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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의지·전략·조직력을 일치시켜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일반적으로 공격할 때는 검과 몸이 따로 움직인다. 상대방이 치고 들어오는 상태에 따라서는 몸이 먼저 나가고 검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검만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만일 몸이 먼저 나갔다면 곧바로 검을 휘둘러 검과 몸의 움직임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의 장

상대방을 타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핵심은 검과 몸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즉 도구와 몸을 일치시켜야 효과적인 공격이 된다. 현대 검도에서는 기검체(氣劍體) 일치로 표현한다. 기검체 일치에서 기는 의도, 검은 도구, 체는 몸이다. 의도와 도구와 몸의 3가지를 일치시켜 타격해야 공격을 인정한다. 그래서 닿는 것과 치는 것을 구분한다. 죽도가 상대방에 닿는 것과 진검을 필살의 의지로 치는 것은 다르다. 이는 검도가 사생결단의 칼 싸움에 연원을 두고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기검체 일치를 조직의 힘(Power)에 비유하면 기는 의지(Will), 검은 전략(Strategy), 체는 조직력(Capability)이며, 힘의 총량은 개별요소의 곱하기(P=W×S×C)이다. 즉 힘은 의지와 전략과 능력의 곱셈이다. 곱셈의 특성상 힘의 크기는 가장 부족한 역량에 따라 규정된다. 3요소 중에서 한 가지라도 0이면 힘은 0이다. 전쟁할 의지가 없는 군인에게 최신무기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듯이, 특히 의지가 부족하면 전략과 능력이 있어도 힘은 0에 수렴한다.

기검체 일치와 비슷한 말로 심기력(心氣力) 일치가 있다. 기(氣)는 기세를 의미하고 심(心)은 정신의 작용이나 판단력, 력(力)은 몸과 칼의 이동을 포함한 모든 신체동작을 가리킨다. 이기려는 의지만 지나치게 강하면 마음의 평정을 잃어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고 경직되어 필살의 일격이 나오지 않는다. 무심의 경지에서 나오는 회심(會心)의 타격이란 왕성한 기백을 지니면서도 마음은 냉정한 판단력을 갖고,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경지이다. 기검체 일치, 심기력 일치는 모두 몸과 마음, 칼의 관계에 중점을 둔 가르침이다.

이를 군대조직에 비유하면 마음은 지휘관, 몸은 장교, 칼은 병사들이다. 지휘관의 의지와 전략을 간부들이 전술로 구현하고 병사들이 실행해 승리를 거둔다. 기업에서 마음은 경영자, 몸은 중견간부, 칼은 직원이다. 마음과 몸과 칼이 일치가 될 때 전력은 극대화되고 승리를 거둔다. 검도에서 의도하지 않은 타격은 유효타격으로 인정하지 않듯이 조직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승리, 준비되지 않은 승리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적에게 칼이 닿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살의 의도를 가지고 치는 행위가 중요하듯이, 조직에서도 결과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후의 맥락까지 맞아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전략적 의도가 분명한 승리가 진정한 승리로 가치가 있다.

역사 속에 수없이 명멸했던, 들판의 불처럼 삽시간에 일어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국가와 조직의 공통점은 행운이 겹친 성공을 실력이라고 믿고 방심하거나 안주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업에서도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지만 그 성격은 다르다. 작은 성공도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고, 큰 성공도 때로는 독이 된다. 행운이 가져다 준 성공은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하면 충분하다. 이를 실력으로 착각해 교만과 방심에 빠지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1362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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