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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박정연 JP모간자산운용 대표] 내년엔 경기 민감주나 금융주 유망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글로벌 경기 회복세 보일 전망... 분산투자 망설인다면 멀티에셋펀드에 관심을

▎박정연 JP모간자산운용 대표. / 사진:중앙포토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자산운용사가 135개다. 그 가운데 여성이 대표를 맡은 운용사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더군다나 외국계 회사의 수장이 여성인 곳은 딱 하나다. 박정연(43) JP모간자산운용 대표 얘기다. 지난 7월 9년 간 회사를 이끌었던 차승훈 대표 다음으로 회사를 맡았다. ‘40대 여성 대표’라는 파격 인사라 낙하산이 의심된다. 경력을 보면 아니다. 2007년 한국법인 설립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2010년부터는 홍콩의 아시아태평양본부에서 상품 전략팀을 이끌었다.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에서 선진 자본 시장을 경험한 그를 지난 12월 7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만났다.

홍콩에 6년 있었다. 홍콩 투자자들이 다른 점이 있나.

“한국에서도 해외 펀드에 가입하지만 대부분 역내펀드(on-shore fund,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 위주다. 역외펀드(off-shore fund, 외국 운용사가 해외에서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는 거의 없다. 2010년 홍콩에 가니 충격이었다. 누가 살까 싶은 펀드를 팔더라. 캐나다 달러로 투자하는 펀드, 호주 달러로 투자하는 펀드 등등. 홍콩 사람들은 해외 투자 비중이 크고, 특히 환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한다. 강조할 점은 환 ‘투기’가 아니라 환 ‘투자’라는 부분이다. 한국에선 환에 투자한다고 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 같으니깐 잠깐 샀다가 오르면 바로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식으로 생각한다. 투기다. 자산 배분 차원의 투자로 접근하지 않는다.”

환 투자는 고사하고, 국내에선 환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unhedged, UH클래스)는 잘 팔리지 않는다.

“흔히들 해외에 투자하는데 환 헤지 안 하면 두 배로 위험한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환 헤지는 공짜로 하나. 비용이 든다. 원래 펀드의 수익을 깎아먹는다. 더구나 한국인들은 모든 자산이 원화라면 환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 시대다. 원화 약세, 달러 강세가 되면 글로벌 차원에서 봤을 때 가만히 앉아서 내 자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과거 홍콩에서는 하루에 1인당 위안화를 살 수 있는 한도가 있었다. 홍콩인들 사이에선 위안화를 사 모으는 게 재테크였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투자자산이 아니라) 현금으로 들고 있어도 자산이 불어났다. 예전에 1000만 위안으로 ‘구찌백’ 샀다면 지금은 ‘샤넬백’ 살 수 있게 된 거다. 한국인들은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가도 팔아서 일단 원화로 바꿔야 안심을 한다. 그렇지만 이론상으론 원화와 달러를 반반씩 들고 있어야 환 위험을 완전히 헤지하는 게 아니겠나.”

한국 투자자들만의 또 다른 특성이 있나.

“개별 자산 차원에서 투자에 접근한다. 개별 자산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려고 한다. 그런데 글로벌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은 사실 느리다. 미국에서 유행하고 나면 유럽, 아시아, 그리고 한국으로 유행이 상륙한다. 한국에서 잘 팔린다는 얘기는 그 자산이 꼭지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니 ‘내가 사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그래도 오래 들고 갈 자산이면 잠시 조정을 거친 후 오르길 기다리면 되는데 1년 수익률 보고 실망해서 팔고 나온다. 분산투자 차원에서 해외 자산에 접근해야 한다. 분산투자는 기대수익률은 높이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에서 미국·유럽·아시아 스몰캡(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한다. 이걸 각각 3분의 1씩 섞어서 펀드를 만들어봤더니 다른 어떤 개별 펀드보다 성과는 좋고 변동성은 적었다. 벤치마크라 할 수 있는 글로벌 스몰캡 지수보다도 성과가 좋았다. 지수는 미국 비중이 40~50%로 크기 때문에 쏠림이 있다. 3분의 1씩 분산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거다.”

전문가들은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하는 말 듣고 따라했다가 좋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투자자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빈말이 아니다. 한국에서 보니 홍콩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상품이 잘 팔리고 있더라. 상장지수펀드(ETF)도 레버리지 상품이 잘 나간다. ETF 천국이라는 미국에도 레버리지 상품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인기 있지는 않다. 주가연계증권(ELS)도 홍콩에서는 일반 증권사 창구에서는 안 판다. 한국에서는 이 상품이 얼마냐 위험하느냐에 따라 대중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홍콩에서는 위험도뿐 아니라 상품의 복잡성도 고려한다.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만한 프라이빗뱅커(PB)들이 판다(한국도 헤지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 금액이 1억원이다). 한국에서는 좋다고 하니 우르르 가입하는 일이 많다. 쏠림이 너무 심하다. 투자자 교육이 제대로 되면 이런 쏠림이 줄고, 그로 인한 투자 실패도 줄어들 거라 본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도 있을 테고, 더군다나 여성 대표라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나이나 성별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직급에 따른 상하관계 탓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안 되는 경우다. 그래서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직급 빼고 서로 이름 부르기로 한 거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직급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이름을 부르면 자기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동석한 마케팅 담당 부장은 “나도 대표를 제니퍼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처음엔 다들 입이 안 떨어졌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회의 때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더라. 내 복제인간과 일하면 얼마나 편하겠나. 복제인간과 일할 경우 효율적이겠지만 다양한 인간들이 빚어내는 집단지성을 이길 수 있을까.”

롤 모델로 여기는 여성들이 많을 것 같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면 여성들은 대개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고 주저한다. 남성들은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도 홍콩으로 간다고 결정됐을 때 ‘잘할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그때 엄마가 ‘네가 너를 못 믿으면, 너를 믿고 선택한 사람을 믿어라’고 말해 줬다. 작은 생각(mindset)의 차이 때문에 중요한 직책이 남자에게 가는 경우가 많다. 회의실에선 구석에 있는 의자를 찾지 말고,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라(Sit at the table.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 당당하게 맞서 위험을 감수하라는 의미). 자신감도 학습된다.”

내년 자산시장 전망은.

“사내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는 점진적으로 좋아진다. 때문에 채권이나 채권 성격의 주식보다는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나 금융주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역시 미국 주식이 좋아 보인다. 많이 올라 주가가 비싼 수준이기는 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있다. 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가 하루 아침에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컴펀드(채권이나 리츠, 고배당주 등에 투자해 일정 기간마다 수익 또는 이자율을 챙길 수 있는 펀드) 투자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채권은 국채보다는 하이일드나 신흥시장 채권이 유리해 보인다. 다만, 앞서 말했듯 하나의 자산을 시기를 잘 맞춰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불가능하다. 분산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렵고 귀찮다면 멀티에셋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멀티에셋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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