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교육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만들었어요.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해요. 우리의 독서실은 우리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한, 때로는 공교육을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던 귀한 곳입니다.”

최근 토즈는 광화문에 첫 워크센터를 열었다. 토즈가 비즈니스센터에 이어 워크센터를 열자 다수의 언론은 한국의 토종 공간공유기업 토즈와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장해 가고 있는 공간공유 스타트업 위워크를 비교했다. “올 초 위워크가 국내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미국 출장 길에 위워크 관계자를 만나려고 시도했어요. 하지만 만나주지 않더군요. 전 위워크가 한국에서 성공했으면 합니다. 현재의 오피스 시장을 토즈와 함께 뒤흔들어 주면 좋겠어요. 위워크와 토즈 그리고 리저스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창업에 몰두하는 창업자들을 좋은 환경으로 옮길 겁니다.”

김 대표가 말한 것처럼 토즈의 경쟁자는 위워크 외에도 세계 최대의 코워킹 비즈니스 기업 리저스도 있다. 단기간을 이용하는 위워크나 토즈와는 달리 리저스는 장기간 사무실을 임대하는 비즈니스에 치중하고 있다. 때문에 리저스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본격 진출 전 프리 오피스를 많이 제공했다. 아마존이 4년, 페이스북은 2년, 트위터도 2년을 한국 리저스 무역센터점에 머물며 국내 사업을 준비했다. 전우진 리저스코리아 사장은 “삼성생명이 본사뿐 아니라 지방 사옥을 팔아 치우는 것처럼 대기업들이 더 이상 빌딩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호텔처럼 빌딩 운영 비즈니스가 뜰 것이고 위워크·토즈와 함께 코워킹 비즈니스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사장의 말을 전하자 김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100% 동감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토즈의 워크센터의 플랜을 설명했다. “우리는 지금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국에 워크센터를 지어 연결할 겁니다. 토즈 워크센터 카드 한 장이면 전국 어디서든 미팅장소 걱정 없고 자유롭게 업무가 가능하도록 말입니다. 위워크는 공간을 넓게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인은 공간의 넓이보다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만의 공간’ 같은 거죠. 방문화에 익숙하고 구석을 좋아합니다. 한국의 창업은 점점 소규모·전문화되고 있습니다. 2008년 정도까진 대규모 인력이 모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10인 이하, 특히 1~3인 정도의 창업이 늘고 있죠. 이런 특성도 반영해 워크센터를 만들고 있어요.”

“스타벅스도 토즈 경쟁자”

토즈는 올해 안에 전국에 50개의 워크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작은 워크센터를 일정 수만큼 만들어 서비스 연계가 되는 시기부턴 대형 워크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 “강남과 강북에 각 1000평 규모의 워크센터를 지어 이용자들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해소해 갈 겁니다. 지금은 스타벅스에 가서 일하고 공부하는 고객층이 많지만 10년 안에 그들이 토즈를 이용하도록 할 겁니다. 위워크뿐 아니라 스타벅스와 같은 현대인이 즐겨 찾는 커피숍도 우리 경쟁자인 셈입니다.” 김 대표는 여기에 1인 가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솔루션 비즈니스 ‘리브 토즈’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리브 토즈에 대해선 극비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제는 월 12만 명이 이용하는 토즈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김 대표는 위기 때 기억을 굳이 들추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직 위기를 꺼내어 볼 때는 아닌 것 같아서요.” 한참 천정을 바라보더니 그가 말했다. “가능성은 보이는데 이용자가 늘지 않을 때 참 답답하더라고요. 스터디센터를 진행할 때도 그랬고요. 중요한 건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전 방향이 맞는다면 기다리고 견뎌야죠.”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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