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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패션·뷰티 전자상거래 1위 메이리연합그룹 천치 대표] “중국의 K-패션 인기 이어질 것”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유럽 옷은 크고 일본 옷은 너무 독특해... 한국 뷰티 제품도 유치할 계획

▎메이리연합그룹 천치 대표.
2015년 거래액 4조원, 누적 회원 2억 명, 하루 평균 방문자 1500만 명. 중국 여성 패션·뷰티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메이리연합그룹 얘기다. 2011년 쇼핑 공유 커뮤니티 ‘모구지에’로 시작해 현재 여성패션 플랫폼인 ‘메이리슈어’, 일종의 파워 블로거인 ‘왕홍’ 5만 명이 활동하는 ‘유니’를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모구지에는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다. 여성 의류·화장품이라는 콘텐트에 회원들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쇼핑을 접목했다. 여기에 수만 명에서 수억 명의 팬을 거느린 온라인 스타 왕홍이라는 양념을 더했다. 왕홍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면 10여 분 만에 수만 명이 몰린다. 좋아하는 화장법을 소개하며 사용한 제품을 공개하면 해당 제품은 분당 수천 개가 팔린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라고 꼽히는 이 플랫폼은 누가 만들었을까. 중국 항저우에 있는 메이리연합그룹 본사에서 창업자인 천치(35) 대표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타오바오(알리바바)에서 6년 간 근무하다가 창업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타오바오에서 UI(User Interface)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시스템의 이치를 익혔다. 아내가 취미로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모여 화장품이나 옷 같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었다. 전자상거래의 원리를 활용해 조금 도왔더니 갑자기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 SNS(Social Network Services)를 결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을 실현할 내 회사가 필요했다.”

6년이라는 시간이 창업을 준비하기에 충분했는지.

“중국 IT업계는 창업 연령이 낮다. 대부분 20대에 창업한다. 또 타오바오에서는 6년 일했지만 사실상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컴퓨터를 처음 갖게 된 것이 1997년이었다. 중국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막 알려졌을 때다. 부모님을 졸라서 컴퓨터를 샀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당시 아버지 3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컴퓨터는 생겼는데 인터넷 이용요금이 문제였다. 한 달 인터넷 이용료가 아버지 월급의 40% 가까이 됐다. 인터넷을 쓰고 싶어서 사이트 구축 같이 인터넷을 활용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돌아보면 이 시기가 창업을 위한 밑거름이었던 것 같다.”

요즘 중국에 창업 붐이 일어난 것 같은데.

“중국 총리가 ‘대중 창업 혁신’이라는 말을 썼다. 대중에게 창업을 많이 하라는 메시지다. 알리바바 성공 이후 정부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원을 많이 한다. ‘알리바바의 도시’로 불리는 이곳 항저우는 벤처기업이 사무실을 얻으면 월세를 감면하고 세금도 깎아준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여러 가지 콘텐트가 있는데 왜 패션인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사업 콘텐트로 패션은 훌륭한 조건을 갖췄다. 소비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연관성도 좋다. 옷을 산 사람은 화장품도 산다. 전체 소비시장을 놓고 봤을 때 소비력이 가장 강한 연령층은 35세 전후다. 하지만 패션은 15~30세의 소비력이 강하다. 이들은 SNS에 민감하다. 내가 구축한 플랫폼에 적당한 타깃층이다.”

왕홍의 생방송이 거래액 상승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왕홍이 어떤 존재인지.

“파워 블로거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미국에도, 일본에도, 한국에도….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큰 존재가 파워 블로거다. 이 영향력을 수익 모델로 연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의 파워 블로거는 브랜드 업체와 제휴해서 일을 많이 한다. 한국은 멀티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가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제품 생산 원가가 낮아 이런 제휴 활동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직접 뛰어들어 수익을 내는 거다. 왕홍의 영향력?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가 ‘왕홍 경제’다. 이걸로 설명이 되지 않나.”

창업 6년 만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

“특별히 비결이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다른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늘 공부하고 있다. 굳이 꼽는다면 인재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복장 자율은 물론이고 직원의 생일이나 가족 생일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직원 면접은 총무 담당 직원까지 500여 명을 내가 직접 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을 뽑을 때 어떤 점을 중시하나.

“세 가지를 본다. 우선 자기 관리다. 시키는 일을 잘 하는 것보다 알아서 자기 일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벤처기업 아닌가. 언제, 어떤 일을 맡게 될지 모른다. 마지막은 팀워크다. 혼자 일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직원들의 개인 책상을 지정하지 않았다. 예컨대 10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해당 팀에게 주면 팀원들이 함께 쓴다. ‘내 자리’가 아니라 ‘우리팀 자리’를 주고 싶었다. 직원 평균 연령이 29세로 젊다는 것도 원동력일 수 있다.”

판매하는 제품 중에 한국 의류나 화장품 제품이 있는 것 같다. K패션에 관심을 두는 건가.

“현재 모구지에와 메이리슈어에서 판매하는 여성 의류의 70%가 한국 브랜드다. 올 1분기 대비 2분기 한국 여성 의류 거래 규모는 20% 성장했다. 화장품은 1분기 대비 2분기에 70% 성장했고…. 아주 중요하고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K패션에 대한 중국 여성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한 때 유럽 스타일의 옷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구인의 체형에 맞춘 옷은 중국인에게 맞지 않았다. 일본 스타일의 옷도 잠깐 유행했지만 중국인에 소화하기에는 지나치게 독특했다. 한국 스타일은 일반적인 중국 여성이 입기에 적합하다. 즉 대중화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앞으로 카페24를 통해 적극적으로 한국 패션·뷰티 제품 유치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K패션 인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K패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만 인식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한국에 가보니 K패션이 중국에서 말 그대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알고 있더라. 마치 중국 패션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중국은 굉장히 큰 나라다. 나라 전체를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큰 만큼 일부 중국인만 움직여도 웬만한 작은 나라가 움직인 만큼의 영향력이 있다. 중국에서 K패션을 선호하는 수요층은 두텁다. 매니어층이 있는 거다. 이들은 계속 유지될 거다. 10년 전에 일본 스타일이 유행했다. 지금 유행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일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좋아한다. 일본 스타일 매니어는 일부 중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일부’가 갖는 의미는 크다. 규모를 생각하면…. 나도 그 때 영향으로 아직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 K패션도 마찬가지다. 10년 후에도 매니어층은 있을 것이고 그들이 소비하는 양도 상당할 것이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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