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10월의 어느 멋진 날’ 언제 찾아올까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대학원장

10월이 깊어간다. 가을의 중심인 시절이어서인지 결혼식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오늘도 필자는 결혼식의 하객 역할을 잘 수행하고 집으로 왔다. 오늘 결혼식에서도 축가는 어김없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다. 바리톤 김동규란 사람이 지난 2001년 묵직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뽐내며 발표한 곡이다. 이제는 10월뿐 아니라 다른 달에도 가사를 그 달의 이름으로 바꾸는 결혼식의 국민축가가 됐다.

주지하다시피 이 곡은 번안곡이다. 원래 노래는 엘리자베스 안드레아센이라는 노르웨이의 여가수가 1992년 발표했다. 곡의 이름도 ‘봄을 향한 댄스(Dance Mot Var)’로 10월이나 가을과는 거리가 멀다. 가사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새해에는 젊어지며 살을 맞대며 춤을 추고 싶다’라는 내용이다. 노르웨이 남성과 아일랜드 여성 듀오인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이라는 뉴에이지 그룹이 1995년 이 곡을 편곡해 연주곡의 형태로 발표한 ‘봄을 향한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로 국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신문기사에 따르면 김동규는 가정이 깨져 좌절하고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이 때 한 방송국 국장의 권유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일념에서 이 노래를 골라 가사를 고쳐 불렀는데, 그가 사계절 중 유독 가을을 좋아했기 때문에 제목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붙였다고 한다.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라는 가사가 ‘희망의 울림’으로 들린다.

그런데 ‘멋진 날’이라는 가사가 자꾸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국내의 정치·경제 상황이 ‘멋진 일’보다는 ‘우울한 일’이 많이 생기거나 진행 중이어서 그런가 보다. 무슨 재단인지 그 설립 배경에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모 청와대 인사에 관한 검찰 수사도 진행형이다. 판검사의 일탈 행위는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지구상 가장 위험한 이웃이 핵을 가지고 위협하는데도 국내에서는 방어무기 배치 장소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간신히 공전상태에 벗어난 국회도 제대로 일을 할지 미지수다.

경제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새로 나오는 통계와 전망마다 갈수록 나쁜 쪽으로 변하고 있다. 가계의 수입이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 쓰이는 비중이 이제 4분의 1 정도로, 몇 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가 타격을 받아 내수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민간연구소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금년보다 더 낮은 쪽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이른바 ‘스피릿’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중산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가 90%를 넘으며, 반수 이상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30년 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거나 나빠졌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또 계층 이동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사람이 크다는 사람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정치인·법조계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도는 처음 만난 사람보다도 낮았다고 한다. 경제는 ‘스피릿’의 결과이니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심리가 경제를 압박하며 이것이 다시 심리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언제쯤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에 ‘멋진 일’이 많이 생겨 ‘10월의 멋진 날’을 100% 공감하며 부를 날이 올까?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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