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기본 익히되 기본에 집착 말아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검을 휘두르는 자세에 정해진 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자세가 있으면서도 자세가 없다는 뜻에서 ‘유구무구(有構無構)’라고 한다. 어떠한 자세를 취할지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혹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을 베기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 전투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군사를 배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물의 장

검을 휘두르는 5개의 기본 자세가 있지만 이는 기본일 뿐이다. 실전에서는 다양하게 변형되고 응용된다. 기본을 익히는 목적은 근본을 튼튼히 하기 위함이며, 변화무쌍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기본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기본을 익히지 않고 응용에 나서는 것은 교만이고, 기본을 익히고도 기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협량(狹量)이다. 형식을 익혀 본질을 이해하고 본질을 이해하면 형식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구무구, 자세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다는 대목에서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떠올리면서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무사시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기본과 응용을 익히고, 일단 검을 들고 승부에 나서면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휘두르는 검에 불패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어야 이길 수 있다. 무기와 장비에 우선하여 투지와 각오를 다져야 한다. 비록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더라도 절대절명의 승부처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 절박하면 변화하여 방법을 찾아내고 통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2차대전 이후 공산 베트남은 프랑스·미국·중국과 전면전을 벌여 모두 승리했다. 베트남 군대의 지휘관 보 구엔 지압(武元甲) 장군은 프랑스 식민통치에 대항해서 절대열세로 평가받던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 군대에게 디엔비엔푸에서 1954년 승리했고, 이어진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이겼다. 베트남은 1979년 공산 중국의 20만 대군이 베트남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중공-베트남 전쟁에서도 전격적인 작전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지압 장군의 승부관은 ‘결전결승(決戰決勝)’, 즉 ‘전쟁을 결행하면 승리를 결심한다’이다. “모든 방법으로 적과 싸워야 한다. 손에 있는 모든 무기로 적과 싸워야 한다. 전략의 핵심은 ‘적극성·주도·활력·창조·전격’, 이렇게 5가지다. 전쟁의 예술은 ‘소(小)로 대(大)를 이긴다, 소(少)로 다(多)와 맞서 싸운다, 양질(良質)로 다량(多量)을 이긴다. 약(弱)으로 강(强)을 이긴다’에서 나온다. 적의 강·약점을 발견한 후 기회를 적시에 활용해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효과를 내 결정적인 승리를 얻는 것이다.”

역사학을 공부하고 20대에 역사교사와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지압 장군은 정규 군사교육의 경험이 없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이었다. 그럼에도 역사학과 기자생활을 통해 ‘병법의 도’를 터득해 강대국에게 연전연승하면서 ‘붉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압 장군이 주창한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고,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으며,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병법의 도에 충실하되 응용과 변칙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3불(不) 전략’은 ‘당신들은 당신들 식으로 싸워라. 우리는 우리 식으로 싸운다’는 전술개념으로 발전하면서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1361호 (2016.11.2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