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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영토 넓히는 국내 금융사] 저금리 지렛대로 카드·소액대출 사업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경제성장률 높아 자금 수요 많아 … 인터넷·모바일뱅킹 확산에도 주력

#1. 우리은행은 11월 7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현지법인 출범식을 열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쭝호이 초등학교에 선물과 함께 냉장고도 기증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하노이와 호치민 두 곳에 지점 형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현지 법인 설립으로 본격적인 리테일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현지 법인을 거점으로 내년에 점포를 3곳 신설하고, 매년 5~7개씩 점포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2. 농협은행은 11월 1일 미얀마 중앙정부로부터 ‘농협파이낸스 미얀마’의 소액대출법인을 최종 승인받았다. 농협은행 최초의 해외 현지법인으로 12월 초 개점식을 열고 본격적인 미얀마 영업에 나선다. 미얀마 경제수도인 양곤을 거점으로 농민과 서민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이 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하노이 지점 신설 관련 본인가를 획득했다.

해외 점포 60% 이상 아시아권에 포진


저금리 탓에 국내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동남아 지역으로 금융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이 해외 점포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국내 은행의 전체(1조9000억원)의 19.2% 수준이다. 전체 순익의 5분의 1을 해외 점포에서 벌어들였단 의미다. 해외 점포 10곳 중 6곳 이상(66.5%)은 베트남(17곳)·중국(15곳)·홍콩(11곳)·인도(11곳) 등 아시아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동남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국 팀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금리가 높다”며 “국내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동남아 시장에서 대출을 일으키면 이자 차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 지역은 전체 해외 점포 중 나홀로 선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손충당금의 증가로 대부분의 해외 지역에서 전 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순익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전년 동기 대비 9600만 달러(9.6%)나 순익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해외 점포 중에서도 동남아 시장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11월 기준 해외 20개국 147개 채널(법인·지점·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체 글로벌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핵심 5대 지역인 일본·중국·베트남·미국(뉴욕지점 제외)·인도에서 발생하는 수익 비중은 2015년 말 기준 72%”라며 “이 중 동남아시아 지역인 베트남·인도·캄보디아·필리핀·싱가포르에서 발생하는 수익 비중은 42%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5월 출범한 인도네시아 법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은행이 동남아 금융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분야는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다. 우리로 치면 ‘2 금융권’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최정헌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부 팀장은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개인의 자금 수요가 많은데다 은행업으로 진출할 경우 규제가 까다롭고 자본 투자 등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은 지난해 8월 미얀마에 마이크로파이낸스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KB국민은행도 11월 중 미얀마에서 소액대출 영업을 위한 현지법인 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 중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시장에서 미얀마 건설부,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의 제휴를 통해 현지인에게 주택금융을 포함한 서민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IT 노하우 전수 등 동남아 현지은행 등과의 협력 관계를 통한 진출 기회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1호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 미얀마’는 농민과 서민고객을 위한 소액대출 사업을 추진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내 베트남 하노이 지점 영업을 개시하는 등 해외 영업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도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농업개도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현지화 전략으로 신용카드 사업이나 모바일·핀테크를 통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1년부터 베트남에서 신용카드 부문을 공략했다. 출범 4년 반 만에 회원수 14만 명, 취급액 1억2000만 달러로 각각 30배, 60배 성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회원의 90%가 베트남 현지 고객으로 현지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또 베트남 내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전용 자동차 금융 서비스인 ‘써니뱅크 마이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동차 딜러가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간편 대출 정보를 입력해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우리은행도 현지화를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널과 상품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현지 영업 추진으로 조기에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선두권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2017년 상반기 중 베트남 현지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한다. 또 현지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직장인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우량고객 신용대출,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은행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서울보증보험과 공동 개발해 출시한 ‘우리은행·서울보증보험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e-플랫폼사업부를 신설해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와 인터넷·모바일뱅킹이 현지에서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C카드는 ‘인도네시아판 BC카드’ 만들 계획

은행뿐 아니라 카드회사도 동남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BC카드는 11월 8일 인도네시아 국책은행인 만디리 은행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인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MTI)’를 열었다. BC카드의 지불 결제 프로세싱 기술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판 BC카드를 만들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인도모빌’과 함께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하고 할부·리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용카드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신한카드 측은 “현지에는 없는 신용카드와 연계한 할부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보고 현지 고객 기반을 넓혀 나감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1362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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