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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들한 전통 MBA] 3가지 악재에 “아 옛날이여”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전문 분야 석사 선호, 온라인 MBA 인기, 기업 지원 감소에 직격탄
MBA(경영전문대학원)의 수요는 여전하다. 많은 직장인이 자기계발과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매년 해외 유명 MBA와 국내 MBA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MBA가 높은 연봉을 보장한다거나, 승진의 ‘성공 열쇠’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에 따르면 미국 내 219개 비즈니스 스쿨 절반 이상이 올해 MBA 지원자 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절반 정도가 2016~2017년 MBA 운영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비록 무용론까지는 아니라 해도 오늘날 MBA가 몇 가지 도전에 맞닥뜨린 건 확실해 보인다.

미국 219개 비즈니스 스쿨, 규모 감축 계획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MBA는 어느 곳일까. 10월 15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시카고대학 부스(Booth)가 2016년 최고의 MBA로 선정됐다. 부스스쿨은 6년 연속 1위에 선정돼 명성을 이어갔다. 조사 대상은 2년 안팎의 ‘풀타임(full-time)’ MBA 과정이며 졸업생 연봉 인상, 인맥 혜택, 개인 능력 및 학교 프로그램 혜택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겼다. 이에 따르면 시카고 부스스쿨은 졸업생 97%가 졸업 후 3개월 내에 취업하며 평균 연봉은 12만3561달러(약 1억3900만원)다. 세계 1위 MBA의 신입생 평균 입시점수(GMAT)는 800점 만점에 726점, MBA 전 평균 경력은 5년이었다.

2위는 지난해 7위였던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가 차지했으며 스탠퍼드대도 지난해 13위에서 5위로 랭킹이 크게 뛰었다. 전통의 명문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지난해와 같은 4위에 올랐다. 다트머스대 턱스쿨(6위)과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12위), 인시아드(13위), UCLA 앤더슨(14위) 등은 순위가 다소 떨어졌다. 톱 15위 안에 든 MBA스쿨의 평균 수업료는 11만 2000달러(약 1억2600만원), 졸업 후 평균 연봉은 12만3356달러(약 1억3900만원)였다. 단순 계산하면 2년을 투자해 1300만원이 오른 셈인데 대단히 큰 액수는 아니다. 실제 학생들은 MBA 평가 가중치를 ‘연봉인상(20%)’보다는 ‘새로운 커리어 기회(35%)’와 ‘자기계발 및 교육기회(35%)’에 뒀다.

명성과 인지도가 높은 유명 MBA스쿨과 달리 많은 MBA들은 과거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부터 90년대 초반 전성기를 지나면서 너도나도 MBA를 개설해 공급은 넘쳐나는 반면, MBA 출신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때 MBA 출신이라고 하면 한 기업에서 100명 이상을 채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한 자리 수 채용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어떤 학위가 가치가 있으려면 희소해야만 하는데, MBA 학위는 더 이상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MBA 약 3만 명을 포함해 매년 10만 명의 MBA 수료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내 MBA 인기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GMAC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풀타임 MBA의 53%, 1년 짜리 코스인 하프타임(half-time) MBA 과정의 50%가 지원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15개 명문 MBA만 해도 5년 전엔 지원 경쟁률이 평균 17대1이었지만, 올해는 10대1로 줄었다.

이런 배경엔 3가지 요인이 있다. ▶전문 분야 석사 선호 ▶온라인 MBA의 인기 ▶기업 지원 감소가 MBA를 압박하는 3대 현상이다. 미국은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받은 타격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졸업생들의 불완전고용률이 12.6%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9.6%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불완전고용률이 높다는 것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데도 일자리가 모자라 고용되지 못하고 실업 상태로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좋은 일자리 잡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사 졸업 후 석사학위를 따되, 다양한 경영 과목을 두루두루 배우는 MBA보다 특정 전공에 집중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경영자나 리더로 통합적 지식과 덕목을 갖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이른바 ‘뜨는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더 각광받는 현실 때문이다.

국제금융 석사학위 과정인 율리아 콧(21)은 “투자은행(IB)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요즘 IB업계에 취직하려면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자격과 지식이 필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분석 등 빅데이터와 프로그래밍 분야 석사학위도 환영받는다. 대형 은행들은 여전히 리더십과 통합적 사고력을 갖춘 MBA 출신을 원하지만, 과거에 비해 구체적이고 복잡한 전문 업무에 능숙한 인력도 원하고 있다. 미국의 한 인사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MBA 출신에게 고액 연봉을 주기보다 재무·회계·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를 고용하길 원한다”며 “차라리 낮은 연봉으로 대학 졸업생을 고용해 자체적으로 훈련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프타임 MBA 지원자도 줄어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MBA가 기존 MBA를 대체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엔 온라인 MBA를 ‘정통 MBA의 아류’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장 세계적인 명문 MBA들이 속속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GMAC에 따르면 내년엔 온라인 MBA가 9% 이상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지트 초플라GMAC 회장은 “통상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온라인 MBA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며 “대부분은 나이 든 세대들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온라인 MBA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 보험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미셸 미들턴은 “대학을 졸업한 지 28년이 지났는데 다시 캠퍼스로 가서 MBA 수업을 듣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며 “대신 직장을 다니며 기차에서든 해변에서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MBA 과정을 마쳤고 그동안 두 번이나 승진했다”고 말했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비싼 MBA 학비도 걸림돌이다. 지원자들이 그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석사학위나 온라인 MBA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경영대학(HEC Paris)의 MBA 수업료는 16개월에 5만8000유로(약 7200만원)다. 같은 대학에서 1년 짜리 국제금융 석사 학위를 받는 데 드는 3만1000유로(약 3800만원)보다 2배 가깝게 비싸다. 온라인 MBA 역시 오프라인 MBA만큼이나 비싼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은 훨씬 싸다.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풀타임 MBA에 대한 수요가 점점 떨어지자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웨이크 포레스트대 경영대학원은 2014년 10월 낮 시간 MBA 강의를 전격 폐쇄하고 야간과 토요일 강의만 하기로 했다. 기업에서 MBA 지원 비용을 줄이는 것도 악재다. GMAC의 그레그 쇤필드 연구소장은 “통상 하프타임 MBA의 경우 경기와 관계없이 직장인들이 많이 지원했는데, 올해 특히 지원자 수가 감소했다”며 “고용주 측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느냐 마느냐 여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영자MBA 협회에 따르면 2011년엔 전체 EMBA(Executive MBA)의 27.3%가 수업료 전액을 회사로부터 지원받았다. 순전히 자기 돈으로 MBA를 마치는 사람은 36.9%였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전액 지원을 받는 비중은 23.2%로 줄고 자가 부담하는 비중은 41.2%로 늘었다.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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