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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집 한 채 살 수 없는데 중산층이라고? 

 

김재현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
중국 중산층 2억5000만 명 추정... 부동산·교육·의료비 부담에 소득 정체

최근 중국에서 중산층 논쟁이 뜨겁다. 얼마 전 연소득 12만 위안(약 2000만원)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며 이들의 소득세율을 올릴 것이라는 뉴스가 중국에서 이슈로 부각됐다. 중국 재정부와 세무총국은 이를 즉각 부정했지만 중산층에 대한 정의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 중산층 기준을 연간 소득 1만1500달러(약 1700만원)~4만3000달러(약 5000만원) 구간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중국 중산층은 2억2500만 명이다. 14억 중국 인구의 약 15%가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598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 방문객은 2억2500만 중국 중산층의 약 37분의 1, 중국 인구의 약 230분의 1에 불과하다. 만약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수년 내에 10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연 20만 위안 벌어도 아파트 살 엄두 못 내


미국의 중산층이라면, 흔히 정원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고 그 사이로 SUV가 부드럽게 주차하는 장면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중산층의 모습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리창(32)은 안휘에서 대학을 나왔고 지금은 베이징에 있는 민영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돈을 빌려서 베이징 교외지역에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다. 리창은 여섯 살 난 아들의 교육을 위해 베이징 중심지역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리창 부부의 월수입은 1만4000위안, 여기에 연말 보너스 5만 위안 정도를 합하면 1년에 20만 위안(약 3400만원)이상 버는 셈이다.

리창 부부는 현재 살고 있는 곳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학군이 좋은 곳이라 가격이 비싸다. 전용면적 50㎡ 아파트 가격이 500만 위안(약 8억5000만원)이다. 계약금으로만 200만 위안이 필요하다. 엄두도 낼 수 없다. 연소득이 20만 위안이 넘으면 중산층에 속해야 하지만, 리창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서 걱정이다. 회사에서도 항상 위기감을 느낀다. 리창은 저녁에도 업무관련 공부를 해서 날마다 피곤하고 미래도 불확실한 느낌이다.

리창은 초조와 불안감이 팽배한 중국 중산층 중 한 명이다.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한 400만~500만 위안이 필요하다. 연소득 20만 위안은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리창 같은 중산층은 생활비, 주거비 등 지출되는 돈을 빼고 나면 저축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수하이난 중국노동학회 부회장은 “중국 가구의 소득 구조는 선진국처럼 중간이 두터운 종형 구조가 아니라 피라미드형이기 때문에 중산층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중국 사정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하이난 부회장은 2013년 기준, 가구소득이 17만~45만 위안에 달하고 주택과 일정 수준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중국의 중산층 수는 약 2억4000만 명에 달한다.

시간을 돌이켜서 과거로 가보자.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 중국에서는 완위안후(萬元戶 : 1만 위안 가정)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때만 해도 물가가 쌌기 때문에 1만 위안(약 170만 원)만 가져도 부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쌀값이 1kg에 0.28위안(약 50원)밖에 하지 않았고, 세뱃돈도 0.1위안(약 20원)에 불과하던 시절이었으니 1만 위안의 가치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된다.

부동산 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 시급

30여 년이 흐른 지금, 위안화 가치는 크게 바뀌었다. 당시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28위안이었다. 2015년 베이징의 근로자 평균 월급인 7086위안(약 120만원)의 약 250분의 1이다. 이미 120만원을 넘어선 베이징 평균 월급은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매년 10% 이상 오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의 고속 성장을 통해 중국의 경제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실감케 한다. 특히 베이징·상하이·선전 이 세 도시의 소득수준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2016년 3월, 중국 최대 채용정보 사이트인 자오핀닷컴이 중국 각 도시별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8825위안(약 15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8717위안(약 148만원)을 기록한 베이징, 3위는 8141위안(약 138만원)을 기록한 선전이었다. 중국 청년들의 로망인 ‘베이상광선(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중 3개 도시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은 중국에서 흔히 1선 도시(First-tier city)로 불린다. 1000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도시의 대명사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평균 150만 위안 대이지만, 우리 돈으로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외국계 기업 화이트칼라나 금융업계 종사자들도 부지기수다. 특히 금융업계 연봉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중국 가구의 평균 재산은 얼마나 될까. ‘중국가계재산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15년 도시인구의 자산은 1인당 20만8000위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인 가구인 경우 자산은 62만위안(약 1억500만원)인 셈이다. 중국도 도농 격차가 커서 농촌인구의 자산은 도시인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산 구성 측면에서는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등 비(非)금융자산의 비중이 크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를 넘어섰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1선 도시에서는 8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중국에서 화제가 되는 말은 ‘중산층 함정’이다. 한 국가의 국민총생산이 일정 수준에 이른 후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는 중진국 함정처럼, 중국 중산층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정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 함정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30대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고 부모의 힘을 빌려야만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모의 도움을 얻지 못하는 가구는 사실상 중산층 진입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교육과 의료문제다. 중국도 사교육비가 급등하면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교육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비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중병에 걸리거나 가구주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저소득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급증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국민소득을 2010년보다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4년간의 경제성장률이 6.5% 이상이어야 한다. 중국이 매년 6.5% 이상의 성장률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중산층 육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득증대 못지않게 부동산 가격 안정과 사회 안전망 확충도 중요하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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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5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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