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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도전과 과제] 미 공군 고등훈련기 1000대 수주에 사활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제3국 추가 수출 땐 100조원대 사업 … 신형 전투기 KF-X 개발사업도 한창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 T-50A가 시험 비행하는 모습.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미래전의 승패는 하늘에서 갈린다. 컴퓨터와 통신기술로 전쟁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하늘 위에서의 정밀타격 사이버전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세계 항공우주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14년 기준 5826억 달러(약 650조원) 규모다. 이는 반도체산업(3331억 달러)의 1.7배, 조선산업의 2.5배(2248억 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23년께 항공우주산업 규모가 8410억 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 방위산업체 중 미래전 중심 무대인 하늘에 도전하고 있는 대표적 업체다.

KAI는 현재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 교체 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 공군과 해군이 사용할 고등훈련기 100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현재 미국은 미군이 쓰고 있는 T-38C가 노후화됐고, 5세대 전투기 훈련에는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훈련기를 물색 중이다. 선정 시 50조원, 제3국 시장 물량과 연관 매출을 더하면 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KAI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프로젝트 수주에 나섰다. 하성용 KAI 사장은 지난 7월 “APT 교체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사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하 사장과 함께 임원 39명도 미리 조건부 사표를 썼다. 미국 정부는 올해 말 APT 입찰공고를 내고 내년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체계개발은 2022년까지, 양산·배치는 2032년에서야 마무리된다.

KAI는 이 사업에 그동안 협업해온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다. APT용 훈련기로 KAI의 T-50 고등훈련기를 개조했고 T-50A(America)로 명명했다. 지난 6월 2일과 7월 26일 두 차례 시제기 초도비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AI 관계자는 “T-50이 한국 공군에서 10여년 동안 운용해왔고, 동남아에 수출해왔다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 주력 기종(F-35, F-22)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룬 점도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다. 오랜 사용으로 성능이 검증돼 APT 기종으로 위험 요인이 적고 전력화 시기를 단축해 사업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KAI는 T-50A를 대당 약 250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APT 교체 사업 수주 못하면 사표”


몇 십 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대형 사업인 만큼 수주 경쟁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치밀하게 진행돼왔다. 항공산업 강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사실은 변방국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KAI 관계자의 전망이다. 미국은 훈련기 선정에 기술적 위험도, 항공기 성능, 성능 차별성, 과거 사업수행 성과, 가격 등을 평가한다. T-50A는 성능 향상을 통한 미래 공중전 맞춤형 훈련기다. 기존 다기능디스플레이(MFD) 대신 미 공군 요구사항인 대화면시현기(LAD)에 가상훈련(ET) 장비를 탑재했다. 핵심 요구 성능인 지속 선회 능력과 공중급유장치 등이 추가돼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고, F-35 등 미 공군의 최신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제반 요건을 갖췄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 최종 조립라인을 완공했고, 지상훈련센터를 시범 가동하는 등 경쟁사들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APT 기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세계 훈련기 시장을 선점해 국가 항공산업의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될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통하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18만 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 등 국내 항공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한 후 약 30년 동안 정비·운용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많다. 통상 항공기를 수출하고 정비하고 부품을 조달하면 판매 대금의 약 1.5배의 추가 수익을 올리게 된다. KAI의 이동신 국내사업본부장(전무)은 “우리 항공산업이 세계 중심에 당당히 서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목표 달성까지 넘어야 할 산도 여럿이다. 우선 입찰에 응하는 경쟁 컨소시엄이 4곳이나 된다. 미국 보잉은 스웨덴 사브와 함께 새로운 기체를 개발 중이다. 미국 노스럽그루먼과 영국 BAE도 짝을 이뤄 신형 훈련기 개발에 돌입했다. 기체를 새로 만들어 선보일 이들은 성능 항목에서 가산점을 노린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미 공군의 입맛에 맞게 최적화한 훈련기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레이시이온과 이탈리아 에어마키컨소시엄은 이미 생산해 사용 중인 M-346(T-100)을 내세워 뛰어들었다. 더구나 KAI의 T-50A는 미 공군 요구 충족을 위해 조종석과 캐노피, 산소공급장치를 보완해야 하는 과정도 남아있다. 훈련기 선정에 여러 정치적 이슈가 변수가 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인데,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프로젝트 수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리온 해외 수출 마케팅 시동

기본 훈련기인 KT-1의 아프리카 수출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최근 세네갈 공군에 KT-1 4대를 공급하면서 아프리카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KT-1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인도네시아(17대)·터키(40대)·페루(20대) 등 총 77대를 수출했다. 투르크메니스탄·파라과이·르완다를 상대로 마케팅이 진행 중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항공기 교육과 항공지원시설을 설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안이다.

수리온(KUH-1) 사업도 현재진행형이다. 수리온은 2006년 시작된 한국형 기동헬기 개발사업이다. 개발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국 군의 노후 헬기를 대체하고 독자 개발 인프라를 구축할 목표로 국방과학연구소와 KAI가 협업해왔다. 2009년 시제기 1호가 출고됐고, 2010년엔 첫 시험비행을 했다. 현재는 2차 양산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중으로 3차 양산도 추진한다. 수리온은 지금까지 50여 대가 납품돼 항공학교, 의무 후송 항공대, 산림청 등에서 쓰이고 있다. 그동안 KAI의 훈련기를 써온 인도네시아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가격(대당 약 200억원)도 적당해 장기적으로 수출 가능성도 큰 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수리온이 체계 결빙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일부 기체에 장착된 진동흡수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방풍유리(윈드실드)에도 금이 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대해 하성용 사장은 지난 9월 30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수리온 문제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하 사장은 “현재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진입한 KFX 전투기(한국형 전투기), LAH·LCH 헬기(한국형 공격헬기) 사업은 수리온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사전에 제거해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도록 첫 단계부터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KAI 측은 “수리온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한다. 항공기 특성상 첫 모델에서 계속 보완·개선하는 것은 항공 선진국에서도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현재 노후화된 한국 공군 전투기(F-4, F-5)를 대체할 신형 전투기 KF-X 개발사업도 한창이다.

1355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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