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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풍경은] 도로 장애물 알아서 피하고 비서 역할도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자율주행차끼리 대화도 가능... 안전성 문제 해결, 사회적 공감대 마련도 필수

▎다임러가 개발해 시험주행 중인 자율주행차 모습. 탑승자는 운행 중 다른 업무를 하다가 비상시에만 핸들을 잡는다. / 사진:중앙포토
11월 13일 삼성전자가 미국의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 카돈(이하 하만)’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세상이 깜짝 놀랐다. 삼성은 80억 달러(약 9조4000억원)라는, 역대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액 집행을 결정했다. 하만은 ‘뱅앤올룹슨’ 같은 세계적 오디오 브랜드를 대거 보유했고 세계 오디오 시장점유율만 41%에 이른다. 관련 업계는 삼성이 이번 M&A로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확보,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토털 솔루션 전장부품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하만의 SW에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동통신기술이 만나면 주율주행차 같은 미래 차 부품 시장에서 1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이미 막연한 상상 단계를 넘어 구체화하기 시작됐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어떤 자율주행차를 보거나 타게 될까. 우선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성능에 대해 “현재 사람들이 소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전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를 구현했듯, 이번엔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PC’ ‘달리는 스마트폰’ 수준이 되어 탑승자를 목적지까지 실어 나를 것이라는 얘기다.

달리는 PC, 달리는 스마트폰 시대 구현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할 겁니다. 위치파악시스템(GPS)이나 터치스크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다들 놀랐지만 이후 더 빠르게 발전했듯이 말이죠. 최신 스마트폰과 거의 성능이 같아지는 순간도 올 것이 확실합니다.” 존 비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이사의 말이다. 이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탑승자에게 더 나은, 맞춤형 사용자경험(UX)을 주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을 계속 요구받는다. 늘 안정된 속도로 달리는 것을 선호하는 탑승자가 있는 반면 약간의 고속 주행을 더 즐기는 탑승자도 있게 마련이다. 이에 맞게 인테리어에서 부터 성능까지 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SG(Patricia Seybold Group)의 수 알드리치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자율주행차는 사용자 스스로 완벽한 조종이 가능한 스마트폰에 비해 차내 시스템이 설비를 조종한다는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렇기에 자율주행차의 스크린이 스마트폰 스크린과 특별한 경계 없이 연계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크린 기술이 자율주행차 흥행의 열쇠라는 것이다. 이 또한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7년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역사적 프레젠테이션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며 터치 방식의 아이폰 스크린이 가져올 혁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AI)은 단순히 운전을 대신 해주는 선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AI 비서처럼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알아서 목적지를 파악한다든가, 고속도로에서 막히는 길을 실시간 감지해 다른 길을 선택한다든가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스크린이 텍스트나 음성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따로 내비게이션을 볼 필요가 없다. 한 달에 주유를 얼마나 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낸 다음, 탑승자에게 주유 타이밍을 알리는 ‘센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비비 이사는 “자율주행차의 SW가 끝없이 업데이트돼야 이런 일이 가능하다”며 “탑승자가 어떤 조언을 원하는지 선호도에 따라서도 조언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3월 한국에서 열린 ‘알파고 대 이세돌 9단’ 대국 때 화제가 됐던 ‘기계학습(머신러닝)’ 개념이 중요해짐은 물론이다. 자율주행차가 수많은 굽이길이나 비탈길, 복잡한 도로상황 등을 뚫고 제대로 오가려면 주행할수록 실력(성능)이 향상돼야 해서다.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의 닐 언저레이더 기자는 “알고리즘을 통해 도로상황을 미리 알고 스스로 피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이미 개발돼 어느 정도 발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도로에 장애물이 있거나 뭔가가 떨어졌을 때 자율주행차가 이를 판단해 비켜간다는 것이다. 이 정도 기술력으로는 원격 조종도 손쉬울 전망이다. 예컨대 목적지에 도착해 탑승자가 내리면 자율주행차는 알아서 주차를 한다. 다시 탑승하기 위해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멀리서 내 앞까지 운전해서 온다.

조금 먼 미래의 언젠가는 자율주행차끼리 서로 도로 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듯이 말이다. 다만 이는 AI가 보다 강력하게 진화했을 때의 일로, 아직은 먼 얘기다. IT 전문가들은 “사람이 운전할 일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훨씬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더라도 당분간은 자율주행차와 함께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적절히 섞인 도로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자율주행차가 스마트폰처럼 거의 모든 가정에 보급되기까지 걸릴 적잖은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법제화와 사회적 혼란 해결 등 과제 산적

물론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안전성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자율주행차 실험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올 들어 인명 사고를 내면서 세간의 우려를 더했다. 테슬라가 만든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차 앞을 지나던 트럭을 포착하지 못했다. 이처럼 사람이 운전하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에서 혼재됐을 때 사고 위험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돼도 오랜 과도기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렇게 사고가 났을 때 어느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차 제조사의 책임일까, 아니면 탑승자의 책임일까. 세계 어디서든 현행법상 판단하기가 까다롭기 짝이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게 법제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로니 스타크 어도비 상무는 “법제화를 위해선 각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하는데 자율주행차 수요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충분해질 때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사이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기까지 이어질 사회적 혼란도 감수해야 한다. 운전을 귀찮아 하지 않고 운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이 돼 자율주행차 시대를 접한다면 회의감이 들 수 있다. 차가 알아서 간다면 이들로선 사람인 자신이 무용지물이 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기차나 지하철을 직접 운전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맡기듯, 내 차를 ‘누군가(=AI)’에게 맡기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탑승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도 스마트폰에서처럼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탑승자가 개인정보를 취사선택해서 신중히 입력할 수 있도록 업체들이 이끌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63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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