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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테마주는 지금] 악재 잇따르자 주가 추풍낙엽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中 정부 배터리 인증 탈락, 갤럭시 노트7 발화에 발목... 전기차 의무판매제에 기대

1990년 처음 선보인 리튬 2차전지는 2000년대 초반까지 확산이 빠르지 않았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안전성이 높아지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2차전지 시장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리튬 2차전지는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같은 소형 전지부터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같은 중대형 전지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형 리튬 2차전지 시장은 2001년부터 연평균 13.4% 성장하고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소형 리튬 2차전지 시장 규모는 11조7000억원이었지만 2020년 24조6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 시장 규모는 2015년 21조원을 차지했고, 2020년에는 103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점유율 LG화학 5위, 삼성SDI 6위

한국의 2차전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은 삼성SDI와 LG화학이 꼽힌다. 두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7.8%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다. LG화학 위로는 파나소닉(1위, 일본)·BYD(2위, 중국) 등이 포진했다. 삼성SDI는 5.3%의 점유율로 6위를 차지했다. LG화학에서 전지 사업부문은 총 매출액의 12~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2014년 전지 사업부문에서 2조83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에는 3조147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2분기까지는 누적 1조6227억원의 매출을 올려 주춤하고 있다.

2000년부터 리튬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삼성SDI는 매출의 70~80%를 2차전지에서 올리고 있다. 2014년 3조327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5년에는 3조3127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올해 2분기까지 누적 1조7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갤럭시 노트7 사건의 여파로 하반기에는 매출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주가 변화는 노트7 사건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갤럭시 노트7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주가는 10만원대를 유지했다. 지난 7월 22일 종가 10만7000원이었고, 이후 노트7 미국 론칭(8월 19일) 때는 11만8500원으로 상승했다. 노트7 충전 중 발화 사진이 확산되기 전까지 12만4000원으로 상승했지만, 사건 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9월 2일 삼성전자는 노트7에 대해 전 세계 리콜 발표를 했고, 삼성SDI의 주가는 10만원 대로 무너졌다. 10월 19일 삼성SDI 주가는 9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해 10만원대도 깨졌다.

LG화학의 주가도 30만원대에서 23만원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이 지난 1월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발표한 것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터진 ‘폴크스바겐 사태’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도 이 시기에 반등했다. 지난해 9월 1일 NH투자증권은 LG화학이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의 주가는 32만원까지 오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올해 1·2분기 배터리 분야에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이 약해졌고, 전지 부분에서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당분간 수익성을 높일 호재도 없다. 특히나 최근 중국 배터리기업 4차 등록에서 한국계 기업이 모두 탈락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하반기 중국 배터리기업 등록에 성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튬 2차전지 시장에 삼성SDI와 LG화학이 대표주자로 뛸 수 있는 데는 이들을 받쳐주는 중소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리튬 2차전지의 필수 구성 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양극재는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음극재는 중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전해질도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 중이고, 분리막은 SK이노베이션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리튬 2차전지에 관련된 중요 중소기업으로는 앨앤에프·리켐·후성·피엔티·파낙스이텍 등이 있다.

앨앤에프·리켐·후성·피엔티·파낙스이텍 기술력 뛰어나

엘앤에프는 양극소재 전문 개발 기업으로, LG화학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양극화 물질을 니콜복합계 양산기술에 성공한 기업이다. 2014년 245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235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1·2분기에도 1070억원의 매출을 올려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2년 연속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속화에 2차전지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9000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7월 들어 1만원을 돌파했다. 9월 30일 종가기준으로 이후 1만8900원까지 올랐다. 10월 19일 현재 종가는 1만7450원이다.

리켐은 전해액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LG화학·솔브레인·파낙스이텍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전해액 소재 시장은 약 7900억원(2015년 기준)으로 일본 기업이 53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830억원 정도에 그친다. 이 시장에서 리켐이 올린 매출은 2014년 517억원, 2015년에는 448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106억원을 기록해 2014년 매출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은 주춤하지만 리켐의 주가도 지난 7월 2500원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10월에는 4000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전해질을 생산하는 기업이 후성이다. 2차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은 필수 소재인 전해질, 촉매 역할의 첨가제, 유기용매 합성으로 이뤄진다. 후성은 전해질 소재인 LiPF6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2차 전지의 전해질은 후성을 포함해 일본 기업 3곳 정도가 만들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후성의 매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 18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215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1·2 분기에도 1194억원을 기록해 3년 동안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5000원대를 맴돌던 후성의 주가는 7월 이후 6000원대를 돌파했고, 9월에는 7000원대를 넘어섰다.

파낙스이텍은 전액을 만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전액은 리튬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는 매개제 역할을 한다. 2013년 전액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성했고, 세계 시장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관련 특허를 120여 개나 보유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이다. 그러나 매출은 2014년 278억 원에서 2015년 185억원으로 주춤했다.

피엔티는 2차전지용 생산 장비 제조 기업이다. 2014년 105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913억원을 기록해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1·2분기에는 5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4년에 올렸던 매출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피앤티 주가는 8월 초 1만4000원을 기록했다가 완만하게 하락해 현재는 1만 20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내년에는 2차전지 테마주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10월 18일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발표한 ‘전기차 의무판매제’가 2차전지 관련 기업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조 장관은 정책간담회에서 “100대 중 2대를 전기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미국·유럽의 규정을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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