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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꿈꾸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울 주택시장 대장주 될까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집값 뛰어 종전 고점 탈환... 층수 제한 등 난관 적잖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 빌딩에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 재건축의 대장주’ ‘서울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과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다. 교통·교육 여건이 뛰어난 강남 한복판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라는 점에서 그동안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6㎡형은 주택시장 호황기에 가격이 최고 11억6000만원을 호가했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는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은마를 지목할 정도였다.

1979년 준공된 은마는 28개 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으로 사업이 답보상태를 보여 왔다. 과거 뒤따르기만 하던 단지가 최근 사업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작 은마는 ‘대장주’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그뿐이었다. 여러 악재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단지 내의 폭 15m짜리 도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2006년 주거 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설계한 것인데, 주민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해왔다. 단지 중앙을 이 도로가 가로지르면 단지가 둘로 나눠지고, 건물 높이를 인접 도로폭의 1.5배로 제한한 사선제한 규정에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추진위의 숙원이었던 ‘15m 폭 도로’ 폐지안이 지난해 9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대신 이곳에 폭 15~20m짜리 보차혼용도로(사람과 차가 동시에 다니는 길)를 개설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은마는 개발 청사진을 그렸다. 재건축 추진위가 지난 9월 재건축 설계안을 확정한 것이다. 최고 50층짜리 전용 39~109㎡형 5940가구를 짓는 내용이다. 단지 중앙에 서울 광장 1.3배 크기인 1만7000㎡ 광장을 조성하고, 이 주변에 50층짜리 6개 동을 배치한다. 추진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뒤 2018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런 호재로 올해 몸값도 급등했다. 전용 76㎡형은 2010년 4월 이후 5년여 만에 10억원대에 재진입한 데 이어 지난 9월 12억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연초 11억원 안팎이던 전용 84㎡형도 최근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부르는 값)는 14억원이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집값이 계속 오르다가 최근엔 가격 부담 등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이 전고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있다”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사업이 구체화하는 것을 보고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서울시가 ‘2030서울플랜(도시기본 계획)’을 통해 주거지역의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종상향으로 50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은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용적률이 180%인 중층 단지인데다 대지지분도 작아 현재 3종 일반주거 지역의 법적상한 용적률(300%)로는 수익성도 떨어진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용적률 300%로는 주민들이 기존 주택형을 유지하거나 약간 넓힐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만약 종상향되지 않는다면, 이를 조합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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