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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광군제에서 다시 맞붙는 알리바바 vs 징동닷컴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중국 최대 쇼핑 축제 패권 놓고 일전... 중국 넘어 글로벌화로 질적 성장 도모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광군제에서 알리페이로 초당 최대 8만5900건의 결제가 이뤄졌다. / 사진:중앙포토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가 다가오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혼자라는 의미의 1이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솔로의 날로 삼았는데, 알리바바가 이 날에 맞춰 할인 프로모션을 도입하면서 급속도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거듭났다.

광군제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의 급성장과 연관이 있다. 2016년 상반기 중국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2조3000억 위안(약 390조원)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 성장률이 백화점·대형마트를 큰 폭 초과하면서 중국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현재 중국 온라인 쇼핑몰 중 1위는 역시 알리바바다. 53%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징동닷컴이 25%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3위부터는 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할 정도로 1, 2위와 큰 차이가 난다. 지금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은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가운데, 징동닷컴이 맹추격하며 거리를 좁히는 모양새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알리바바의 대표작, 광군제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거듭나


광군제의 탄생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9년 무렵 징동닷컴·판커 같은 B2C 전자상거래 업체가 생겼고 알리바바도 C2C에서 B2C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2009년 알리바바는 B2C 사이트인 타오바오상청(상점)의 판촉을 위해서 광군제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때만 해도 하루 동안의 거래금액은 5000만 위안(약 85억원), 참여 업체는 27개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알리바바가 광군제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참여 업체 수도 큰 폭 늘어난 덕분에 거래금액도 9억3600만 위안(약 1600억원)으로 약 20배로 커졌다. 2010년은 중국 B2C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징동닷컴과 판커는 3배, 4배씩 매출액이 늘었다.

2011년 이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플랫폼 경쟁시대로 진입한다. 타오바오상청·징동닷컴·아마존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고 수닝이 4위를 차지했다.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마케팅의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대부분이 광군제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수동적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광군제를 타오바오만의 행사로 여겼다. 11월 11일 타오바오상청은 2200여개 참여 업체와 함께 33억6000만 위안(약 6000억원)의 거래금액을 기록했다.

2012년 타오바오상청은 텐마오로 명칭을 바꾼다. 이때부터 광군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나면서 사회적인 현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거래금액은 무려 191억 위안으로 늘었다.

2013년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전체가 말 그대로 광군제 대전(大戰)을 치른다. 알리바바의 텐마오는 350억 위안의 거래 금액으로 다른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렸지만, 급팽창으로 문제점 역시 속출하기 시작했다. 물류가 폭발하는 거래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배송이 1~2주 지연되거나 배송 과정에서 물품이 손상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나 가격 속이기도 지적됐다. 대다수 소비자는 인터넷 쇼핑과 저렴한 가격을 동일시했고 광군제 역시 20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물건을 싸게 사는 기회로 여겨졌다.

2014년에도 광군제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텐마오에서만 약 3만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거래금액도 60% 넘게 증가했다. 질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물류시스템이 현저하게 개선됐으며 특히 징동닷컴은 자체 물류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했다. 텐마오의 거래금액 중 모바일 구매 비중이 43%에 달했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해 광군제 개막시 홍콩에서 진행

지난 해부터는 광군제가 중국의 사회 현상으로 부각됐다. 알리바바는 5000만 위안을 쓰면서 광군제 특별 파티를 개최했다. 연출자는 중국 유명 영화감독인 펑샤오강이었다. 징동닷컴 역시 질세라 중국 CCTV와 공동으로 광군제 특별공연을 제작했다.

2015년 중국 소매판매금액은 약 30조 위안, 이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넘는다. 중국의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은 백화점·대형마트 같은 유통망이 공백 상태인 곳이 많고 이 공백을 온라인 쇼핑이 채워나가는 형국이다.

알리바바의 성장세는 아직도 무섭다.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주가도 올해 들어 30% 넘게 올랐다(11월 1일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101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알리바바의 거래금액은 약 3조 위안(약 510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징동닷컴의 거래금액은 4627억 위안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하지만 2017년 1분기(2016년 4~6월)에는 격차가 큰 폭 축소됐다. 알리바바 거래금액은 24% 증가한 8370억 위안을 기록한 반면, 징동닷컴 거래금액은 47% 증가한 1604억 위안에 달했다. 알리바바 거래 규모의 약 20%까지 추격한 셈이다. 알리바바 사용자 수는 4억2300만 명, 징동닷컴은 1억8800만 명으로 징동닷컴 사용자 수가 알리바바의 약 40%에 달했다. 최근 들어 알리바바에서도 징동닷컴이 가시권 안에 진입했다며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알리바바는 내부적으로 징동닷컴과의 경쟁을 위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따로 만들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광군제가 다가오면서 두 회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입점 업체들에게 자사의 텐마오에서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협약을 맺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징동닷컴의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에서 모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쟁력은 빅데이터이다. 알리바바는 입점 업체들에게 화면 사진의 클릭 수까지도 제공한다고 한다. 이와 달리 징동닷컴은 양적인 성장을 위해서 인수합병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수퍼마켓체인 영휘마트를 인수했고 올해에는 1호점을 인수하면서 월마트와도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맺었다.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광군제 규모가 급팽창하자 알리바바는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제화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광군제 개막식도 홍콩에서 진행한다. 알리바바의 거래 금액은 3조 위안으로 중국 소매금액의 약 10%를 차지한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라는 우물이 크긴 하지만, 알리바바는 이미 우물 안의 고래가 됐다. 세계로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알리바바와 광군제의 글로벌화,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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