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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이승준 쿼터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로봇이 굴리는 헤지펀드 아시나요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ongang.co.kr
10월 말 국내 첫 출시해 관심... 글로벌 자산배분에 중점 둬

▎이승준 쿼터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국내 최초로 로봇이 굴리는 헤지펀드 상품인 쿼터백 자산운용의 ‘쿼터백 Robo G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지난 10월 말 출시됐다. 빅데이터·알고리즘(연산규칙)을 사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숏(Short·공매도) 전략도 쓸 수 있는 헤지펀드의 특성을 한 군데 모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49인 계좌만 받는 헤지펀드인 이 상품의 최소 투자금액은 2억원. 올해 중·소형주가 무너지면서 헤지펀드 관심이 시들해졌지만 시장이 안정화될 것을 기대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해당 상품을 총괄하는 이승준 쿼터백자산운용의 리서치본부장을 11월 7일 만나 특징과 전망을 들어봤다. 쿼터백자산운용은 핀테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옐로금융그룹의 자회사다.

로보어드바이저와 연결된 상품 특성을 설명해 달라.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중산층도 시장에 끌어들였다. 미국은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면서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인다. 같은 전략으로 운용되더라도 낮아진 비용만큼 고객이 수익률로 보상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계층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또 개개인을 투자성향 별로 분류해 서로 다른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각자에 맞는 다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방식만으로도 수익률이 개선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번 쿼터백 상품이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에 중점을 둔 점도 특징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와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미국처럼 온라인을 통한 고객 모집으로 저렴한 비용이 든다는 점만으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아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이보다 글로벌 자산배분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방식보다 글로벌 자산의 매매에 따르는 비용을 줄이면서 다양한 자산을 다루는 형태로 제공한다.”

글로벌 자산을 매매할 때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여러 국가의 주식시장에 동시에 투자하려면 우선 각국의 주가 지수 수익률을 복제하기 위해 여러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매수해야 한다. 동시에 각 종목들에 대한 리서치나 지수 내 종목 편·출입, 매매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ETF로 대체한다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인력을 채용하는 점에서는 추가 비용이 든다. 만약 자금의 규모가 지금보다 증가하면 이런 추가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다.”

Robo G 운용에는 이 본부장을 포함한 9명이 투입된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분기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 작업을 한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일이 생기면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다.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판단되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수시로 리밸런싱한다. 쿼터백은 회사 설립 2년 전부터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관련 데이터를 모아 모델을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쿼터백자산운용의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과 이번에 내놓은 헤지펀드와 차이점은 뭔가.


“높은 수익률과 특화된 투자전략으로 위험성향이 높은 전문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규모는 적지만 높은 비용에도 낮은 변동성과 높은 수익률을 가진 상품을 내놨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무조건 싸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로보인베스트먼트’라는 명칭으로 헤지펀드를 출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ETF에 대해 롱(매수)·숏(공매도) 전략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상품으로 인버스 ETF를 이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과거 시스템트레이딩 투자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스템트레이딩은 레버리지를 사용해 단기간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타이밍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형태다. 하지만 쿼터백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주식· 채권·통화·부동산·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걸쳐 자산배분을 통해 위험을 분산한다. 또 위험도가 높아지는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인다.”

쿼터백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미 글로벌 분산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공제회는 최근 해당 상품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를 하지 않는데다 지난 수익률 성적도 괜찮다”며 “1년 이후 실적을 보고 추가 투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러닝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 알고리즘으로 불린다. 머신러닝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 조합하면서 쓰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핵심이다. 확률과 통계가 알고리즘의 기본인데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욱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 또한 특정 전략을 사용할 때 전략이 취약한 구간을 가려내는 데에도 사용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용하는 업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미국의 웰스프런트(Wealthfront)·배터먼트(Betterment)·챨스슈왑인텔리전트포트폴리오스(Charles Schwab Intell igent Portfolios) 등을 세계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업체들의 성장은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와도 관계가 깊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2000년 초반 출생한 세대로 인터넷과 정보기술(IT)에 익숙하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자금 부담과 낮은 소득 때문에 부동산 매매보다는 임대에 관심을 갖고, 유동자산을 많이 보유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는 밀레니얼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이승준 본부장은 과거 안다자산운용에서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다가 박스권에 갇힌 국내 주식의 성장 한계를 느끼고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 유학을 계획했다. 독일행을 막은 것은 양신형 쿼터백 대표다. 동갑인 둘은 증권가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관계로 만나 “세계적인 헤지펀드를 운용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이 본부장은 “저성장 시장의 대안으로 투자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양 대표가 마침 이 분야에 뛰어 들어 성장성과 비전을 보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로봇처럼 부단하게 뛰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1360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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